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과 공무원사회에서 이미 파다했던 우근민 지사의 측근인 장 보좌관이 임용될 것이란 예상이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부터 손을 댄 제주특별자치도 인사는 이른바 ‘삭발’로 유명세를 탔던 차우진 경영기획실장을 시작으로 ‘우 라인’기용에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이를 통해 민선 5기 제주도정 조직개편은 당초 내걸었던 투명․공정한 인사와는 거리가 있는 ‘우근민 지사의 확실한 친정체제 구축 인사’임을 확인시켰다.

이번 인사과정을 보면 제주도 공무원 내부 발탁에서부터 개방형 공모직까지 통틀어 ‘코드인사’의 성격이 짙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개방형 공모직에 임용된 면면을 살펴보면 일부를 빼곤 거의 우 지사 측근이거나 선거캠프관계자로 분류된 인사들이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이로써 우 도정은 ‘개방형 공모’란 구실아래 역시 ‘자기 사람을 챙겼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민선 5기 제주도정에서 단행한 두 번의 인사를 통해 나타난 특징은 과거 도정과 다를 게 별로 없다.

철저한 제 식구 챙기기와 전임 관련인사 배제 등이 그렇다.

‘내 편이 아니면 인사에서 불이익’이란 인식을 더욱 각인시켜 ‘공무원의 줄세우기’ 를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이 같은 풍조가 공무원사회에 팽배하면 할수록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지길 것을 기대한다는 건 무리다.

공무원은 인사에 휘둘리지 않아야만 자신이 맡은 일에 소신과 열정을 갖고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 지사가 내걸었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도입했다는 일부 부서에 대한 ‘개방형 공모제’는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개방형 공모제’가 과연 유용하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모직에 임용된 인사들이 대부분 우 지사의 측근이기 때문이다.

굳이 ‘개방형 공모’라는 형식을 빌게 아니라 차라리 ‘내 코드에 맞는 사람을 쓰겠다’고 공언하는 게 떳떳했다는 지적이다.

‘개방형 공모제’ 곧 ‘개방형 공무원 임용제도’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거나 효율적인 정책 수립을 위해 공직 내부 또는 외부에서 적격자를 임용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공직사회와 민간인의 교류를 통해 공직사회 내부에 자극을 줘 공무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행정의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반면 기대하는 전문성의 미흡, 공직사회의 안정성과 사기 저하, 정실인사 가능성에 따른 정치적 중립성 붕괴, 공직의 낮은 보수로 인한 민간전문가들의 이직 가능성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번 우 지사의 인사를 보면서 ‘개방형 공모제’의 장․단점 가운데 어느 쪽에 가까운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

지사가 공모를 통해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인사를 최종 낙점하는 건 당연하다.

단체장이 자기의 비전을 이해하고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이른바 코드가 맞는 측근들을 중심으로 인사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실․국장 인사 사전예고제의 첫 도입은 꽤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국장 내정자를 먼저 예고하고, 예고된 실국장 내정자들이 자신과 일할 과장․담당․ 실무직원을 추천하도록 했다.

문제는 예고됐던 실․국장들의 면면에서 인사전횡과 쏠림현상이 지나치다는 쪽으로 비쳐졌다는 점이다.

‘인사행정’ 9단인 우 지사가 단행한 이번 인사는 지금까지 과거 도지사들이 반복해왔던 잘못된 인사 관행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빗나갔고, 되레 잘못된 구태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우 도정만큼은 과거 도정과는 다르게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를 할 것이란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는 현실이 실망스럽다.

하주홍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