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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날려버린 어민들, "외국인이 사라졌어요"
돈만 날려버린 어민들, "외국인이 사라졌어요"
  • 김두영 기자
  • 승인 2010.11.04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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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외국인 선원 구했다가 낭패보는 어민들의 '하소연'
외국인 선원 7명 중 1명 '잠적'...어획량 감소에 선불금 피해 '이중고'

어획량 감소에 수시로 터지는 선불금 사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민들이 이제는 외국인 선원의 근무지 무단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주시에서 20년 가까이 어선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51)는 최근 아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배에 승선해 일하기로 한 선원들이 선불금만 받고 도주하는 경우는 허다하고 술에 취한 선원들이 나오지 않으면서 출항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러한 인력문제로 고민하던 김씨는 큰 맘을 먹고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외국인 선원을 신청키로 했다.

그러나 힘들게 데리고 온 외국인 선원들은 하루도 제대로 일하지 않고 못하겠다며 일을 나가지 않다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렸고 이로 인해 김씨는 큰 손해를 보게됐다.

#. "뱃일은 힘드니까 더 편한 곳에서 일하려고 무단이탈"

외국인 선원을 데리고 오는 것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우선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외국인선원 신청을 하면 수협을 통해 제반서류를 작성하게 되고, 신청한 외국인 선원을 대구 인근에 위치한 외국인 근로자 훈련소를 직접 방문해 데리고 와야 한다.

김씨는 외국인 선원을 데리고 오기 위해 일을 하는 틈틈히 서류를 작성하고 직접 대구로 올라가 파키스탄 출신의 외국인 선원 2명을 데리고 왔다.

만리타향에서 일을 하게된 외국인 선원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이들이 거주할 수 있는 집을 마련해주고, 종교적 이유로 먹지 못하는 음식이 많아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식료품 등을 지원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딱 하루 배를 탄 후 더이상 일을 못하겠다며 일주일 가량 일을 거부했고 그러던 와중에 이들을 다른 곳에 취업시키기 위한 알선업자가 김씨의 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들 외국인 선원이 일을 거부하니까 어떻게 해서든 배를 태우려고 하고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부산에서 왔다며 한 여자가 찾아왔다"면서 "이들 외국인 선원들을 데리고 올때 사용한 경비를 보상해 줄테니 근로계약을 해제시켜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화가 난 김씨는 차라리 이들과 모든 계약을 해제한 후 외국으로 강제송환 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그 결과 다음날 외국인 선원들은 모든 짐을 챙겨들고 도주했다.

현재 김씨는 제주해경과 법무부 제주출입국사무소에 이들을 무단이탈로 신고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이들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얼마 전에는 도망친 외국인 선원의 친구라는 사람이 전화와서 그 외국인 선원이 다쳤는데 현재 불법체류자로 등록돼 병원에 가질 못하니 근로계약을 해제해달라고 하더라, 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 있느냐"며 화를 냈다.

#. 외국인 선원 7명 중 1명이 무단이탈

이러한 경우는 김씨뿐만이 아니었다.

법무부 제주출입국사무소에 따르면 2010년 10월말을 기준으로 현재 제주에 등록된 외국인 선원은 739명. 이 중 현재 소재가 불분명한 외국인 선원은 98명이다.

특히 이 중 올해 제주에 들어왔다가 그대로 도주한 외국인 선원은 19명이나 된다. 7명 중 1명꼴로 외국인 선원들이 무단이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선원들의 경우 근로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취업비자가 나오기 때문에 우선 계약을 체결한 사업주가 근로계약을 해제하게 되면 우리나라 어디에서든지 일을 할 수 있게된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취업비자를 얻을 수 있도록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쉬운 일, 즉 어업 등의 힘들거나 위험한 일 등을 우선 얻게 한 후 근로계약을 해제하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해주는 전문 브로커도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도망친 외국인 선원들을 붙잡기는 힘들고 설령 붙잡는다 하더라도 언제 다시 도망칠지 몰라 전전긍긍하게 된다. 또 도망친 선원들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도 없다.

이렇다보니 어민들은 가능한 내국인 선원을 고용하려고 하고 있으며 그러는 중에 선불금 사기 등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어민들은 "가뜩이나 최근 어획량 감소로 먹고살기 힘든데 선원을 구하는 일도 막막해 정말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면서 "정부에서 어업에 대한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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