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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은 물론 제주거주 작가를 외부에 알리는 서포터”
“이중섭은 물론 제주거주 작가를 외부에 알리는 서포터”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1.06.06 10:44
  •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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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열전 ⑦ 주부에서 공무원으로 변신…이중섭미술관 큐레이터 전은자씨

이중섭미술관 큐레이터인 전은자씨가 이중섭 자화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주부로 산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주부라는 직업에서 공무원이 된다는 것, 그건 더욱 어려운 일일테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걸 가능하게 만든 이가 있다. 이중섭미술관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전은자씨(55)다.

전씨가 ‘공직’이라는 틀에 들어온 건 지난 2007년 8월이다. 그는 전임계약직 공무원으로 발을 디뎠다.

“애들을 대학에 보낸 뒤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2005년 학예사 시험이 있길래 응시를 해서 합격을 했죠.”

그게 계기가 됐다. 50이면 지천명이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나이’에 새로운 일에 나섰다. 어찌보면 ‘홀로서기’의 시작이었다.

“제주도의 예술이 아무래도 열악했죠. 평소 미술에 관심이 있었고, 화가의 서포터가 되고 싶었어요. 마침 이중섭미술관에서 학예사를 찾고 있었죠.”

그의 미술과의 인연은 무척 오래다. 고교 때 은사인 동창 이경훈 화백은 그를 미대에 보내려 했으나 오히려 여고시절 전씨는 무역을 하며 세계를 돌아다니는 꿈을 꿔왔다. 그래도 그는 붓을 놓지 않았다. 결혼 후에도 취미생활로 미술활동은 줄곧 이어졌다.

자신의 열정과 숨겨진 미술에 대한 끼는 이중섭미술관에서 꽃을 피우는 듯하다.

이중섭미술관 큐레이터로 오자마자 큰 일을 맞는다. 이중섭 특별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중섭의 원화 9점을 빌려서 치른 특별전이었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늘 불만이었다. 이중섭은 없고, 이중섭미술관만 있기 때문이었다. 매우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이중섭의 작품을 구매할 입장도 아니었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전은자 큐레이터.

“기획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유종욱 작가라면 이중섭의 소를 끄집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봤어요.”

2008년 11월. 외부작가의 첫 전시가 이중섭미술관에서 열린다. ‘유종욱의 소, 흙 소 전(展)’이다. 평면에 머물러 있던 이중섭의 작품이 작품 밖으로 나왔다. 유종욱은 평면에서 꿈틀대던 2차원의 소를 불러냈다. 이중섭이 없다고 불만하던 이들에게 이중섭의 소를 재음미하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 셈이었다.

노력의 결과였을까. 지난 2009년엔 이중섭의 작품도 구입하는 기쁨을 맞는다. 이중섭의 작품을 기증받기만 하던 미술관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낸 기분이었다. 당시 구입한 작품은 <꽃과 아이들> <선착장을 내려다본 풍경> 등 2개 작품으로 작품의 이름을 단 전시회도 개최했다.

전씨가 이중섭미술관 큐레이터로 오면서 관심을 둔 건 ‘제주도’였다. 제주도에 있는 미술관인만큼 제주도의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열망은 그로 하여금 제주에 거주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이중섭미술관에 내걸도록 했다. 지금까지 그런 노력으로 제주거주 작가 100여명의 작품이 일반인들과의 호흡을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렇다면 큐레이터로서 그가 생각하는 공무원은 뭘까.

“관람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해드리는 것이죠. 제주에 와서, 이중섭미술관에 와서 좋은 이미지를 안고 가도록 도와드려야죠.”

그러기에 관람객들의 희망사항을 수집한다. 1년내내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건 물론, 아트숍 상품개발에도 애를 쓴다. 아트숍에서 파는 상품 가운데는 문구 판매가 으뜸이다. 이중섭지우개인 경우 미국에서 팔아달라는 제안을 거절할 정도였다. 이유는 ‘이중섭미술관에 와야 살 수 있는 유일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화가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이중섭. 그와 매일 만나는 전은자씨가 부럽기도 하다. 전씨는 이중섭을 매일 만나지만 이중섭을 더 그리워하는 이가 있다. 이중섭의 부인인 이남덕씨(90·일본명 야마모토 마사코)다.

“이남덕 여사를 이 곳에 모셔오고 싶어요. 올해 7월부터 2개월간 이중섭 특별전이 있거든요.”

전씨는 그런 꿈을 꾸면 산다. 꿈을 더 보탠다면 이중섭의 작품 구입은 물론, 제대로 된 <이중섭 도록>을 이 곳에서 만들어내는 일이다.

이중섭의 <황소> 앞에 선 전은자 큐레이터.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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