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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논란, 사회의식의 진보로 이끌어 내야"
"특별법논란, 사회의식의 진보로 이끌어 내야"
  • 장금항 객원필진
  • 승인 2006.05.18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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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장금항 상명교회 목사, "라르작을 아시나요"

당신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우리의 고향이었던 이 땅을 떠나야 한다며 살고 싶은 지역을 선택하라고 요구합니다. 저기 저 무덤들을 보시겠습니까? 바로 우리 아버지들과 할아버지들이 잠들어 계신 곳...

우리는 늘 여기서 살았습니다. 우리도 이 곳에 묻히길 바랍니다. 우리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요. 그들을 버리라고요. 우리는 못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곳에서 태어났는데 어떻게 이 곳을 떠나란 말인가요? 설령 당신네들이 이 지구상에서 가장 좋은 땅을 준다해도 여기보다는 나을 수 없습니다. 이곳이 우리는 익숙하고 편안합니다. 우리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살 수 없습니다.

―라르작의 농민 저항 운동 회원들이 미국 정부에 보내는 항의 서신 중에서

 

# 자발적인 농민 저항 운동의 위대한 이름 라르작

라르작(Le Larzac)은 프랑스 고원지대의 지역이름이지만 자발적인 농민 저항운동의 대명사가 되었다. 동유럽을 견제하기 위해 NATO의 군사기지를 알제리 전쟁 이래로 군사기지가 있던 라르작일대를 프랑스 국방부가 1970년 토지를 강제 매입하려 토지와 행동을 함께 하기로 한 '103인'의 지역 농민과 여러 사회단체가 10년여 세월을 연대 투쟁하여 막아내었다.

NATO가 미국의 유럽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위한 조직인 것을 감안하면 지역민과 시민단체가 연대하여 미국의 패권주의를 위한 군사기지를 막아낸 사례로 평택에서의 경우에 인용될 수 있겠다.

 

# 진보적 세계관과 보수적인 인생관이 충돌하며 사회의식을 성숙시킨다

그러나 라르작의 진짜 교훈은 보수적인 농민들이 그들의 생존을 위하여 변화 해 가는 과정과 그 속에서 프랑스 사회가 어떠한 사회적 학습을 하였느냐이다.

라르작의 군사기지 확장문제를 두고 좌파적 정당들, 급진적 환경 단체의 세계관과 지역의 치즈산업과 교회, 농민조합등의 보수적 인생관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평범한 농민들이 일상에서 얻을 수 없는 경험을 통하여 "생활조건에서 직접 솟아나는 직관적인 지혜"로 삶을 변화 해 가는 과정이 보수적인 교훈인 것이다.

또 '103인'의 자발적 농민저항운동이 관념화된 좌파적 정당과 조합의 불합리성을 깨우치고, 우파정당과 법원, 보수적인 미테랑까지를 사회적 합리성과 타인에 대한 '돌레랑스'(관용)로 끌어내 프랑스 사회의 집단적 학습을 가능케 해 사회적 성숙을 이루는데 기여했다. 10여년을 정부와 싸우는 동안 마오이즘과 히피까지 온갖 급진파, 지역의 경제단체와 극우보수주의자.

정부의 회유와 책동까지 온갖 난리와 소란이 있었으나, 그것이 소란과 난동에서 그치지 않고 그 경험에서 사회적 성숙을 배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모든일이 6백명의 사제와 프랑스에서 미사출석률이 가장 높은 것을 자랑하던 라르작, 가장 부자이거나 가장 파시스트적인 사람은 아니더라도 가장 보수적인 후보에 투표하던 라르작에서 일어난 일이다.

 

# 행정구조개편, 특별법논란을 사회의식의 진보로 이끌어내어야

행정구조개편의 투쟁과 논란 끝에 행정시장 러닝 메이트로 나서는 저들을 보면 변방의 저항운동이 10년의 세월동안 소외되지 않고 오히려 사회적 학습이 되어 사회 의식들 진보시키는 라르작의 경험이 부럽다.

치명적인 정치 행보에도 그 생명이 다하지 않는 김후보의 경우까지를 생각하면 우리의 정치의식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특별 자치도법의 논란 끝에 지방선거인데도 가장 보수적인 현후보가 특별법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TV토론을 보자면 더욱 그렇다. 도지사, 시장군수가 줄줄이 사퇴해도 행정에 이상 없는 것을 보면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도지사. 시장. 군수의 인물에 너무 의존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투사가 대통령이 되는 세상인데도 지역의 정서와 사회의식은 여전한 현실까지를 생각하면
7,80년대 반독재 투쟁, 87년 이후의 노동의 성과가 사회적 의식의 상승으로 성과화 되지 못하고 권력쟁취로만 머물렀다는 일부의 평가에 긍정이 간다.

 

# 집단의 경험을 의식화했던 라르작의 교훈을

집단의 경험을 사회적으로 의식화했던 라르작의 교훈을 화순항 해군기지, 알뜨르 공군기지 논쟁을 앞둔 제주가 배워야 할 것이다.

논쟁이 있을 터인데 그 때마다 행정편위주의로 찬성. 반대 주민투표 부칠 것이 아니라 라르작의 경험처럼 지역민의 합의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 라르작의 '103인'처럼 지역민을 모을 일이다. 지지부진하고 감정상하는 토론과 논쟁, 심지어 몸싸움이 있다 할지라도 공동의 논의를 통하여 라르작이 그랬던 것처럼 합의된 결론을 제출하는 것이 정말 특별한 제주를 만드는 길이다.

특별법은 특별한 게 없으니 높은 시민의식으로 제주를 특별하게 만들어야 한다.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그 103인 모임에서 논쟁 끝에 '그것은 표결에 부칠 문젭니다'라 했더니 누군가가 '안 됩니다.

투표는 안 돼요. 우리는 모두 힘을 합쳐 결론을 표출해야 합니다'라 했던 저들의 경험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상명에서 장금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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