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40km의 속도로 즐기는 나의 출근길이기도 하다. 나는 송악산 관리인이다.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 근무지라는 것은 행운이고 행복한 일이다. 새삼 좋은 자연환경에 살고 있음이 감사하다.

삼월이다.

신학기와 함께 수학여행이 시작되면 송악산은 학생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수학여행단이 늘어날수록 학생들이 함부로 버리는 쓰레기로 송악산 주변은 몸살을 앓는다.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학생들과 일반 관광객이 섞여 한꺼번에 몰려올 때면 청소할 틈조차 없을 만큼 줄이 늘어선다. 고장이 잦고 막히는 일도 빈번하다.

관광객의 숫자는 관광지의 존재며 활기다. 마라도와 올레 10코스가 있는 송악산은 내외국인 관광객 연50만 명이 다녀가는 곳이다. 늘어나는 관광객에 비해 송악산 공중화장실은 그 수용능력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어떤 편의시설보다 늘어나는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절실하다. 외국인 관광객도 부쩍 늘었는데 염려되는 바가 크다. 하지만 부족한 시설을 탓하기 전에 우리들의 관광문화도 한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몇 년 전 일이다. 교사 두 분이 유치원 또래 아이들 열다섯 명을 인솔한 일본인 수학여행단이 다녀간 적이 있다. 그들은 송악산, 진지동굴, 격납고 등의 일제강점기 현장을 둘러보았다. 침략의 현장들을 돌아보며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쳤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공중도덕 의식을 보며 나는 올바른 역사교육을 했으리라 짐작한다. 지금도 모래 묻은 신발을 벗고 차례차례 질서를 지키며, 수돗물을 졸졸 틀어 아껴 쓰던 아이들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여행은 교육의 연장선상이다. 질서를 지키고 공공시설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사회와의 약속이다. 그래서 감히 인솔교사 분들에게 부탁을 드려본다. 수고스럽지만 여행 전 공공시설이나 화장실문화에 대한 사전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질서는 아름답다. 나와 상대방을 위한 아름다운 행위이자 배려다.

부족한 시설이지만 얼마든지 불편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관리자와 사용자가 함께 노력할 때 보다 나은 관광문화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적으로 제주의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에 힘쓰고 있다. 자연경관의 아름다움 못지않게 관광문화도 아름다워지길 바라며 열심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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