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출신 ‘세무박사’ 홍성선 제주시 세무2과 주무관
25년 동안 지방세무행정을 맡아오면서 도인의 경지에 오른 이른바 ‘세정달인’의 바람이다.
‘달인’(達人)은 어떤 분야에서 이치를 통달한 가장 뛰어난 사람이다. 치열한 열정과 꾸준한 연구·노력만이 빚어낼 수 있는 경지이다.
제주시청엔 ‘달인’이 있다. 그것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세무분야에서다.
‘세정(세무행정)의 달인’,‘세무박사’로 불리는 홍성선 제주시 세무2과 주무관(50)이 바로 주인공이다. 25년 동안 세무부서에서 근무하면서 일궈낸 영광스런 별명이다.
더욱이 ‘고졸학력, 고용직’이란 불리한 여건을 훌륭히 극복한 인간승리의 본보기이도 하다. 홍 주무관이 걸어온 발자취를 보면 ‘달인’이란 이름이 결코 허명이 아니다.
그는 1983년 제주시청에 고졸 학력에다 고용직으로 공직에 발을 디뎠다. 그 뒤 기능직 전직(1990년), 지방세무직 특채 합격(2001)을 거쳐 현재 지방세무 7급이다.
“처음 총무과에 있다가 인원 감축으로 세무과로 옮겨보니 모두가 행정직이었고 제 혼자 고용직이었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나만이 최고의 실력을 갖출 수 있는 일을 찾겠다는 기본신념을 갖고 덤빈 게 지방세 분야였습니다. 그게 제가 세정에 인연을 맺게 된 계기였죠”
홍 주무관은 20여년 동안 지방세정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정부차원의 제도개선을 이끌어냈고 납세편의 시책을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론적 뒷받침이 약하다고 판단한 홍 주무관은 1995년부터 주경야독, 제주산업정보대학 세무회계과, 제주대학교 회계학과를 거쳤다.
제주대학교 경영대학원 회계학과에서 ‘부동산관련 지방세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담은 논문’으로 경영학석사학위를, 2009년 2월엔 ‘부동산관련 지방세납세의식 영향요인이 납세의지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은 지방세의 납세의식영향요인으로 지방세의 공평성인지도, 지방세의 이해, 행정서비스 만족도 등을 분석해 현행 지방세제도에서 납세자의 편의지원을 위한 법률제정을 제안했다.
홍 주무관은 성실납부자·전자고지, 자동이체자들에 대한 행정비용을 환원하는 제도의 개선 등을 요구했고 이 개선안은 2011년 반영돼 지방세제도가 바뀌었다.
“지방세 성실납세자에 대한 차별성을 둬야 한다. 이들에겐 ‘납세편의지원제도’를 개선해 고지비용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는 홍 주무관은 “세금은 자치단체가 부과해서 내는 게 아니라 납세자가 예측할 수 있도록 제도로 개발, 스스로 찾아가 낼 수 있도록 해야 바람하다”고 강조한다.
홍 주무관은 “제주시가 자동차세 연세액 일시납부신청을 받아 자동차세 연세액을 1월에 한꺼번에 납부하면 세액의 10%를 할인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이 같은 제도가 자동차세는 물론 모든 재산세에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 주무관은 우리나라 최고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에서 1년 여 동안 파견근무를 했다. 이곳에서 그는 지방세제도의 변천, 지방재정의 변화 등을 연구해 제도개선 등에 반영되도록 해 지방세정의 발전을 이끌어 내는 데 노력해왔다
그는 지방세제도 개선 뿐만 아니라 지방세담당자들을 위한 「지방세 바로보기」책자를 자비로 발간, 무료 배포했다. 지역 일간지인 제민일보에 8년여에 걸쳐 월1차례(모두 84차례) ‘지방세 알고 지냅시다’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홍 주무관은 ‘탑동매립지 비업무용토지세 15억 추징’을 놓고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소송에서 승소를 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한다.
“세금에 대한 납세자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아직도 세정기관에 밉보이면 손해를 볼 것이란 잘못된 인식이 남아있다. 특히 지방세는 세정담당자에게 재량권이 없고 법적으로 부과되는 이유와 당위성이 있다는 걸 알리는 홍보가 아직도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홍 주무관은 “세금을 알면 세금을 잘 내게 마련”이라며“자동차세 연세액 일시납부를 통해 받는 10%할인은 은행금리보다 높은 것처럼 이젠 세금을 ‘세(稅)테크’의 하나로 활용할 때가 됐다”고 강조한다.
홍 주무관은 어려운 이웃돕기에도 관심이 있다. 1985년부터 어린이재단 소년소녀가장과 자매결연, 2008년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난해엔 대한적십자사와 결연을 해 적잖은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지녀야할 덕목으로 “자기 업무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그 분야의 최고가 되도록 노력하는 게 공무원 본인이나 국민들을 위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홍 주무관의 앞으로 계획은 “개인의 과세면제·경감·비과세 등 ‘지방세 특례 제한법’을 알기 쉽게 정리한 책자를 만드는 것”이라며 “2013년까지 발간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다.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