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들은 국가적 위기인 전쟁이 닥치면 야누스 신전의 문을 열었고, 전쟁이 끝난 후 문을 닫아 평화를 자축했다. ‘법의 민족’이라 불릴 정도로 합리적 정신의 소유자였던 로마인들이 단지 기적을 바라고 야누스의 문을 연 것일까?

역사가들은 고대 로마가 일신교가 아닌 다신교를 선택한 이유조차 그들의 합리적 성향으로 설명한다.

즉, 신이 많을수록 각 분야에서 더욱 세심한 신의 수호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로마인들이 야누스에게 얻고자 한 것은 기적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바라보는 그를 통해 국난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는 지혜를 깨닫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요즘 온 나라가 사상 최대규모의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천만에 이르는 생명들의 희생이 있었지만, 날이 풀리면서 침출수 유출로 인한 토양과 지하수 오염, 악취 등 2차 환경오염 문제들이 언론지상에 꼬리를 물고 있다. 축산농가들은 절망 속에 탄식하고, 국민들은 다가올 재앙을 우려하며 한숨을 쉬고 있다.

하지만,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동전의 양면처럼 표리일체가 아닐까? 우리는 싫은 일, 불운한일, 매끄럽지 못한 일이 나중에 더 큰 행운으로 바뀐 사례들을 수없이 목격해왔다. ‘위기가 계속되면 큰일이다’라는 부담 속에 이를 타개하려는 노력과 지혜가 모색되고 오기가 생겨 불행을 행운으로 바꾸려는 끊임없는 열정이 생겨난다.

그 결과 다음에 찾아올 더 큰 시련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반대로 좋은 일만 지속되면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고 경각심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부주의가 일상화 되고 긴장의 끈을 놓아버린 결과 실패를 부르거나 불운을 자초하여 때늦게 후회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고 곤경이 파놓은 절망 바로 그 곳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정신. 역사상 가장 찬란한 제국을 건설한 로마인들의 근저에는 이러한 야누스의 지혜가 깃들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은 항상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충해 조화를 이루고, 행복과 불행은 바늘과 실처럼 쫓아가고 끌어가며 삶의 묘미를 돋우는 양념이 된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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