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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권한 내주기 싫다면?...직접 책임 지던가!"
"예산권한 내주기 싫다면?...직접 책임 지던가!"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10.2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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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제주반부패네트워크, 26일 '주민참여예산제 제도개선 토론회' 개최
강호진.이경선 "자발적 주민참여 필수"...강경식 "행자위 발의 추진 계획 중"

최근들어 다시 진행되고 있는 제주지역 '주민참여예산제' 도입 논의.

행정기관의 예산편성 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그에 따른 공정성을 확보하자는 목적으로 추진 중에 있지만 지속적인 진통을 겪어왔다.

지난 2006년 입법예고 과정까지 거치며 뿌리 내리는 듯 했으나, 조례기준이 주민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았다는 이유로 도의회 통과가 불발됐고, 이후 개정한 새로운 조례 역시 시민단체들의 반발속에 철퇴를 맞으며 표류했다.

8대 도의회가 폐원하면서 자동폐기,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은 주민참여예산제는 어느덧 5년여의 시간을 허비한 셈이 됐다.

또 다시 고개를 든 주민참여예산제 도입문제는 진척될 수 있을까?

제주경실련, 제주YMCA.YWCA, 제주여민회 등 제주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제주반부패네트워크(공동대표 정민구, 김동욱, 김정열)는 26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주민참여예산제 제도개선 관련 공개토론회'를 개최하고 제도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다.

진희종 전 방송인이 좌장으로 나선 가운데 이경선 제주여민회 대표, 강경식 제주도의회 의원, 정진현 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가 패널토론을 통해 각자의 의견을 개진했다.

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주민참여예산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강호진 위원장 "예산집행 책임, 제주도가 질 것인가?"

토론에 앞서 기조발제에 나선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참여자치위원장은 제주사회에서 난항을 겪던 주민예산참여제의 전후사정을 짧게 설명하고 '시민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주민참여예산제의 필요성에 대해 "모든 예산집행 과정이 행정의 독점 권한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땅히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집행함에 있어서도 눈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4년동안 제주도가 진 빚이 1조원에 육박하는데, 이는 제주도민 1인당 130만원씩의 빚을 낸 것"이라며 "도지사는 관두면 그만이지만 도민들은 그 빚을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집행에 관한 책임을 도정이 온전히 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함께 예산집행의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참여예산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지난 10년동안 막대한 규모의 예산이 주로 도로확장 등에 쓰이고 정작 필요한 농업이나 관광쪽 분야에는 예산이 제대로 투입되지 않았다"며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지난 2006년 논의가 된 이후에도 제도도입에 관해 심도있게 논의됐지만 결과물은 미진한 상황"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독점적 권한을 갖고 있는 도정의 책임도 있지만 시민들, 특히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띄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또 도의회의 책임도 없지않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일부 도의원들이 겉으로는 '열심히 하라'며 격려하는 듯 보여졌지만 실질적으로 '왜 우리 권한을 뺏나'라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강 위원장은 "우근민 도정은 서류상으로 주민참여예산제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주민참여 예산제의 수준은 도청 홈페이지에서 공모받는 정도거나 통과되지 않았던 2007년 제시안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행부의 입법예고를 마냥 기다릴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입장을 가지고 공론화와 입법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상적이고 현실적인 발의 방법은?"

그렇다면 주민참여예산제를 어떻게 도입해야 할 것인가?

강 위원장은 첫번째로 주민발의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직접 움직여 뜻을 이루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한 그는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고, 제주지역 시민사회 전체가 집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두번째로 의원발의 방안이 있다고 설명한 강 위원장은 "의원발의가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김태환 도정처럼 집행부측 견제와 함께 의회 내 공론화 과정이 세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원발의안이 선택된다면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을 약속했던 도의원들과 잘 연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번째는 도민청원운동을 통해 시민들에게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의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알려 공론화하자는 의견이었지만, 이 또한 물리적인 시간 문제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주민참여 예산제는 시민사회단체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전체적으로 참가해 실질적으로 일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쓸모없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주민참여예산제를 제주도청에만 다루는 것이 아닌 감시 무풍지대로 방치됐던 교육청 등에도 확대 시행될 수 있도록 교육관련단체 등이 나서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경선 대표 "참여 예산제, 소외되는 계층 없어야"

