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교차로 한복판 '좌회전 유도차로'?..."헷갈리네?"
교차로 한복판 '좌회전 유도차로'?..."헷갈리네?"
  • 김두영 기자
  • 승인 2010.10.27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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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또다시 변경된 차선체계, 이번엔 '좌회전 유도차로' 등장
처음 본 운전자들, "도대체 이 표시가 뭐래요?"

경찰청이 도로교통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좌회전 유도차로'를 도입키로 함에 따라 본격적인 실시에 앞서 보완점과 시행범위 등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좌회전 유도차로에 대한 시범운행에 들어갔다.

좌회전 유도차로란 직진신호가 진행되는 동안 좌회전 차로 바로 앞쪽 교차로 내부에 차량이 대기할 공간을 점선으로 설치해 교차로 통과거리를 단축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제주에서는 지난 9월 16일부터 2개월간 제주시 소재 제주은행 연삼로 지점 앞 교차로를 비롯해 연북로 평강교회 앞, 연북로 대림아파트 앞, 연북로 해오름아파트 앞 교차로와 서귀포시 덕수2교차로 등 5개소에 좌회전 유도차로 시범운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좌회전 유도차로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시범운행에 들어간지 1개월이 넘도록 운전자 중 대다수가 좌회전 유도차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어 시범운행을 마친 후 결과를 검토하기 위한 자료수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좌회전 유도차로가 뭐예요?"

취재진은 26일 오후 좌회전 유도차로가 시범운행되고 있는 연북로 대림아파트 인근 교차로를 방문했다.

신제주권에서 차량통행이 많은 구간인지라 취재진이 교차로를 찾았을때도 많은 차량들이 교차로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호가 수십번이 바뀌는 동안 횡단보도 앞에 흰색 점섬으로 표시된 좌회전 유도차로에 들어서는 차량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대다수의 차량은 기존의 정지선이 그려진 횡단보도 앞에 정차해 신호대기에 들어갔으며, 가끔 좌회전 유도차로에 들어가는 차량들도 직진신호가 끝나갈 무렵 조금씩 전진하는 형태로 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차량통행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대기차로에 왜 들어가는 차량이 없을까? 운전자들에게서 그 해답을 들을 수 있었다.

제주시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이모 씨(57)는 좌회전 유도차로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혀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특히 이씨는 좌회전 유도차로에 대한 설명과 시범운행되고 있는 구간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지만 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심지어 설치된 것도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취재진이 대림아파트 인근 교차로에서 만난 운전자 김모 씨(36) 역시 좌회전 대기차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으며, 교차로에 정확하게 그려져 있는 좌회전 대기차로를 보고 취재진의 설명을 들은 후에야 교차로에 그려진 점선의 의미를 이해하게 됐다.

좌회전 대기차로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게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는 운전자도 있었다.

택시기사 김모 씨(46)는 "좌회전 대기차로에 대해 지난달 쯤인가 뉴스에 나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당시 그런 것이 시행된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어떤 것인지, 어디서 운영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특히 김씨는 취재진이 대림아파트로 이동하기 위해 탔던 택시의 운전자로 교차로에 좌회전 대기차로가 운영 중이라는 것을 들었지만 현장에 도착하고서도 좌회전 대기차로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 "좌회전 대기차로에 대한 인식 낮아...자료수집도 힘들 정도"

문제는 좌회전 대기차로에 대한 운전자들의 인식이 낮아 앞으로 시범운행이 끝난 후 좌회전 대기차로의 보완과 확대를 위한 자료수집도 힘든 것으로 보인다는데 있다.

도로교통공단 제주지부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좌회전 차로에 대해 운전자들이 잘 알지 못하면서 활용하는 사례가 적어 자료수집마져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좌회전 유도차로가 시범운영되고 있는 구간의 교통량이 좌회전 유도차로가 설치되기 전의 교통량과 차이를 보여야 그에 따른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지만 이용자체를 하지 않으니 데이터 자체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좌회전 유도차로를 시범운행하면서 '교통선진화 방안 T/F팀'도 구성해 언론을 통한 안내 및 홍보, 현수막, 책자 등을 이용해 홍보를 해 왔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수막의 경우 시범운행을 시작하면서 해당 구간에 게시했지만 해당 지역의 동사무소 등 행정기관에서 규정 현수막 게시판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홍보물로 규정해 바로 철거됐다고 한다.

결국 현수막을 이용한 홍보는 좌회전 유도차로가 시범운행 지역이 아닌 단순히 차량운행이 많은 교차로의 게시판에 걸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지난 주 금요일(22일) 좌회전 유도차로에 대한 홍보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T/F이 모여 다양한 홍보방안을 구상했다"면서 "현재 경찰 등 관계자들이 시범운행 구간에서 직접 현장계도를 실시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범운행이 시작된지 1개월이 넘어 현재 약 20일 가량이 남아있는데 이제야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너무 늦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시범운행이 끝난 후 실제로 적용이 될 것이기 때문에 시범운행 기간이 끝나더라도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보다 좋은 교통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적용하고 있는 좌회전 유도차로. 그러나 홍보부족으로 인해 시범운행에 따른 자료수집이 되지 않으면서 실제로 적용될 때 제주의 실정에 맞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기회를 놓친 것은 아쉽기만 하다. <미디어제주>

 

<김두영 기자/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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