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남성의 전유물인가. 아무리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남성이라고 하지만 술은 남성만을 위한 건 결코 아니다. 여기에 ‘술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당당히 외치는 젊은 여성이 있다.
허혜원씨(29·스페이스 약념 대표)는 ‘막걸리를 빚는 여성’으로 통한다. 젊은 여성이 ‘왜 술에 빠졌을까’ 궁금해졌다.
“원래는 떡과 한과 등 음식을 전공했어요. 전통식생활문화가 전공이죠. 대학원을 다니며 강좌 하나를 듣게 됐는데 ‘전통주’였어요. 음식에 대해서는 모든 코스를 다 밟았다고 생각한 제게 ‘전통주’가 어서 오라며 손짓을 했어요.”
그가 전통주의 매력에 빠진 건 단순히 취하는 ‘술’의 개념이 아니었다. 전통주는 우리가 매일 먹어야 하는 ‘밥’이 들어있기 때문에 그는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가 가장 매력적으로 여기는 술은 일명 ‘동동주’로 불리는 부의주(浮蟻酒)다. 부의주는 단 한 차례 빚어서 나오는 술로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향해 ‘막걸리를 빚는 여성’이라고 부르는 걸 거부한다.
“막걸리는 거르는 방식의 하나죠. 막걸리를 빚는 게 아닌 ‘술을 빚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주변으로부터 ‘왜 술을 빚느냐’며 핀잔을 받기는 하지만 술을 잘 이해하면 그런 오해는 풀리죠.”
술엔 ‘흥청망청’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닌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광기를 부린 것도 술이라는 단어에 따라붙는 ‘흥청망청’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허혜원씨가 해석하는 술엔 ‘흥청망청’이 없다.
“다들 술이라면 흥청망청 마시는 걸로 생각하죠. 그러나 치유가 되고, 약이 되는 음식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그가 대표로 있는 ‘약념(藥念)’의 의미를 들여다보면 그의 생각이 읽힌다. ‘약념’엔 그의 손을 거친 건 ‘모든 건 약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함축돼 있다. 그래서 그가 빚어서 내놓는 술도 약이 될 수 있단다.
“음식은 마시고 먹는 것이지만 마시고 먹는 게 따로따로가 아닌 하나입니다. 술은 취하기 위해서 먹을 수도 있으나 그것보다는 맛을 즐기고 자신에게 약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들이키는 것이죠. 더불어 즐거움도 있고요.”
그렇다면 술을 약이라고 말하는 그의 주량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