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직장을 갖는 건 쉬운 일일까. 정년도 보장되고, 사회에서 인정해주는 그런 수준의 직장은 그다지 많지 않다. 지금은 예전과 달라졌다지만 여성에게 일자리는 ‘힘들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특히 50대 이상의 여성들은 직업 선택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아왔다. 결혼과 출산, 육아 등으로 그들은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우리 사회가 흔히 부르는 ‘경력단절 여성’이다.
그나마 이런 이들을 찾아내 다시 일자리를 갖게 해주는 이들이 있다. 제주여성인력개발센터 직원들이다. 이 곳에서 경력단절 여성들을 대상으로 수년째 직업훈련을 하는 황승회 팀장(31)을 만났다.
“직업훈련을 맡은지 5년차예요. 이 곳에서 교육을 받은 여성들을 기업과 연계시켜주고 있어요. 50세를 넘은 이들을 대상으로 실버과정을 운영할 때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분들은 제게 ‘감사하다’고 해요. 솔직히 100%를 해주지 못한 것 같은데….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그의 손을 거쳐서 일자리를 얻은 이들은 족히 150명은 된단다. 그런데 ‘미스매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구직자가 원하는 직장과 기업에서 원하는 인력이 서로 맞지 않는 ‘미스매치’가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새로운 인력을 창출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기업에서 원하는 인력을 만드는 일이다. 최근 ‘여행고객매니저양성과정’은 이런 고민에서 탄생했다.
그런데 제주여성인력개발센터가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지난 1998년 탄생한 제주여성인력개발센터는 어쨌든 경력단절 여성 등 일자리를 구하는 이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돼 버렸다. 황승회 팀장은 “여성 일자리를 체계적으로 다루고, 사후관리 하는 일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황승회 팀장을 비롯한 센터 직원들은 지난해부터 새로운 일을 벌였다. 청년들에게 도움을 줄 뭔가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늘상 있는 박람회의 틀을 깬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머리를 짜냈다. 그렇게 해서 ‘잡 페어(Job Fair)’가 탄생했다.
“박람회는 부스를 설치하더라도 딱딱해요. 취업을 하려는 이들은 긴장 상태이기에 박람회는 늘 딱딱한 분위기예요. 취업도 카페 형태로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지난해 실천으로 옮겼어요. 바로 ‘잡 페어’였죠.”
‘잡 페어’는 올해 상반기에 이어, 17일부터는 ‘잡 페어’를 뛰어넘은 페스티벌로 승화한다. 제주여성인력개발센터는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17일부터 21일까지 ‘2012 제주 잡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다.
“매번 박람회를 하잖아요. 축제처럼 해보자고 해서 ‘페스티벌’을 붙였어요. 여기엔 박람회도 있고, 포럼도 있어요. 명사를 초청해서 이야기를 듣는 자리도 마련했어요. 그동안 개별적으로 논의해왔던 일자리 취약계층인 장애인, 경력단절 여성, 중·고령자를 위한 토론회도 만들었으니 한 번 와 보세요.”
그러나 형식적인 행사에 대해서는 반대다.
“효과가 있어야 해요. 행사로만 그친다면 의미가 없어요. 정책에 잘 반영되는 일이 우선이랍니다. 거기에다 구직자이 취업을 하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보태져야 해요.”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