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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채윤아! 자폐성 장애지만 네가 있어 고맙다"
<4> "채윤아! 자폐성 장애지만 네가 있어 고맙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11.10.1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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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성 장애아 채윤 어머니 이정희씨 인터뷰

인터뷰어 : 안녕하세요? 채윤이 어머님. 먼저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방학 때 ‘아시아 지적장애인 대회’가 제주도에서 열렸는데 참석하셨다구요?

채윤맘 : 네. 제주도에서 아시아 지적장애인 ‘장애 부모 교류의 밤’이 ‘자유를 넘어 행복으로’라는 주제로 행사를 했어요. 이런 세계적인 행사에 채윤이와 가족들이 초대되어 참 영광스러웠습니다.

인터뷰어 : 저도 채윤이를 잘 알기는 하지만 우리 채윤이 소개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채윤맘 : 우리 아들 채윤이는 자폐성 장애 1급인데 궁금한 게 많고 호기심이 많은 아이예요. 어릴 때는 잃어버릴까봐 노심초사하였고 어디든 올라가기 좋아했었고, 화장실 집착, 문 닫는 집착, 한동안 자기 머리카락을 자르더니 이제는 글자 쓰기를 굉장히 열심히 해요. 채윤 아빠와 채윤이 교육 때문에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인 것 같아요.
이제는 조절할 수 있고 지시에 잘 따르는 의젓한 채윤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지요.

인터뷰어 : 자폐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이 참 쉽지 않고 또 부모님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데 참 대단하세요. 이번 행사에서도 채윤이 활약이 대단했겠네요?

채윤맘 : 외국 분들도 많이 오셔서 그런지 행사 내내 4시간을 제자리에 앉아 의젓한 모습을 보여줘 다른 분들이 자폐성 장애가 맞냐고 하더라구요.(하하하)

행사 때 줄넘기를 앞으로, 뒤로, 가위뛰기를 10번씩 거뜬히 해내고는 채윤 아빠가 즉석에서 메모한 “제주도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를 또박또박 한 글자씩 읽어 많은 분들께 박수와 찬사를 받았습니다.

인터뷰어 : 제20차 아시아 지적장애인대회 제주도 행사에 데츠유끼씨도 왔다던데 만나 보셨습니까?

채윤맘 : 일본 최초 자폐증 공무원인 데츠유끼씨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전날 잠을 설쳤을 정도예요.

2003년 9월 채윤이의 특별함(자폐성 장애)을 알고난 후 자폐성 장애에 관련정보를 접하면서 데츠유끼님에 관련된 책, 만화, KBS 스페셜 ‘달리다, 세상속으로’등을 통해 당시의 절망 속에서 많은 희망을 갖게 되었어요.

인터뷰어 : 사실 많은 분들이 장애를 딛고 사회생활을 하지만 우리 자폐성 장애인들에게는 참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는데 데츠유끼씨가 가능성을 보여주었지요. 데츠유끼씨도 대단하지만 그 어머니의 노력이 무엇보다 뒷받침 되었을 텐데요. 만나는 보셨습니까?

채윤맘 : 네. 데츠유끼님 어머님과 한참 언어의 장벽을 넘는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정말 남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여서 참 소중한 대화였고, 아이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어요.

데츠유끼님의 어머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더군요.
“아이가 정상의 범위인 100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지금 아들은 IQ 50까지 도달했습니다. 나머지 50은 이웃의 도움으로 채울 수 있습니다. 신체 장애인은 그 나머지 50을 휠체어의 도움으로 채우지만, 정신 장애인들은 이웃의 이해와 지원으로 채워져야만 합니다.”

현재 40세인 데츠유끼님과 그 어머님의 국적 간 언어적 문제는 우리 두 가족의 진심을 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서로 악수를 하며 사진촬영을 하고 마지막 서로에게 ‘화이팅’하며 헤어질 때까지 20여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우리 가족에게 깊은 여운과 큰 희망, 지칠 수 없는 힘을 주셨답니다.

인터뷰어 : 채윤 아버님께서 우리 채윤이를 참 자랑스러워 하셨겠어요.

채윤맘 : 채윤아빠가 채윤이 장기자랑을 끝내고 “저는 채윤이로 인해 행복합니다. 여러분 꿈을 크게 가지십시오. 채윤이가 커서 장가도 가고 직업도 가질 수 있도록 열심히 키우겠습니다.“라며 큰 소리로 인사말을 했어요.

예전에 문제행동이 많았던 채윤이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가면서 웬지 모를 벅찬 느낌에 울컥했답니다.

인터뷰어 : 가족들 상담을 하다 보면 장애아이 자신보다는 가족들의 힘든 모습을 보게 되는데 채윤이 가족을 보면 채윤이 뿐 아니라 가족들이 모두 밝아서 참 보기 좋습니다.

이번 행사 끝나고 가족들이 더 단단하게 결속되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채윤맘 : 행사장 끝나고 아빠 곁에서 아빠 모습을 보며 뒷짐 지고 성큼성큼 내걷는 채윤이, 이에 질세라 채윤이 곁에서 더 멋나게 뒷짐 지며 걷는 5살 채윤이 동생, 채윤이 뒤에 떠밀려 제대로 된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고맙게 잘 자라준 엄마의 친구이며 채윤이의 힘이 되어 준 채윤이 누나.

행사장 앞 바닷가를 보면서 우리 가족 다섯은 ‘화이팅’하며 큰소리로 외치고 숙소까지 ‘와아~~’하면서 달리기를 했답니다.

가족이 있어 행복하고 그 안에 채윤이의 특별함이 있어 더 애틋하고, 그로 인해 우리 가족은 더 단단해지고 더 힘차고 더 아름다워지는 것 같아요.

인터뷰어 : 채윤이 어머님을 뵐 때마다 앞으로 채윤이가 더 많이 변하게 되리란 기대를 가지게 됩니다.우리 사회가 장애를 그자체로 존중하고 관심을 가져 주기 위해서 우리가 함께 노력해요.

다함께 “화이팅~~”

제주가 좋아 제주도로 전근 온 특수교사 백수령의 ‘제주에서 만난 사람’ 인터뷰.

나와 너는 다르다. 자연도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남자와 여자가 다르고, 아이와 어른이 다르고 민족간 문화가 다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이해가 시작된다. 나와는 다른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프로필>
신제주초등학교 특수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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