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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노래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이 치유되길”
“제 노래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이 치유되길”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1.04.02 15:2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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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4.3 전야제 때 늘 찾아오는 제주출신 재일동포 가수 이정미씨

제주 4.3 63주기를 하루 앞둔 2일. 영혼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이정미씨(53)를 만났다.

그는 항상 4.3만 오면 제주를 찾는다.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된 그의 발걸음은 단 한 차례만 빠졌을 뿐이다.

손가락을 꼽는다. “2003, 2004……. 이번이 8번째네요.”

이정미씨는 제주출신 재일동포 2세다.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자신의 노래를 통해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4.3도 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제주 4.3에 대해서는 들어보질 못했다. 여섯째의 막내로 태어났기에 이른 나이에 부모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4.3 이야기를 부모님으로부터 듣지는 못했지만 한국을 알기 위해 공부하면서 4.3을 접하게 됐죠. 일본에서는 제주출신 1세와 2세를 중심으로 4.3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어요.”

1980년대 암울한 시기. 우리나라에서 아니, 제주에서조차 4.3이라는 얘기를 꺼낼 수 없는 시기였다.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제주 사람들은 폭도였고, 역사교과서에서조차 4.3은 제주도민들이 일으킨 폭동으로 치부되던 때다.

그러나 당시 사상이 한국보다 자유로웠던 일본에서는 4.3에 대한 논의가 오히려 활발했다. 이정미씨는 그런 과정에서 4.3에 대해 더 많은 걸 배우게 된다.

“출판사인 ‘신간사’를 경영하던 선배가 있었죠. 그 선배는 소설가 김석범 선생 등과 함께 4.3 연구모임을 만들어서 활동했어요. 그 선배를 통해서 4.3을 더 많이 알게 됐어요.”

그런 그에게 고향이 와달라고 불러준다. 고향에서 부른 첫 노래는 4.3 55주기 기념 전야제 자리였다.

“우연히 부모님 고향에서 처음 노래를 하게 됐죠. 그 기회가 4.3 전야제였고, 매해마다 이날만큼은 꼭 와야한다고 마음을 흔들어 놓아요.”

그는 고향의 아픔을 일본에서 느껴왔기에 제주도민들에 대한 애정이 더욱 각별하다.

“정치적 논리는 잘 몰라요. 이 곳, 제주도라는 이 섬은 지금도 치유하지 못하는 많은 아픔을 안은채 살아가고 있어요. 친척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마음이 치유되길 바랄 뿐이죠. 아울러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런 제주도가 됐으면 해요.”

4.3 전야제 때면 늘 제주를 찾는 제주출신 재일동포 이정미씨.

그는 노래로 평화를 말한다. 그의 노래는 가둬진 영혼을 울리기에 뭔가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다. 하지만 그는 메시지를 전하는 가수가 아닌 그냥 ‘가수’란다.

“노래의 시작은 기도였다고 봐요. 제 노래도 기도죠. 그 기도는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고,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기원하는 것이죠. 그걸 목소리로, 노래로 표현하는 거랍니다.”

그는 자신의 노래를 듣고 마음의 안식을 찾길 바란다는 소박한 희망을 던진다. 정치가도, 운동가도 아니라고 하지만 그의 노래엔 이미 그런 정신이 녹아 흐른다. 그의 노래가 씨알이 돼 4.3으로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도민들의 마음에 온전히 살아 숨쉬기를 바란다.

더불어 내년 4.3 전야제 때도 도민들을 반드시 만나겠다는 약속과 함께.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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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훈 2011-04-04 08:48:03
이 글을 쓴 김형훈 기자입니다.
기자가 만나지도 않을 걸 가지고 쓰지는 않지요. 기자생활 20년을 넘게 하면서 그렇게 한 적은 물론 없습니다. 이정미씨와 만나니 이러더군요. "사진도 찍을 건가요. 지금은 안돼요." 분장을 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사진 촬영을 하지 못한 점 이해 바랍니다.

궁금하네요???? 2011-04-02 17:31:56
분명 기사는 인터뷰라고 밝혔는데...이정미씨 사진은 없고, 자료사진으로 올렸군요. 직접 만난 인터뷰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