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landmark)는 원래 탐험가나 여행자 등이 특정 지역을 돌아다니던 중에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올 수 있도록 표식을 해둔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뜻이 더 넓어져 건물이나 상징물, 조형물 등이 어떤 곳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의미를 띨 때 랜드마크라고 부르게 되었다.

제주의 랜드마크는 무엇일까?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나 자연의 풍경에서는 한라산과 오름, 목장, 짙푸른 바다가 연상될 것이다.

건축물에서는 무엇이 떠오를까? 단연 초가일 것이다.

이제 도심에서 초가는 빚 바랜 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역사속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나지막한 구조와 향토적 재료, 거센 바람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가장 지역적인 주거공간이 되어왔지만, 초가는 근대화와 생활습관의 변화로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오늘날 초가는 건축 설계시 형태적으로 오름과 더불어 제주 건축의 주요한 아이콘이 되고 있다.

이런 지역적 소재를 찾고 현대건축에 접목하는 논의의 연장에서, 제주도에서는 건축문화상 제도를 통하여 신진 건축가를 발굴하고 우수건축물에 대한 시상을 매년 하고 있다.

건축상을 수상한 젊은 건축가와 대학생들과 함께 중국 상해 건축답사를 할 수 있었다.

2월의 그곳은 쌀쌀한 날씨에 습기까지 많아 상당한 추위를 느끼면서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과 포동지구의 육가구 금융거리를 비롯한 아파트 단지 등 많은 곳을 볼 수 있었다.

옛것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임을 알 수 있었다. 1990년대 이후 중앙정부에 의해 집중 개발된 포동지구의 마천루빌딩 지역이 있는가 하면, 포서 지역의 구시가지는 1842년 남경조약에 의해 서구열강의 조계지를 개척하면서 지은 태창로의 서양식 석조건축물이 있다.

또한 옛 건축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전자방(田子坊) 등 신구조화로 관광객들이 붐빈다. 전자방 거리를 거닐다 보면 서울의 인사동과 삼청동이 연상되었다.

도심 속 예술의 유통 공간으로 기능할 뿐 아니라 동시에 맛과 분위기가 뛰어난 식당 겸 카페가 즐비하다. 왜 우리는 이런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 활용하지 못할까를 고민하면서 이것이 진정 도시의 랜드-마크라고 여겨지는 것이 필자만이 생각일까

초가의 형태와 같이 지역적인 것을 활용․접목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성이 잘 보존된 구도심을 선택하여 제주의 ‘전자방’을 만들어 관광객들을 유인하는 것도 좋겠다.

도심 속의 200m 넘는 초고층 건물들만이 지역의 랜드마크는 아닐 것이다.

김재철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