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8:27 (화)
“눈(雪) 처리에 인력 쓰느니 그 시간에 주민들 아픔 처리하죠”
“눈(雪) 처리에 인력 쓰느니 그 시간에 주민들 아픔 처리하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1.07.17 11:1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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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열전] ⑨ 겨울철 ‘눈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고원혁 표선면 건설담당

21세기는 아이디어 싸움이다. 신기술이 좌우하는 IT 분야에만 아이디어 싸움이 있는 건 아니다. 직장내에서도 아이디어 하나가 사내 분위기를 바꾸는 건 물론, 해당 직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일등공신이 되기도 한다.

아이디어는 일반 직장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시민들과 늘 호흡해야 하는 공직사회는 더 필요하다. 서귀포시 표선면 고원혁 건설담당(43)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그가 낸 아이디어는 겨울철 가장 골칫거리인 ‘눈과의 싸움’을 이기게 만들었다. 트랙터에 삽날을 붙인 제설방비와 결빙된 도로를 녹게 만드는 차량을 착안했다.

“2009년 1월 9일이었죠. 서귀포로 발령이 나면서 임명장을 받아야 하는데 일주도로까지 눈이 쌓여 서귀포로 넘어가지를 못했죠.”

기발한 아이디어로 '눈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표선면 고원혁 계장.

눈과의 기막힌 인연은 그가 임명장을 받는 날부터 시작됐다. 서귀포의 첫 겨울은 그렇게 지나갔다. 하지만 눈만 오면 직원들은 모래를 뿌리는데 동원되는 등 공무원 본연의 업무보다는 눈을 치우는 게 오히려 일이 될 정도였다.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읍면에 널린 트랙터였다.

“트랙터 암(팔)이 있거든요. 삽날만 바꾸면 제설 장비로 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죠. 도로관리사업소에 문의를 하면서 삽날의 각도를 조정했어요.”

그는 서귀포 첫 입성을 가로막은 눈과의 본격적인 싸움을 선언했다. 제설용 삽날을 붙인 트랙터는 표선면에서 첫 가동됐다. 그 때가 지난해 12월이었다. 제설용 삽날을 부착한 트랙터는 마을에서 직접 운영을 하도록 했다. 성공이었다. ‘눈과의 싸움’에서 패배했던 기억을 말끔히 씻어낸 승리였다.

이젠 겨울은 걱정되지 않는다. 그의 아이디어는 표선뿐 아니라 대정·남원·안덕 등지에도 투입됐다. 그의 아이디어는 누구 한 사람을 위한 게 아니다. 눈을 치워야 하는 동료, 눈 때문에 힘들어하는 주민, 눈으로 제주관광 일정에 차질을 빚는 관광객 모두를 위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중산간 지역은 트랙터로 문제를 해결했으나 정작 차량이 많이 다니는 시가지는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차량이 오가면서 밟은 눈으로 결빙이 되는 구간이 생겨났다. ‘인력을 동원해서 삽질하는 방법 뿐일까?’라는 생각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 “그래, 바닷물이다.”

고원혁 계장이 '50만원의 기적'을 일군 도로 결빙 제거용 노즐을 설명하고 있다.

올해 1월, 그는 바닷물을 트럭에 담고, 바닷물을 뿌릴 수 있는 노즐을 만들었다. 비용은 불과 50만원. 수많은 인력을 동원해 얼음을 깨던 기억을 한 순간에 날려버렸다. 트럭을 몰 수 있는 직원만 있으면 겨울철 도로 결빙은 이제 문제가 아니다. 50만원이 기적같은 일은 해낸 셈이다.

‘눈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고원혁 계장은 “도구가 생기면 인력의 여유가 생긴다”며 “눈 내린 날에 눈을 치우러 수많은 공무원들이 동원되는 것보다 동파 처리한 곳을 둘러보고 고쳐주는 게 낫다”고 말한다.

대체 그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올까.

“자꾸 봐야 해요. 눈이 가야 머리도 움직이죠.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자기 자리만 보일 뿐이죠.”

그의 말처럼 주변에 대한 관심이 아이디어를 불렀다. 책상에만 앉아서 이뤄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런 바탕엔 그가 제주지방국토관리청에 몸담은 시절이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전에 일을 했던 곳으로, 그는 그 곳에서 중앙단위 교육을 받으며 기술자로서 그의 실력을 키워갔다. 그는 10년동안의 그 생활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공무원을 ‘공복’이 아닌, ‘지역의 파수꾼’으로 부른다.

“읍면 공무원들은, 특히 건설 파트는 남들이 잘 때 깨어 있어야 해요. 주민의 안위를 지키는 게 우선이니까요.”

그는 새로 들어온 후배 공무원들에게 기술을 습득시키는 일도 잊지 않는다. 그런데 그는 후배 공무원을 ‘동생’이라고 부른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얼굴을 맞대고 늘 함께 하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동생’을 챙기는 그는 윗선의 인정보다는 밑에 있는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공무원이 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언제든 출동할 준비가 돼 있다. 고원혁 계장의 서랍엔 우비, 의자 옆엔 장화와 등산화가 있다.

항상 출동 준비를 하고 있는 고원혁 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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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hfh 2011-07-18 17: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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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2011-07-17 20:49:29
정말!!
이런 공무원을 격려해야 합니다.
지난 겨울에 개인적으로 표선면관내가 서귀포시내, 남원읍관내 보다도 더 어려운 곳임에도 눈상태를 보면서 매우 궁금했었는데 당시에 고원혁계장님 아이디어라는 말을 듣고 매우 감동했으며 직접만나 격려의 말씀을 전한바 있는데 다시 보도가 나왔군요. 도인사부서에 말씀을 드린바도 있지만 이런분은 인사에 반드시 배려가 있어야할 것입니다.

정말!! 2011-07-17 20:49:16
정말!!
이런 공무원을 격려해야 합니다.
지난 겨울에 개인적으로 표선면관내가 서귀포시내, 남원읍관내 보다도 더 어려운 곳임에도 눈상태를 보면서 매우 궁금했었는데 당시에 고원혁계장님 아이디어라는 말을 듣고 매우 감동했으며 직접만나 격려의 말씀을 전한바 있는데 다시 보도가 나왔군요. 도인사부서에 말씀을 드린바도 있지만 이런분은 인사에 반드시 배려가 있어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