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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캐리어' 두 달째..."이용객 한 명도 없어요"
'자전거캐리어' 두 달째..."이용객 한 명도 없어요"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11.03 09:1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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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찾는 이 없는 '자전거캐리어'..."대체 뭐가 문제기에?"
확충되도 공영버스만, "이용객은?"...두루뭉술한 제주도 "괜찮아지겠지"

"두 달간 달고 다녔지만, 단 한 번도 이용한 승객이 없네요." 1번노선 공영버스 기사 현모씨의 말이다.

친환경정책을 표방하며 지난 9월부터 호기롭게 시작한 공영버스 자전거캐리어 사업이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있다.

제주도는 <절물-봉개-삼양-동문R-시청-제주여고>를 왕복하는 1번 노선과, <해안-노형오거리-한라병원-용담-중앙로-시청-제대>를 경유하는 6번 노선, <회천-삼양-서해아파트-동광초-남광초-여고-제대>를 도는 48번 노선 등 총 3개 노선의 버스에 자전거캐리어를 설치했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제주도는 자전거캐리어의 활용으로 자전거 이용 활성화와 더불어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하루 12회 가량 운행하는 8대의 버스에 설치된 자전거캐리어 이용객은 두 달간 10명 남짓이다. 이마저도 일부 노선의 이용객은 단 한명도 없는 실정.

캐리어를 한 대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이 약 400만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까지의 실효성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 자전거캐리어, 사용할만한 이 누구?

일각에서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호평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렇게까지 저조한 성적을 거두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왜 이리 외면당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먼저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 중 캐리어를 활용할만한 수요층이 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겠다.

현재 제주시내에서 자전거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층은 아무래도 중.고등학생이다.

그런데 가장 많은 수요층을 형성하기는 했지만, 쌈짓돈 500원도 아까울 이들은 페달을 밟을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를 두고 버스를 타는 경우가 드물다.

아라중학교 1학년 황지현 학생은 "왔다갔다 하느라고 자전거를 산건데 왜 굳이 버스요금을 내고 버스를 타겠느냐"고 말했다. 같은 학교 2학년 이혁재 학생도 "오르막길이 힘들어도 버스요금이 아까워서 그냥 자전거 타고 다니면 된다"고 답했다.

그 외 어느정도 나이가 찬 시민들은 평상시에는 자동차를 이용하기 마련, 자전거는 보통 여가생활용이나 레저 등의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는 이용한씨는 "평소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는 아무래도 쳐다보는 눈이 신경쓰여 주로 레저용으로 사용한다"며 "시외로 나갈 일이 있을때나 자전거캐리어를 사용할 수 있게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나하나 후보자들을 줄여나가다 보면 지금 같이 한산한 자전거캐리어의 상황도 어느정도 수긍이 간다.

# 확충된다 한들 공영버스 외 '설치금지'

자전거캐리어를 이용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언제올지 모르는 캐리어 달린 버스를 마냥 기다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운행중인 1번 버스와 6번 버스, 48번 버스는 모두 승차간격이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까지 벌어져있다.

30분이 걸릴지 40분이 걸릴지 모를 캐리어 달린 버스를 기다리는 일이 쉬운 일만은 아닐 터.

이 같은 상황은 차후 캐리어를 설치한 버스노선이 확충된다면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다. 그러나 막상 확충된다 하더라도 또 한 가지 난제를 맞닥뜨린다.

현재 자전거캐리어를 달 수 있는 버스는 '공영버스'에만 한정됐다는 것이다.

이는 국토해양부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공영사업으로 운영되는 버스에 한해서만 자전거캐리어 이용을 허용할 뿐, 그 외의 민간업체 버스에는 캐리어를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정됐다.

보통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노선은 민간업체가 담당하고, 적자를 보면서도 외딴곳에 거주하는 시민을 위해 마련된 것이 공영버스다.

그렇다면 캐리어가 추가로 설치된다 한들 위와 같이 캐리어 버스를 한참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됨은 물론, 한정된 노선에서 시민들이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실정이다.

이용객이 적어도 복지차원에서 운영돼야 하는 공영버스와, 승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효용가치가 올라가는 자전거캐리어의 존재 목적은 양립하기 어려운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모습이다.

일부 자전거 이용자들이 원하는 시외버스로의 캐리어 확대 설치도 이 같은 상황에서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 공영버스 기사..."우리도 불안해요"

캐리어 달린 버스를 직접 운행하는 운전기사들도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만난 3명의 공영버스 기사는 입을 모아 "캐리어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 흔들거려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길이 고르지 못하거나 방지턱을 넘으려 할때 불안감은 가중된다"고 증언했다.

이중 실제로 캐리어에 자전거를 실어봤던 한 기사는 "자전거를 싣게 되면 흔들거림이 더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당초 대두되던 안전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한 기사는 "버스 앞에 붙어있는 자전거캐리어 때문에 작은 사고라도 혹시 커지지 않을까 불안해 더 안전운행을 하려고는 하지만,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다"고 호소했다.

그는 "처음에 도입될 때부터 기사들은 반대의사를 밝혀왔지만 위에서 시행하겠다는데 막을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 편에서는 운행 중 자전거캐리어를 별도로 조작해야하고, 간혹 거치를 도와야 하는 문제 때문에 운전기사의 정신을 산만하게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현재까지 이용자가 거의 없어 검증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제주도는 캐리어 도입당시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여러가지 의견을 수렴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 밝혔지만, 먼 나라 이야기가 돼버린듯 하다.

# 늘리겠다는 이유가 '괜찮아지겠지?'

제주도는 지난 9월 사업을 시행하면서 "시험운행 기간동안 모니터링을 통해 안전운행 기준을 마련하고 미비점을 보완해 올해 중으로 공영버스 43대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확대 도입된 이후에도 별다른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똑같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사업을 주관한 제주특별자치도 세계환경수도조성팀 관계자는 "약 6개월로 예정된 시범기간 중 이용객이 더 올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추후에 노선이 확충되면 이용객이 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먼저 해결돼야 할 부분은 안전성"이라면서 "지난 9월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설치된 자전거캐리어를 차량성능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했고, 이번 달에도 추가 검사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또 "운전기사들이 걱정된다고 하는 부분을 검토하고 보완해 운행상 안전성 여부를 확실히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안전성 문제는 둘째치고라도 이용객이 없으면 소용없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현재 운영되는 노선이 적어 이용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됐다"면서 "캐리어가 많이 장착된다면 이용객이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해결방안을 마련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그럴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식의 대처는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두 달간의 시범운영으로 앞으로의 상황을 예상할 수는 없지만, "무턱댄 도입이 아니냐"며 경계의 목소리가 일고 있는 자전거 캐리어.

막상 늘려봤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애물단지'가 될지, 녹색성장 사업의 주역으로 거듭나 시민들의 호응을 얻는 '보물단지'가 될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렸을 것이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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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0-11-03 16:40:55
시내에서 케리어 장착버스를 보았는데 접혀진 상태로도 위험하고 달리는 흉기로 보이는데 자전거를 장착하고 주행을 한다면???? 공영버스기사들은 특수면허을 취득하고 운전하는지?? 사고나면 모가지 ㅎㅎㅎㅎㅎㅎ

도민 2010-11-03 09:24:58
추운날씨에 수고가 많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