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다는 말이 있다. 이는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 중요한 무엇을 맡기는 경우를 비유한 것으로 내용인즉 생선가게 주인이 급한 일이 생겨 가게를 잠시 비워야 했다.

그러나 주변에 가게를 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 그때 눈에 띈 것이 바로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였는데 그 고양이는 평소에 주인 말을 잘 들어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주인은 잠시 가게를 비울 것이므로 별일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고양이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고 가게를 비웠다.

잠시 후 일을 보고 가게에 돌아온 주인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입맛을 다시며 텅 빈 가게를 지키고 있는 고양이뿐이었다.

최근에 불거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가 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으로 우리 사회의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해마다 연말이면 공동모금회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위한 캠페인을 주도하여 수백억원대의 거액을 기부하는 대기업에서부터 코흘리개 어린아이의 돼지저금통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한푼 두푼 모아 온 돈을 기부 받아왔다.

하지만 공동모금회 직원들이 기부금을 유흥비로 사용하고 또 일부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받아 착복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이 겪은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더구나 이와 같은 일이 수년 동안 반복되어 왔다는 점은 국민들의 그동안의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일일 뿐 아니라 올 연말 사람들의 마음을 굳게 채워버리는 자물쇠가 되고 말았다.

또한 빨간색 열매는 이제 더 이상 사랑의 열매가 아닌 비리의 열매로 변질되어 너도 나도 가슴에 달기를 거부하게 만드는 꼴이 되고 말았다.

물론 공동모금회가 대국민 사과성명서를 통해 책임을 통감하고 이사회 임원 전원 사퇴와 시민감시위원회 구성, 금액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불미스러운 일이 적발될시 한번에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홈페이지 ‘반성합니다’ 코너 등을 통해 발 빠른 수습을 하고 있지만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는 비난과 이미 바닥으로 떨어진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매년 12월 초가 되면 주요 광장에 세워지던 사랑의 온도탑도 올해에는 볼 수가 없다고 한다. 공동모금회의 불미스러운 일로 사랑과 기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사랑의 온도탑 대신에 사랑의 온도계로 대체하여 비치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금활동이 축소된 것은 아니다. 공동모금회에서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이어 주세요’라는 슬로건으로 내년 1월말까지 62일간 ‘희망 2011 나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냉대로 성금 모금이 많이 어렵다고 한다.

공동모금회가 저지른 행위가 밉다고 우리가 관심을 꺼버린다면 결국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의 지원액이 줄어들어 그들을 다시 피해자로 만드는 꼴이 되고 만다. 특히 모금이 집중되는 연말 실적이 뚝 떨어진다면 그 여파가 내년까지 미쳐 어려운 우리 이웃들이 살아갈 길이 더 막막해 진다.

따라서 공동모금회의 행실은 밉지만 모금액 자체가 줄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고 비웃지 말고 외양간이라도 고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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