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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남을 위한 게 아니라 자기자신을 위한 것이죠”
“일은 남을 위한 게 아니라 자기자신을 위한 것이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1.04.17 08: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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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열전] ③ ‘왕언니’로 통하는 서귀포시 관광안내소 이연심씨

관광 업무의 '왕언니'로 통하는 이연심씨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대한민국 관광 1번지는 어딘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서귀포’라는 답이 술술 흘러나온다. 거꾸로 ‘서귀포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에 대한 질문을 한다면 으레 ‘관광’이다.

이처럼 서귀포는 관광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맺음을 하고 있다. 때문에 제주도에서, 그것도 서귀포에서 차지하는 관광의 위치는 매우 크다. 그러기에 제주도에서 관광은 갈수록 전문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더욱이 한해 1000만명의 관광객 유입을 목표로 하고, 200만명의 외국인을 제주도에 오게 만들겠다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욕심이라면 관광 분야의 전문성은 강조할 수밖에 없다.

정방폭포 관광안내소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는 이연심씨(51)는 그런 점에서는 전문가 자질을 발휘한다. 자칭 이 분야에서는 ‘왕언니’로 통한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관광안내소 통역 요원들이 필요했어요. 서귀포시청을 위해 봉사해달라는 주문 때문에 발을 디디게 됐어요.”

당시 이연심씨는 일본어 국제 가이드로 수입이 짭짤했다. 그런 그에게 관광안내소에서 일을 해달라는 건 그다지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제주도를 알릴 기회를 만들겠다고 덤벼든 지 10년이 되어 간다.

그 사이에 관광 패턴도 확연하게 달라졌다. 10년전 관광은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행태가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계층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요 관광지만 보고 지나치기보다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에 대한 욕구가 강해졌다.

“관광객들이 아주 구체적으로 질문을 해 와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죠.”

그렇다면 이연심씨가 바라보는 안내소의 역할은 뭘까. 그는 ‘안내’로만 그쳐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안내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단다. 그가 생각하는 ‘플러스 알파’는 환한 미소는 물론, 친절이 가미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거기에다 ‘보이지 않는 사명감’이 덧붙여져야 한다.

그가 전해준 에피소드는 바로 ‘플러스 알파’에다 ‘보이지 않는 사명감’으로 충분했다.

“3년전 천제연 관광안내소에서 일을 할 때죠. 일본 후쿠오카에서 온 65세 아줌마, 아니 할머니죠. 혼자 여행을 왔는데 뭔가 불안해보였어요. 한국어를 전혀 모르길래 ‘일이 생기면 전화를 주라’고 제 핸드폰 번호를 알려줬어요. 그런데 퇴근 후 밤 11시쯤 그 할머니한테서 전화가 걸려왔어요. 울면서 숙소를 잃었다는 거였어요. 숙소 이름도 모른다잖아요.”

그는 일본인 할머니의 전화를 받고 달려갔다. 1시간을 헤맨 끝에 숙소를 찾았다. 일본인 할머니는 덕분에 3박4일의 일정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일본인 할머니는 ‘제주도에 대해 너무 좋은 이미지를 갖고 간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생겼다. 제주시 한림에 숙소를 둔 대학생 4명이 저녁 7시를 넘겨 관광안내소를 찾아왔다. 마침 이연심씨는 퇴근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쉬리의 언덕’을 비롯한 중문지역을 둘러봐야 한다는 학생들의 얘기를 듣고는 깜짝 가이드를 자청했다. 그 학생들이 제주시로 가는 막차를 탈 수 있도록 자신의 승용차에 학생들을 태우고 순회를 하기도 했다.

그는 그같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필(느낌)이 오면 액션(행동)으로 들어간다’고 표현했다.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고 상관은 없단다.

“가끔 필이 와요. 그러면 기분이 좋아져요. 물론 보람이 있죠.”

이연심씨가 제주도를 처음으로 찾았다는 관광객을 상대로 어떻게 제주관광을 하면 좋은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관광안내소는 ‘친절’이 필수다. 그러나 그는 상냥한 목소리만 친절이 아니라고 한다. 관광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 친절이라고 외친다. 그러기 위해 노력은 필수일 수밖에 없다.

‘왕언니’로 통하는 그는 몸에 밴 친절에 웃음을 달고 다닌다. 정작 그는 ‘웃음 1급 자격증’을 지닌 강사로 이곳저곳에 웃음을 전하느라 늘 분주하다.

“일이 나를 살려줘요. 아줌마라서 집안 일을 하다보면 찡그릴 일이 많잖아요. 하지만 사람들을 대하면서 늘 웃다보니 기분이 풀리죠.”

그러나 일에 대해서는 의무감을 갖지 말라고 한다. 공복(公僕)으로 불리는 공무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의무감으로 생각하면 부담만 쌓일 뿐이란다.

“일본말에 이런 말이 있어요. 인정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다(なさけは ひとの ためならず)고 하거든요. 곧 베푸는 건 자기자신을 위한 것이죠. 스스로와 자손을 위해 베푼다고 생각하면 언젠가는 그걸 돌려받게 돼요. 그래야 일이 즐겁죠.”

인터뷰 중간중간 관광객들이 안내소로 들어온다. 그럴 땐 인터뷰가 중단된다. 이연심씨는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를 관광객들에게 자세하게 안내하는 건 물론, 그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은 메모를 해뒀다가 정보를 전해주곤 한다. ‘중국에서 요트를 끌고 올 건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말고기 육포는 어디서 파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그 답을 얻어 관광객들에게 전해준다.

그에게 꿈이 있다면 자신의 체험을 전해주고 싶은 것이다.

“친절 강의를 하고 싶어요. 관광 현장에서 접하다보니 친절 마인드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어요.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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