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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중독' 학생 양산하는 교육청?
'인터넷 중독' 학생 양산하는 교육청?
  • 조승원 기자
  • 승인 2010.11.03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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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저소득층 학생에 컴퓨터-인터넷 통신비 지원...관리는 '부실'

OO초등학교에 다니는 A군은 수업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기다림 끝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곧장 달려간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부모가 맞벌이를 해 집이 휑하지만, A군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지난 5월 컴퓨터가 생겨 더 이상 심심하지 않게 됐기 때문.

A군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아우름 정보화 지원 사업' 덕택에 컴퓨터가 생겼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5월 저소득층에 대한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저소득층 자녀 190명에게 컴퓨터를, 3100명에게는 인터넷 통신비를 각각 지원했다.

교육청은 '아우름 정보화 지원 사업'을 통해 저소득층 및 다문화가정 자녀 학생의 복지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 저소득층 학생 "컴퓨터 말고는 할 게 없어요"...중독 우려

하지만 일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소년소녀 가장, 조손가정, 편부.편모가정 등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컴퓨터가 생기며 컴퓨터에만 골몰하게 되는 역효과다.

이같은 현상은 가정에 여유가 있는 학생의 경우 학원, 과외 등 학습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반면,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컴퓨터 밖에 할 것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컴퓨터를 지원받았다는 한 학생은 "집에 아무도 없고, 할 수 있는 게 컴퓨터 밖에 없어서 컴퓨터를 오래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다른 학생보다 쉽게 컴퓨터 중독에 빠질 것을 알면서도 컴퓨터, 통신비 등을 지원한 뒤, 이를 내버려두다시피하는 제주도교육청의 태도다.

제주도교육청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컴퓨터 등을 지원해 놓고도, 학생들이 컴퓨터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점검은 1년에 한 번 꼴로 실시하고 있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인터넷, 컴퓨터 중독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집안에 부모도 없고, 쉼터 공간과 대체 프로그램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작년 6월 지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태점검을 했고, 다음주께 학생들이 컴퓨터를 사이버 교육에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행정?

이같은 제주도교육청의 사업 추진에 대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행정'이라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문석호 도의회 교육의원은 "어린 나이의 컴퓨터 중독은 정신적 황폐화를 불러오고 감정기복이 심해질 수 있는 위험을 가져온다"며 "큰 돈을 들여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컴퓨터와 통신비가 지원됐지만, 관리는 되고 있지 않아 인터넷 중독을 양산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컴퓨터 구입비, 통신비 대신 체험학습비나 교육자재 구입비를 지원해 주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또 컴퓨터를 조달해주는 업체에서 학생들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한 뒤, 이를 학교에 통보하고 학교에서는 이를 연계해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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