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은 제주고등학교 100회 졸업생인 송승훈 군(20.남)과 그 가족들이다.
송군은 8일 도내 중등교육의 산실인 제주고 100회 졸업식에서 졸업장과 함께 한국중고등학교검도연맹회장상을 수상했다.
현장에서 큰아들과 함께 졸업식을 흐뭇하게 지켜본 아버지 송원경 씨(50)는 이 학교 68회 졸업생이다. 아내 문현숙 씨는 공교롭게도 이 학교 학부모회장.
송군의 외조부와 증조부 역시 이 학교의 졸업생이다. 20세기 초반부터 이어진 가족의 고교학벌이 21세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제주고 2회 졸업생인 송군의 증조부 송덕윤씨는 제주고의 전신인 공립제주농림학교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졸업 후 만주에서 유량생활을 하다 제주도에 내려온 후, 1947년 3.1절 기념집회 과정에서 미군정 경찰이 도민들에게 발포한 총에 목숨을 잃었다.
1948년 4월3일 이른바 4.3사건의 촉매제가 된 발포사건의 희생자가 바로 송군의 증조부다.
47회 졸업생인 외조부 문인화씨는 1951년 당시 제주고에서 제주제일중이 분리되면서 생긴 제주농업고등학교에서 학교생활을 했다.

송군의 아버지 송원경씨는 제주고 68회 졸업생이다. 송씨는 지난 1976년 현 제주칼(KAL)호텔 인근 삼도동과 현 노형동 학교를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당시 송씨는 삼도동 소재 옛 학교에서 고교 입학시험을 보고, 진학과 동시에 현 노형동 부지 신축학교에서 고교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케이티(KT) 신제주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검도에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는 송군은 지난 2008년 아버지를 모교인 제주고에 입학해 학내 검도 동아리 활동에 매진했다.
고교 졸업 후 제주대 체육학과에 입학해 학군단(ROTC)에 들어갈 생각이다. 장교 제대 후에는 체육교사가 돼 다시 모교인 제주고에서 교편을 잡는 것이 송군의 꿈이다.
4대째 학연의 끈을 잇다보니 명절때면 학교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고 송씨는 말한다.
송씨는 “대대로 진학을 하다보니 우연치 않게 4대째 제주고 졸업생이 생겨 관심을 받고 있다”며 “명절때면 가족끼리 학교얘기를 꺼내들면 옛 생각이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100회 졸업장을 받은 송군은 “대학생활에도 빨리 적응해 좋아하는 검도를 하며 교직의 꿈도 키워나가고 싶다”며 “체육교사가 돼서 학생이 아닌 교사의 모습으로 제주고 교단에 서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