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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꼬여가는 '해군기지', "새로운 카드 있나?"
다시 꼬여가는 '해군기지', "새로운 카드 있나?"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11.0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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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두달만에 원점으로 되돌아간 강정마을, 제주도정의 묘책은?

제주 해군기지 갈등문제가 또다시 꼬여가고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1리, 그리고 안덕면 화순.사계리를 대상으로 한 해군기지 입지 재선정을 위한 의견수렴이 끝난 지난 19일 이후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은 별도의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아왔다.

강정마을이 지난 8월 주민투표를 통해 제안한 '조건부 수용'의 전제조건으로 마을별 발전계획 제시 및 '주민총회를 통한 의견수렴' 등이 제시됐으나 이 두가지 모두 불충분하게 이뤄졌다며 '원점'에서 조건부 수용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리고 제주도로부터 "해군기지 유치의사를 밝힌 마을이 없다"는 내용의 회신을 받은 지 일주일이 지난 1일 강정마을회는 '강경한 입장'으로 급선회했다.

지난 8월 제시한 '제안서'의 내용에 대해 "백지화"를 선언한 것이다. 강동균 강정마을회 회장은 이날 미디어제주와의 인터뷰에서 "이 백지화 결정은 마을 운영위원들이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으로, 조만간 마을전체 주민들의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조건부 수용'이란 파격적인 제안이 이뤄진 후 모처럼 형성됐던 '진정된 분위기'는 결국 두달여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왜 강정마을 주민들은 백지화를 선언과 함께 다시 '강경 투쟁'으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강정마을은 1일 각 언론사에 보낸 입장을 통해 지난 주민의견 수렴과정에서의 '불충분'을 이유로 제시했다.

강정주민들이 제시하는 이유를 보면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해당 마을에 대한 발전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의견을 수렴하면서 '주민총회'를 거치지 않고 임원회의에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첫번째 마을별 발전계획 수립문제와 관련해, 강정마을회는 우근민 도정이 해당지역에 대한 발전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이전 도정, 특히 행정시인 서귀포시에서 예전에 만든 해군기지 주변지역 발전계획을 그대로 답습한 보상을 제시함에 따라 '공론화'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우 도정이 해군기지 문제해결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근거라는 것이다.

두번째의 주민총회가 이뤄지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이 조건이 '필수 가결'한 요소였으나 생략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결격사유'라는 주장이다.

강정마을회는 "우근민 도정이 진정성을 가지고 꼬여버린 해군기지문제를 해결 해줄 것이라 믿었기에,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선까지 양보하며 내린 뼈아픈 결단이었으며, 아픈 결정이니 만큼, 매우 소중하고 신중하게 다뤄져야 할 결정이었다"며 일련의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표출했다.

다시 강력한 반대투쟁에 나서겠다고 천명한 이러한 강정마을회의 격앙된 분위기 속에, 큰 문제는 제주도당국이 과연 강정마을 주민들과 국방부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카드'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우 지사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진정성을 갖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 왔으니, 다 잘 될 것이다"라며 뭔가 복안을 갖고 있는 듯한 암시를 내비치기는 했지만,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카드'가 있을지는 여전히 의구심으로 남게 했다.

최초 강정마을 주민들의 '제안서' 채택을 높이 평가했던 서귀포시 당국도 뾰족한 입장이 없는 상황이다.

제주도정이 현 시점에서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강정마을에 대한 '예산'의 추가적인 지원과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상에 마을발전계획에 대한 지원 내용의 구체화, 이 두가지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 지사가 지난주 금요일인 29일 오후 국무총리를 만나는 자리에서 "이제는 정부에서 각별한 의지를 갖고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지역에 지역발전계획을 수립해 주민들이 보다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의지를 보여달라고 단단히 요청했다"며 "조만간 정부 생각이 제주도에 전달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정기국회에서 특별법의 경우 '영리병원' 문제 등이 쟁점화되면서 해군기지 지원사업에 대한 논의는 아예 거론조차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추가적인 예산지원의 문제 역시 이미 내년 정부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간 상황이기 때문에 관련 예산의 증액 약속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군기지 주민지원사업 예산 보다도 2012년 세계자연보전총회(WCC) 등이 예산확보 문제가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내외적 환경은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도당국은 "앞으로 진정성 갖고 계속 만나서 협의하다 보면 좋은 진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고 있으나, 뾰족한 대안이나 새로운 카드를 제시하지 않는한 강정마을의 갈등문제는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끝은 어디까지일까?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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