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점심을 먹으면서 동갑내기이나 결혼도 늦게 하고 아이도 늦게 낳아 고생 중인 동료의 수다에 맞장구쳤다.

시어머니와 함께 살다가 집안일로 시어머니가 육지에 가자 큰아이는 어린이집에 맡기고 둘째는 가정탁아를 시키고 부부가 아침 저녁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부부가 매일 지각을 밥 먹듯하고 저녁이면 눈치보며 동료사이에서 왕따를 자처하며 어렵사리 퇴근을 선택한단다. 남편은 아내가 집에 들어앉아야 가정의 평화가 온다고 직장맘들이 늘상 하는 그 갈등에 또 불을 붙여 고민에 빠졌다.

초등학교 6학년 3학년 두아이의 엄마인 나도 아직 이 친구가 하는 고민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아이가 어리나 크나 부모로 겪어야할 양육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다. 우리 아이는 내일이 방과후 참관수업이라며 엄마가 꼭 와 주길 바라는데 휴가를 낼 수 없는 상황이며 학교갔다 집에 오면 엄마가 식탁에 간식을 준비해 놓고 같이 이야기하며 먹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오늘도 묵살할 구실을 찾아야 한다.

선진국에서도 저출산 관련하여 많은 대책이 나왔지만 계속 실패하였다는데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은 거 같다. 일과 가정이 양립되었을 때 출산율이 높아졌다고 하고 그것이 저출산을 극복하는 키워드라고 하는데 가장 안정적이라는 공무원도 이렇게 아이 키우기가 힘드니 다른 직장 엄마들에게 출산을 장려하기란 부끄러운 일이다.

저출산 정책이라고 내 놓는 출산장려금, 다자녀 카드, 보육료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제주는 특히 여성의 생활력이 강하고 일하는 여성이 육지보다 비율이 높은 반면 보수적인 남편이 많다는데 부부가 함께 양육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정신교육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또한, 아이가 있는 가정의 출퇴근 시간을 고려한 부서배치, 업무부담 완화를 위한 유동적인 업무분장의 배려, 육아휴가를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기관내의 분위기 조성 및 별도의 휴가제 마련, 기관장의 의식개선 또한 이루어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출산휴가를 가며 업무를 떠 안을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이중의 고통을 느끼는 산모가 있다면 후진국이 아닐 수 없다.

동갑내기 친구를 통해 13년을 어떻게 아이를 키워왔나 돌아봤다. 폭풍의 날이 많았고 아직도 그 폭풍과 파도에 아파하고 있지만 아이를 통해 웃고 가족이 있음에 가족 그 자체가 존재함에 오늘도 감사한다. 뾰족한 내가 파도에 점점 둥글게 변하듯이 아이는 나를 또다른 나로 만들고 사랑하게 만든다. 아이 키우기 힘든 대한민국! 하지만 아이를 포기할 수 없는 엄마의 마음. 그 알싸한 행복을 모든 엄마들은 아시리라. 모든 직장맘 파이팅~ <미디어제주>

<류건숙 서귀포시 효돈동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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