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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평화학교에 대한 소고(小考)
[특별기고] 평화학교에 대한 소고(小考)
  • 미디어제주
  • 승인 2006.04.12 11:55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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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제주지부 사무처장

최근 제주지역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종교계 대표들과 우리 사회의 고소득층으로 분류되는 특정분야(의료, 경제)의 인물들, 사회 지도층이라고 생각하는 대학교수 몇 명, 시민사회운동 경력을 가진 몇 사람이  중심이 되어 평화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평화학교는 대안학교를 표방하고 있지만 '학교 부적응아'를 중심으로 하지 않고 일반학생들을 모집하여 전인교육과 대안적 가치를 추구하는 학교이다. 

겉으로는 ‘입시교육 위주의 교육 속에 견디기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에게 지, 덕, 체 , 기를 고루 함양시키는 교육과 인간과 생명, 평화를 존중하고 상생의 지혜를 터득한 사람을 기르고자 한다'라고 대안학교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평화학교는 그들의 표현대로 인문계 특성화학교를 지향하고 있다. 제주지역 고등학교의 1.5 -2배에 달하는 등록금 책정과 현행 의무교육인 중학교의 경우에도 고등학교와 비슷한 등록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주말과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국내외 평화운동 단체 탐방, 평화관련 캠프, 국내외 배낭여행, 아시아 지역 평화자원봉사단 활동 등을 통해 평화의 사절로서 경험을 축적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체험학습 경비를 포함하면 교육비가 연간 약 1.000만원이 넘는 고비용을 전제로 한 자립형 사립고 형태의 귀족학교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우려에 대해 설립위 측은 비싼 등록금 때문에 입학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일정 비율의 학생을 장학생으로 뽑을 것이다라고 하고 있는데, 그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받는 경제적인 부담은 고려하고 있지 못하다.

또한 이러한 귀족학교의 우려에 설립위원회에서는 교육청으로부터 재정결함 지원을 받고자 하고 있다. 이는 제주지역 공교육 강화를 위해 쓰여져야 할 공적 교육 예산이 소수 특수 계층의 아이들을 위해 쓰여지는 것이다.

사회적 상위계층의 아이들을 위해 공적 예산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거니와 교육청이 이런 부분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것이다.   

평화학교 홈페이지 '제주평화학교 이것이 알고 싶다'에 보면 '지식교육을 위주로 하는 특수목적고나 자립형사립고와는 엄연히 다르다',  '파행적인 입시교육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라고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입시 교육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설립 취지는 평화학교가 입시전문학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음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입시과열을 우려하는 그들의 입장과 대치되는 것이다.

소수 특정층만을 위한 학교 설립으로 공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제주도 공교육의 질 향상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귀족학교가 아닌 진정한 공교육 강화를 위한 보완재로써의 대안학교라면 충분히 고려해 볼만 하다. 그러나 평화학교는 교육양극화를 더욱 부채질 할 것이다. 평화학교 설립 관계자들은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설립추진위가 진정으로 제주교육을 걱정하고, 인간과 생명, 평화, 상생의 보편적 가치를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치려 한다면, 별도의 학교 설립을 통한 ‘우리만 따로’, ‘그들만의 리그’ 방식을 다시 한번 고려할 것을 권고한다.

<김경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제주지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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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 2006-04-12 18:00:44
이젠 평화도 돈이 있어야..... 가난한 부모만난 우리 애들만 불쌍하구먼

밝은세상 2006-04-12 19:04:12
평화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특정인들의 사유물인양 떠들지말자?

가장 존중되어야 할 평화와 인권이 특정계층과
운동귀족들의 독점물이 된다면 그것은 이미 평화가 아닌
입시전쟁이요

인권이 아닌 인권침해이다

평화학교를 만들려면
한길학교인 소년범학교를 평화학교로 만들기 바란다.

눈에 보이는 것, 폼나는 것만 하려는 잘난 지식인 시민운동이
추구하는 것은 또 다른 특권의식임을 알아야 할것이다.

억지평화 2006-04-13 02:53:35
맘에 영 안드네요
평화학교라는 대안학교를 설립한다고해서
'학교 부적응아'를 중심으로 모집하여 일반학교에서 교육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특별 프로그램을 적용시켜 대안적 교육의 가치를 추구하려는 학교인가했는데
이게 웬말입니까?
허.....
참.....
게다가 얼마씩 투자해 달라고 이사람 저사람 찾아다니며 돈 모으러 다니고.....
자기 돈 모두 투자한 다음에 다른 사람들 돈 끌어들이면 어떨지?
하여간에 근본적으로 학교 설립 취지 부터 맘에 영 안드는군요.
밝은세상님의 말씀처럼 평화학교는 한길학교 같은 곳에 평화교육을 심화하고 투자를 확대시켜주는게 맞다고 봅니다.

한라산 2006-04-13 10:10:22
평화가 보편적 가치라고 하면서 그들 학교 이름을 '평화학교'라 하고 독점하려하네요. 무의식 중에 그들의 오만함이 드러난 것이지요. 정말로 평화를 추구하려면 학교 이름부터 바꾸세요. '평화'는 독점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니까요.
차라리 '제소(제주소리)' 학교나 '참환(참여환경)' 학교로 바꾸면 어떨까요?

차라리 2006-04-13 10:41:15
차라리 움직이는 평화학교는 어떨런지요? 기존 공교육과 연계하여 기존 학교에 돌아다니면서 평화와 인권교육을 전문적으로 해준다면.... 지금 추진하고 있는 평화학교는 암만 생각해도 이를 준비하는 구성원 면면을 볼 때 욕먹을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