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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에서 제주로 온 이방인에서 제주 홍보 첨병으로”
“뭍에서 제주로 온 이방인에서 제주 홍보 첨병으로”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1.03.0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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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세계조가비박물관 오픈한 서양화가 명연숙씨와 금속공예가 권오균씨

뭍에서 제주에 내려온 두 사람. 각각 내려온 시기는 다르다. 하지만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경상도 말씨를 쓴다는 점과 그들의 직업은 예술가라는 것.

세계조가비박물관을 연 서양화가 명연숙씨(왼쪽)와 금속공예가 권오균씨.

서양화가 명연숙씨(57)와 금속공예가 권오균씨(49). 그들이 최근 서귀포에 ‘세계조가비박물관’을 열었다. 명연숙씨는 박물관 관장으로, 권오균씨는 이 곳 박물관의 부관장이다. 그들은 단순하게만 보이던 조개 껍데기를 전시하기 위해 박물관을 연 것은 아니다. ‘조가비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예술가적인 생각이 겹쳐 만든 박물관이다.

우린 건축물에도 ‘작품’이라는 이름을 단다. 조가비박물관은 건축 외형도 작품을 닮았다. 내부 역시 깔끔한 노출콘크리트가 돋보이는 건축물이다.

하지만 그 속엔 조가비와 서양화, 금속공예라는 아주 낯선 이물질들이 하나가 돼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박물관이라는 이름보다는 ‘아트(art)'라는 이름을 붙여주고픈 그런 곳이다.

조가비박물관은 서양화가 명연숙씨의 30년 고집으로 일궈낸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성산읍 광치기해변에서 마주한 조가비에 매료돼 그야말로 ‘미친듯이’ 조개 껍데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1983년이었지. 성산포엘 갔다가 조가비를 만나게 됐어요. (내가 수집한 걸) 사람들이 제주도 조가비인질 믿지 않을 정도였어요.”

이후 그의 조가비 수집은 해외를 넘나들며 이어졌다. 2800종의 조가비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모았다. 그의 얘기로는 수만점에 이른다고 한다. 바닷가를 거닐며 직접 줍기도 하고, 사들이기도 했다. 좁쌀만한 조가비 한 종류를 병 하나에 담기 위해 바닷가를 100차례 오갈 정도였다. 이래저래 그는 제주 바닷가를 수천번 오가며 조가비를 수집한 셈이다.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서양화가 명연숙씨.

명연숙씨는 “조가비는 밟으면 모래인데, 잘 살리면 작품으로 승화된다”며 “조가비가 다치지 말라고 새벽 5시에 바닷가에 나가서 수집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금속공예가인 권오균씨를 만났고, 조가비를 통해 ‘아트(art)'를 연출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5년전이었어요. 조가비를 붙이며 동(銅) 받침대를 만들었는데 하나의 작품이 되더라고요.”

박물관을 연 계기를 동(銅)이라는 금속 소재가 제공한 셈이다.

서양화에 동 액자를 입힌 작품 앞에서 금속공예가 권오균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오균씨는 “동은 친환경 소재다. 반영구적이기도 하다. 갈옷이 그렇듯 동은 제주도 색깔과 잘 맞아떨어진다. 조가비도 자연이고, 동도 자연에서 채취한 것이기에 작품으로 만들어봤다”고 말했다.

어찌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미지들이 이 곳에 모여 있다. 동이 그렇고, 조가비가 그렇고, 거기에다 서양화가 그렇다. 그런 각각의 작품들이 이 곳에선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명연숙씨는 “조가비의 오묘한 색채를 감상하고, 동과 조가비의 만남을 감상해보라”며 “서귀포시를 찾는 이들에게 야간 볼거리 제공 차원에서 매일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고 말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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