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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받아들여야 국제도시가 되죠”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받아들여야 국제도시가 되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1.07.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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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제주인] 제주유리박물관 운영하는 유리 공예가 정문건 관장

제주유리박물관을 운영하는 유리 공예가 정문건씨.

바다와 섬을 좋아하는 이가 있다. 그가 택한 곳은 바로 제주도였다.

“제주도는 공기도 좋고, 만인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잖아요.”

서귀포시 상예동에 위치한 제주유리박물관을 운영하는 정문건 관장(67)은 부산 출신이면서도 ‘경상도’에만 머물지 않았다. 전국 각지를,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세상을 익힌 그야말로 ‘다국적’이다. 친구이면서 성우인 배한성씨와 한국인 최초로 자동차로 시베리아를 횡단한 이력도 갖고 있다.

그는 홍익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화백’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가 ‘유리 공예가’로 변신을 한다.

“미술을 하는 이들은 프랑스를 택하거든요. 그런데 유별나게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죠. 같은 유럽이지만 미술의 중심지는 더 이상 파리가 아니죠. 오히려 뉴욕이랄까, 런던이라고 할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 미술의 중심지가 되는 것이죠. 그러다 입체를 접했어요.”

그 입체는 바로 유리공예였다. 평면을 다루던 그에겐 새로운 세계였다. 1970년대 런던에 머물던 그는 이후 20년간 유리에만 매달렸다. 유리 공예를 배우기 위해 자동차로 유럽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 유리 공방을 찾아다니고, 작가들도 만났다. 유리는 과학적인 분야이기에 나름대로 연구를 하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눈을 떴다.

우리나라로 돌아온 그는 경기도 김포에 유리박물관을 개관했다가 아예 제주로 모든 것을 옮겨온다. 바다가 있고 공기도 좋은 제주도는 그가 마지막으로 머물 정착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벽을 만났다. 육지와 제주토박이라는 선을 경험해야 했다.

“모두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선을 긋더군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배타적인 면이 있죠. 우리나라 자체가 그렇지만 제주도는 좀 더 심한 편이예요.”

그는 말한다. 제주도는 더 이상 동떨어진 섬이 아니라고. 제주도는 대한민국 관광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지만 아직도 예전 개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충고를 한다.

“국제자유도시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려면 외부의 의견을 많이 수용해야 해요. 늘 자신 주변만 봐 온 사람들은 그 주변의 가치가 중요한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죠. 진정한 제주도의 아름다움은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아는 경우도 많아요. 제주도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백지 상태로 만든 뒤 제주도를 바라보면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최근 제주도관광협회 주관으로 이뤄진 관광기념품 공모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털어냈다.

유리 공예를 하고 있는 정문건씨.

“공모전은 심사를 위한 심사가 돼서는 안돼요. 관광기념품이라면 제주도를 찾는 고객들에게 팔아야 하잖아요. 팔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죠. 자동차를 보세요. 고객들은 무엇을 우선으로 하나요. 시각적 효과가 있어야 팔립니다. 공모전은 예술작품을 심사하는 것이 아닌 상품개발이라는 점을 생각해야죠.”

정문건 관장은 도로 곳곳에 내걸린 안내 표지판이 흉물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관광업체를 소개하는 간판이 도로에 내걸리면서 제주도의 경관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제주유리박물관을 소개하는 간판을 찾을 수 없었다.

“제주도는 도로가 좋잖아요. 게다가 요즘은 내비게이션도 있는데 굳이 간판을 이 곳 저 곳 내걸어 흉물로 만들고 있어요. 업체를 소개하는 불법 간판도 많은데 괸당이라고 봐 주다보니 뜯지도 못하는 실정이 아쉽네요.”

그는 제주에서 말하는 ‘육지 사람’이다. 그러나 더 이상 ‘육지 사람’이 아니다. 그는 엄연한 제주도민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과 같은 ‘육지 사람이면서 제주도민’인 이들이 제주에 많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정문건 제주유리박물관 관장이 자신을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고객과 유리 공예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오픈 마인드를 하고서 받아들여야 해요. 그렇게 융화를 시켜야 국제화가 되는 것이죠. 더 이상 제주도는 제주도, 육지는 육지인 시대는 지났어요. 제주에 정착해서 살고 있는 육지 사람들이 제주를 위해 희생할 기회를 줘야 해요. 그게 바로 아름답고 좋은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제주유리박물관이 탄생한 건 오래지 않다. 그러나 여기서 만드는 제품은 국내 특급호텔을 장식하고 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사용된 유리제품도 제주유리박물관의 협찬을 받았다. 그러기에 그는 자신과 같은 이들을 이용하라고 한다. 더 이상 숨어 지내는 ‘육지 사람’들이 없게 해달라는 주문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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