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6 17:57 (화)
의례적인 악수, 그리고 '허망한 말잔치'는 그만두자
의례적인 악수, 그리고 '허망한 말잔치'는 그만두자
  • 장금항 객원필진
  • 승인 2006.04.10 13:2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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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장금항 상명교회 목사

피노체트의 군부 쿠데타가가 일어난 1973년 9월 11일, 파블레 네루다는 병중이었다.

군부가 대통령궁을 폭격하고 평생의 동지이자 당시 칠레 대통령이던 아엔데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시인의 지병은 악화되었다. 며칠 후 펜을 들 기운조차 없어 누워 부인에게 쿠데타를 비난하는 글을 구술하던 시인에게 무장한 군인들이 들이 닥쳐 가택수색을 하였다.

침실은 맨 마지막에 수색할 테니 아직 그대로 누워 있어도 좋다고 하는 장교에게 네루다는 이런 말을 건넸다.

"당신들에게 위험한 것이라고는 이 방에 하나 밖에 없네."
화들짝 놀란 장교는 권총에 손을 가져가며 물었다.
"그게 뭡니까?"
"시라네." (라틴아메리카를 찾아서. 곽재성/우석균. 민음사)

육신은 죽어가지만 자신의 시는 영원한 불꽃이 되어 칠흑같은 암흑의 시대를 사르리라는 절절한 바람이었고 최후의 항거였다. 그 후 네루다의 시는 17년 칠레 민주화 운동의 횃불이었고 제 3세계 억압받는 민중의 무기였다.

 # 허망한 말속에 묻힌 제주4.3

대통령의 참석을 필두로 박근혜대표의 평화공원 참배까지 추모의 말이 넘쳐난 4.3주간이었다. 지방선거와 맞물린 탓인지 제주의 현안까지 말들은 넘쳤지만 며칠 지나고 나니 허망할 따름이다.

'자식 묻고서도 목구멍에 밥은 넘어가는'것이 사람의 삶이니 50년 된 제주의 슬픔이 오늘날 정치인에게 무슨 의미일지는 말 안해도 다 아는 사실이니 그냥 넘어 간다해도 4. 3을 위한 시가 없는 것은 서러운 일이다.

민중항쟁으로 규정된 오월 광주는 시와 시인이 넘쳐나는데 '국가 권력에 의한 일방적 학살'이라는 4. 3은 통곡은 있어도 시는 없다. 울음과 참담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크게 당한 일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그 통곡의 세월'을 두고서 정화된 시의 언어가 아니라 요란한 말 잔치가 넘쳐나는 지경에 더욱 참담하였다.

#내국인 카지노 불허가 이번 말 잔치의 소득인가

속이고 속는 일 또한 삶의 방편이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적자가 뻔히 예상되는 호남고속철공약도 나오는 형국이라 내국인 카지노 설치건의에 희망 섞인 답이 나오려니 했는데 문화관광부 차관의 답은 단호하여 놀랐다.

제주의 언론이 차관의 답변을 그간의 희망 섞인 보도와는 달리 사실적으로 부정적이라 간파한 것도 특이한 일이었다.

특별자치도 추진보고회 후 도민과의 대화에서 '챙기겠다', '관심을 갖겠다'는 책임자의 이야기는 의례적인 답변이다.

내국인 카지노 건의가 가장 실제적인 문제였다. 그런데 거부 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요란했던 지난 주 말 잔치의 최종소득이다.

형식은 내 줄 수 있어도 돈 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고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대놓고 거부한 것을 보면 현재 제주의 정치적 역량이 이 정도 수준인 것 같다.

# 아! 저 도민화합추진위......

 허망한 말들이 또 있다. 국민 대통합이니 도민 화합이 그런 말들이다.

화합은 목적이 동일한 이익집단이나 군대조직, 가정에서 사용되는 관계적 언어이지 국가와 사회 같은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광의적 단체에서 통상 될 수 있는 목적 언어가 아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남북통일이란 말도 무색할 정도로 다원화. 개인화가 진행되고 있다.

집단이 아니라 개인의, 단결과 통일보다는 연대와 상생이 시대의 화두로 나설 만큼 개화된 시대에 안방의 족자와 70년대 국정 홍보뉴스에나 등장할 '화합'을 위원회까지 만들어 선전하고 있으니 가당치도 않다.

더군다나 화합은 쌀을 나누어먹는 의미로 농경시대의 공동체 사회에 통용된 이데올로기지 세계화.개방화의 흐름 속에 경쟁력을 추구하는 국제자유도시의 비전과는 전혀 반대되는 것이다.

회의하고 밥 먹고 텔레비전에 특별자치도 선전하고...

돈 아깝다. 애초에 도민추진위 만들기 전데 공청회나 제대로 할 일이었다.

 #이제 넘쳐나는 '허망한 말 잔치' 끊을 때

웃으며 악수하고 의례적인 모습으로 밥 먹는 모습보다 강 후보와 현 후보 사이의 토론의 모습이 보기 좋다.

진 후보도 김 후보도 합세하면 더욱 나아질 것이다. 논쟁을 두고 '과열, 상호비방, 도민 분열 우려' 이런 표현을 하는 언론과 인사는 철저히 의도가 있는 자들이다.

대 놓고 내국인 카지노 허가 여부를 물었던 것처럼 돌려 말하는 저 정당과 저 후보들에게 사실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그리고 사실적인 답변을 들어보자 형식적이고 입바른 말. 당연한 소리로 적당히 때우는 사람을 가려내자. 이제 넘쳐나는 허망한 말잔치를 끊자.
 
<상명에서 장금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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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2006-04-11 19:10:04
목사는 교회에서, 신부는 성당에서 지들 고유의 업무를 수행해야지

무슨 신문이나 인터넷에 글 올리고 시민운동한다며 사회에 얼굴 알려

자기들 유명해지는 거 바라는 거, 이거야 말로 속세적인 행위.

제발 교회로, 성당으로 돌아가라, 속세적 글 그만들 올리고

하산한목사 2006-04-11 07:56:39
정말 우리 사회의 허망한 말잔치가 뭔줄 알기나 하시는지?
지식인들의 잘난 말들이고
자기 분야도 아닌 사람이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 아닐런지?

목사는 목회로 승부해야지
여기 저기 시민단체에 얼굴내밀고
자기 이름 알릴려고 말도 안되는 자기 주장에 불과한
내용을 기고한다고 누가 알아주기나 할까?

제발 자기 분야나 신경쓰기 바란다.

수필가 2006-04-10 20:50:11
지만 아는 자작시 썼나, 할말있으면 확싫히 말하고 때릴라믄 확실히 지목해 때리지, 밥얻어먹었나?
무슨말인지 못아라먹겠다 이런글 내보내지마라 미디어제주 3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