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간산(走馬看山)이라는 말이 있다. 말을 타고 달리면서 산천을 구경한다는 의미로서 일이 몹시 바빠서 이것저것 자세히 살펴볼 틈도 없이 대강대강 훑어보고 지나침을 비유한 한자성어이다.

힘차게 달리는 말 위에서는 사물을 아무리 잘 살펴보려고 해도 말이 뛰는 속도가 빨라 순간순간 스치는 모습만 겨우 볼 수 있을 뿐이다.

말에서 내려서 천천히 보면 될 텐데, 일이 몹시 바빠 그럴 수도 없으니 달리는 말 위에서나마 대강대강이라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아마도 과거에 말보다 빠른 것이 없어서 나왔던 표현이었던 같다.

지금은 자동차, 비행기 등 말과는 그 속도를 비교도 할 수 없는 교통수단이 등장했기 때문에 주마간산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어울리지 않는다. 그나마 말을 타고 달리면서 산천을 보는 것은 어떻게 보면 현대에서는 산천을 자세히 구경하는 축에 속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요새는 주차간산(走車看山)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즉 차를 타고 달리면서 산천을 구경한다는 의미로서, 어느 지역을 관광할 때 렌트카나 전세버스 등을 이용해서 한 번 휙 지나가는 경향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신조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대륙이 광범위하고 넓기 때문에 주차간산 형태의 관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한 나라를 한 지역을 가더라도 그 지역에 오랫동안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다녀왔다는 의미만 부여하는 경향이 많다는 의미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행 패턴 대부분이 이러한 것이다. 그리고 제주의 경우 현재 수십개의 렌터카 회사들이 수천대의 렌터카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차간산의 의미는 쉽게 짐작이 간다.

하지만 제주에서만큼은 주마간산 형태의 관광이 더욱더 중요해지고 필연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말을 타고서 제주의 초원을 달리는 승마관광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승마를 레저스포츠의 일환으로서 즐길 수도 있지만 제주의 말을 타고 초원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 또한 큰 매력이 있다 하겠다.

영국의 할머니 탐험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우리나라의 금강산을 유람하면서 조랑말을 타보고 ‘소인국의 말 같지만 그 강인한 내핍성과 끈기와 운송력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먹이라고는 지푸라기 썬 여물이 고작인데 200파운드(약 91kg)가 넘는 무거운 짐을 지고 하루 30마일(약 48km)을 걸어내고도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서양말 같으면 덩치만 컸을 뿐 몇 십번 주저앉았을 돌길이며 무릎까지 빠지는 수렁길이며 구불구불한 산길을 같은 속도로 걸어내는데 눈물이 나도록 고마웠다’고 기록했다.

지금 제주의 조랑말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어 과거처럼 승용으로 이용하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제주의 조랑말과 호마(더러브렛)의 교잡종이 승용마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조랑말의 내핍성과 끈기 그리고 사람과의 친근성에다가 더러브렛의 승용성과 위용을 더했기 때문에 동양인의 체구에 적당한 승용마로 인식되고 있다.

지금도 제주도내의 승마장에서는 이러한 교잡종이 승마관광의 도구로서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말을 타고 10여분을 종업원과 함께 타는 것을 보고 승마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제 스케일을 달리해야 한다. 2박3일이나 1박2일 코스로 말을 타고 제주의 산야지를 탐험하는 관광, 또는 말을 타고 올레를 탐방하는 올레승마길 등 다양한 승마관광의 패키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제주에서 이제 겨우 승마관광이 태동했다. 그러나 단순 시작일 뿐이다. 그러기 때문에 승마관광을 미래의 성장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제주도정의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즉, 승마관광이 관광객들에게 각광받기 위해서는 마필산업을 1차 산업 분야로 보는 제주도의 정책적 마인드가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승마 및 재활치료 등의 3차 서비스 산업 측면의 정책적 마인드로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승마관광의 제주의 신 성장 동력산업으로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새로운 산업 축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제주>

<프로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 정책자문위원
관광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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