첫번째 토론자로 나선 제주여민회 이경선 대표는 "전국 250여개의 지자체중 주민참여예산제 조례가 제정된 곳은 90개소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3~4군데에 불과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현상은 주민참여예산제 조례의 내용이 형식적이기 때문이고, 조례 내용의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례 내용의 틀을 짜는 것이 중요하고, 이 틀을 제대로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

그는 "시민들이 적절히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한데 그 구조가 조례안에 구체적으로 갖춰져 있나 다시한번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아무리 여러가지 내용을 넣어도 단지 조례에 그치고 지역민들이 공감할 수 없다면 주민참여예산제는 예산제 조례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라며 "주민들이 참여예산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대표는 참여하는 시민들 중 배제되는 계층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하나의 예를 든 이 대표는 "가로등이 밝을수록 성범죄 비율이 줄어들기 때문에 여성단체는 가로등이 밝을수록 좋아하지만, 반대로 환경단체는 다른 의견을 제기할 수도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여러 계층의 목소리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강경식 의원 "행자위 주관으로 발의 추진할 것"

지난 5일 열린 '참여예산 실현을 위한 전문가 포럼'에서 필요하다면 의원입법을 통해서라도 제도를 도입시키겠다고 말했던 민주노동당 강경식 의원은 이 자리에서도 제도 도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

강 의원은 "조만간에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들과 논의를 해서 올해 내에 제정할 것인가, 집행부안을 통해 집행할 것인가 여러가지 논의들을 책임있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도 도입을 위해 함께 합의점을 찾아야 할 관련 공무원들이 이날 참석하지 않은데 대한 서운함을 표한 후 "필요하면 행자위 소관으로 토론회을 열겠다"며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관계자들이 참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주민참여예산제가 잘 되는 곳은 공통적으로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뚜렷했다"고 말하며 "자치단체장에게 주민들과 함께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예산제가 비교적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으로 꼽히는 대전 대덕구의 예를 들며 "대전의 경우도 처음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4~5년이 지난 현재 주민들은 물론 공무원들까지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도를 통해 사업의 우선순위를 알 수 있고, 좋은 제안들이 많이 올라오기 때문에 대다수의 관계자들이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대전의 경우 주민들의 제안이 수용된 반영률은 12~13%에 불과했다.

강 의원은 이에 "반영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주민들의 호응이 높았고 공청회 등의 참여율도 덩달아 올랐다"며 "또 대덕구는 제안이 수용되지 않은 나머지 부분을 따로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도입 단계에는 지역이기주의가 많이 불거져 나오기 마련이지만 이는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며 "이 시간을 더 줄이기 위해 시민단체가 주도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진현 교수 "행정의 권위주위, 내려놓으라"

제주대 사회교육과 정진현 교수는 "의회만으로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는데 한계가 드러나면서 총체적으로 주민참여제가 대두된 것"이라고 전제하며 의견을 개진했다.

정 교수는 "풀뿌리민주주의 정착을 위해서 개인적으로는 예산책임제 등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예산 집행보다는 결산에 대한 평가를 거쳐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그러나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도입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기에 주민참여예산제의 도입이라도 시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주민참여예산제가 지지부진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제주도가 참여예산제를 도입하면 '행정의 권한을 잃버렸다'라던가 '관에 대한 견제'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관의 본 권한은 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입장임을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예산 편성권을 가진 이들의 권력 의지를 지적한 것.

이어 "도의원들도 옷에 단 금뱃지의 권위를 조금만 내려놓으면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시민을 도와주기 위함이 의원의 주 목적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직접적인 공공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지방자치단체 원 목적에 맞게 활용하기 위해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참여예산제가 잘 활용되면 오히려 지자체의 책임부담을 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산집행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아 결산과정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부분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예산이 어떻게 집행됐는지를 모르니 사후 결산평가하기 힘들 것"이라며 "예산계획서와 과 결산보고서의 숫자만 맞으면 되는 정도의 검증절차 밖에 밟을 수 없다"고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개최한 반부패네트워크는 주민참여예산제의 도입을 위해 지난 5일 '참여예산 실현을 위한 전문가 포럼'을 개최하는 등 다각도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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