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없었으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없었으면”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1.09.18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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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열전 17]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 찾아 보듬기 21년'… 신은숙 제주보건소 방문간호담당 간호사

신 간호사가 자신이 맡고 있는 방문가정을 찾아 건강을 진단하고 있다.
우리는 '복지'가 모든 분야에서 관심의 핵으로 떠오른 시대에 살고 있다. '복지'는 '보건'이 가장 가까이 있을 때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때문에 보건이 함께하지 않는 복지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국민은 모두가 의료와 의보 혜택을 받고 있음을 느낄 때 비로소 복지국가에 산다는 걸 실감한다.

소외받고 처지가 어려워 의료 서비스는 무관하게 여기며 사는 이웃들을 직접 찾아가 이들의 건강을 보듬고 삶의 활력을 주는 이들이 있다. 바로 방문간호사들이다.

1990년부터 21년째 주로 도내 읍면지역을 돌며 방문간호업무를 해오고 있는 신은숙 제주보건소 방문간호담당 간호사(50).

신 간호사는 남제주군보건소에 처음 부임했을 때부터 조산과 모자보건 관련 업무, 1993년 북제주군보건소로 옮겨 15년 동안 한림지역에선 다문화가정과 장애인 재활사업을 했다.

“처음 다문화가정이 생기기 시작할 때 주로 조선족과 필리핀․베트남 출신 엄마들이 많았죠. 그들은 말이 잘 통하지 않고 문화적인 차이로 가정에서 소통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많이 호소했습니다. 그들을 찾아 문제를 잘 풀어줬을 때 기뻐하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집안 병풍 뒤에 숨은 아이를 밖으로 나오게 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전한다.

10여년 전 신 간호사가 처음 방문했을 때 한림지역에 사는 이모씨(당시 20대)는 가정사정이 어렵고 몸이 아팠지만 하루 한 끼 밖에 먹지 못하고 집안에 방치된 상태였다.

그러나 신 간호사가 방문간호를 통해 꾸준히 돌본 보람이 있어 몸도 나아지고 대학까지 졸업해 이제는 어엿한 40대의 사회인이 됐다.

신 간호사가 방문간호를 통해 죽음만 기다리던 한림지역 ‘욕창’ 환자를 살려낸 일도 잊을 수
없다.

이 환자는 뼈가 보일정도로 욕창 부위가 넓었지만 진료를 받지 못해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이었지만, 계속 물리치료와 진료를 통해 아픈 부위가 완치가 돼 고마워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음에도 고맙다는 감사의 편지를 받으면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방문간호대상자의 자료를 뽑고 있는 신 간호사.
2007년부터는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에 따라 신 간호사는 방문간호를 하고 있다.

대상은 기초생활 수급자, 차상위 계층, 다문화가정, 건강위기가정 등이다. 제주보건소에는 담당간호사 20명이 관리․책임을 맡고 있다.

간호사 1명이 한 가정씩, 대상가정을 찾아가 노출된 건강위험도를 파악하고 진료하는 것을 비롯해 정신적․경제적 문제는 동사무소나 복지관 등에 연계해 풀어주도록 노력하고 있다.

방문간호사들도 애로사항이 많다. 이들은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로 계속 대체 채용하고 있어 이직률이 높다.

신 간호사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훈련시켜 신분보장이 되고 처우도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문 간호를 하면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만나면 난감해진다.

이들에게 접근하기도 어렵고, 진료를 거부하면 치료할 기관도 부족하다. 특히 방문간호사들은 여성이기 때문에 폭력 등에 쉽게 노출이 돼 있다.

“방문 간호를 하다보면 맟춤형 방문건강관리 대상에 사각지대가 있음을 보게 돼 안타깝다. 우리 주위에 방문간호 관리대상에서 제외되고 소외된 또 다른 의료취약계층이 많다. 이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는 신 간호사의 말에 힘이 들어가 있다.

이와 반대로 경제적 여유가 있음에도 법의 맹점을 악용해 공짜로 의료혜택을 보려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아 씁쓸하게 하기도 한다.

맞춤형 방문건강관리 대상자로 지정되려면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도 제도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게 신 간호사의 주장이다.

“대상자의 자료가 보건소에 오픈되지 않아 행정기관의 사회복지과나 노인복지과, 동사무소 등을 거쳐 명단을 받아야 지정할 수 있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개인정보 누출방지 차원이라지만 대상자 본인이나 보건소 모두가 복잡하고 불편한 게 현실이다. 보건소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민들을 위한 복지와 보건이 효율적으로 함께 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걸 보여준다.

보건소를 찾아온 방문간호대상 관계자와 일정을 의논하고 있는 신 간호사.
신 간호사는 바쁜 업무 가운데도 드럼을 익혀 요즘 ‘난타’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신 간호사가 속해 있는, 여성으로 만 구성된 ‘수드락 난타앙상블’이 오는 22일 제주에서 열리는 여성영화제 오프닝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소개한다.

“앞으로 방문 간호사업이 인정을 받을 수 있고, 방문간호사들이 처우가 개선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는 신 간호사는 “방문간호 대상자들이 건강하고 편안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말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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