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지를 가지고 일하죠. 이 일로 가정이 편하잖아요”
“긍지를 가지고 일하죠. 이 일로 가정이 편하잖아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1.08.2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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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열전] ⑭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 일등공신 제주시청 환경미화원 박종안씨

환경미화원으로 일을 한 지 25년인 박종안씨.
더운 여름철 음식물과 싸움을 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 찌는 여름, 밤에도 이어지는 열대야 속에서 음식물은 열기를 받으며 강한 악취를 풍겨낸다. 하지만 이런 악취와 늘 함께 하는 이들이 있다. 다름 아닌 환경미화원들이다.

환경미화원들은 새벽부터 일을 나선다. 웬만한 이들은 단꿈을 꿀 때 그들은 출근을 하기 위해 이불을 걷는다. 환경미화원 박종안씨(54)도 그같은 일상과 함께 하고 있다.

“새벽 3시에 일어나야죠. 25년동안 그랬어요. 그러나 아직도 집사람이 깨워주죠. 새벽잠이 많거든요.”

늘 별과 함께 하는 일상이다. 그가 환경미화원 일을 한 건 지난 1986년부터다. 2개월 후면 만 25년이 된다. 당시만 하더라도 시선이 곱지 않았다.

“집안에서 모두 반대를 했죠. 3년간은 얼굴을 가리고 다녀야 했어요.”

사업을 했던 그였기에 혹시나 아는 이를 만날까 두려웠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그 때는 환경미화원을 바라보는 눈길이 달랐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요즘은 젊은이들도 환경미화원을 하려고 뛰어들 정도가 됐다. 여기엔 안정적인 직업을 구하기가 예전만 못한 점도 작용하고 있다.

“사회적 인식이 바뀐 건 IMF 이후죠. 예전에야 없는 이들이 하는 직업이 환경미화원이었지만 지금은 대학 졸업자들도 수두룩해요. 먹고 살만한 사람들도 많아요. 특히 제주도는 제조업체가 많지 않아 더 그런 것 같아요.”

환경미화원은 직업으로는 안정돼 있다. 그들은 바로 공무원이다. 아쉬운 점은 아직도 공직사회와 일반인들은 환경미화원을 공무원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환경미화원’ 자체에만 눈길을 준다. 공무원들이야 직급에 변화가 있지만 그들은 1년을 하든, 10년을 하든 ‘환경미화원’이기에 그렇다.

현장에서 늘 쓰레기더미와 싸워야 하는 그들이기에 더위와 추위는 견디기 쉽지 않다. 여름엔 바닥의 열기와 차에서 뿜어나는 열기로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된다. 열조끼와 얼음조끼만 공급됐으면 하는 바람이 환경미화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어려움이야 숱하다.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예전엔 사망사고도 종종 일어나곤 했다. 부상과 싸우는 이유는 시민들이 제대로 된 분리수거를 해주지 않아서다. 클린하우스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박종안씨를 비롯한 환경미화원들이 보기엔 여전히 분리수거는 먼 일이다.

“엊그제 동료가 깨진 유리에 다쳤어요. 재활용 통에 깨진 유리를 그냥 버려서 그래요.”

동료만 그런 건 아니다. 몇 년전 자신도 응급실 신세를 져야 했다. 일반쓰레기를 골라내다가 깨진 병에 손가락 부상을 입었다. 그래서 그들은 불법 쓰레기 투기하는 장면을 그대로 지나치지 않는다. 자신들이 보는 앞에서 불법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과는 언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우리들이 눈으로 보고 있는 데 불법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면 환경미화원이 뭐냐고 되레 따져요. 자신은 청년회, 부녀회라면서 지역 유지를 강조하기도 해요.”

그래도 고생한다고 말을 건네주는 시민들이 있어야 힘이 난다고 한다. 예전 집에서 잔치를 하는 시절엔 식사대접을 해주는 이들도 있었다.

얼마전 찾아온 태풍 ‘무이파’는 그를 클린하우스에만 매달리게 하지 않았다. 태풍이 지나간 흔적을 치워야 하는 것은 박종안씨를 비롯한 환경미화원들이다. 쓰레기가 쌓이는 곳엔 그들이 없으면 안된다. 그러기에 박씨는 아쉬움이 많다.

박종안씨는 환경미화원이 공무원으로서 제대로 대접을 받으려면 행정에서 그들의 애로점을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환경미화원 대부분은 목디스크를 호소한다. 박씨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겐 직업병이지만 입원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원이 되지 않는다.

“우린 시민들을 위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죠. 환경미화원이라는 직업에 긍지를 갖고 일해요. 이 일을 함으로써 가정이 편안해지고 애들도 다 길러냈거든요. 하지만 행정에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일을 해줬으면 해요. 기왕 설치한 클린하우스 효과를 보려면 행정이 앞장서는 수밖엔 없죠. 깨진 사기그릇은 어디에 버려야 할까요? 모르시죠.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니까요.”

박씨의 말을 들으니 기자도 사기그릇은 언제, 어떤 봉투에 버려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정년을 3년 남겨둔 그는 환경미화원들이 제대로 된 공무원 신분을 보장받으려면 관련 부서의 관심이 중요함을 일깨웠다.

“안전화와 조끼는 1년에 하나만 지원돼요. 턱없이 부족하죠. 여름철 작업복은 시원한 것으로 지원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가 ‘갈옷’으로 제안하기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담당 공무원과 어느정도 대화가 되려면 다른 곳으로 발령을 내니…….”

시민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을 해결하는 환경미화원. 하지만 그들은 공무원이면서도 여전히 공무원 세계와는 단절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들은 행정이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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