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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제주인의 심정으로 제주도를 들여다 본 적이 있나”
“진정 제주인의 심정으로 제주도를 들여다 본 적이 있나”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2.10.28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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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유일의 직업인 제주도여행작가, 심화과정 통해 「耽羅·탐나」 펴내
자신만의 진솔한 제주 이야기 담아…내년 7월 서울서 전시회도 계획

제주시 연동의 한 북카페에서 만난 제주도여행작가들. 사진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강계헌, 이겸, 양지혜, 허주훈, 허진선, 조민희, 고혜영, 안형희 제주도여행작가.
책이 나왔다. 제주에 사는 이들이 자신의 속살을 보여준 책이 나왔다. 耽羅·탐나10월호다. 제주도여행작가 심화과정 1기들이 펴낸 이 책은 우린 왜 우리를 모를까라는 자문을 하게 만든다. 아니, 이 책은 우리는 우리 곁에 있는 작은 것들을 팽개쳤구나라는 자답을 하게 만든다.

안형희씨의 글을 들여다본다.

우도에서 바다를 보았다. 가만히 서 있어도 등줄기에서 주루룩 땀이 흘러내리는 한여름 폭염 속에서 나는 바다를 보았다.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저편의 기억들이 끈적거리는 땀과 함께 척척 내 몸에 달라 붙어있다. 어설프게 시작한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의 첫 행선지에서 하필이면 아득한 기억 저 편의 어린 나를 만났다. 눈물이 뚝 뚝 난다.”

제주도여행작가 심화과정에 참여한 이들은 길잡이 이겸 작가와 8명의 제주인이다. 안형희씨의 글에서처럼 그들은 심화과정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 그건 바로 자신이 터를 잡고 있는 제주도라는 잊고 지냈던 친구를 다시 불러낸 것이다.

심화과정 1기들은 6주간의 기본과정을 거쳤으며, 올해말까지 10주간의 기나긴 여행을 하는 중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속살을 더 드러내기 위해 심화라는 이름을 달았다.

8명의 심화과정 1기들은 주부에서부터 공무원 등 다양한 직업군들이 모여 있다. 그런데 그들에게 아무도 가지지 않는 직업 하나가 덧붙여졌다. ‘여행작가제주도라는 이름이 더해져 세상 유일의 제주도여행작가라는 직업이 탄생했다. ‘왜 제주도인가는 굳이 물을 필요가 없다. 서두에서처럼 우리는 우리가 서 있는 이 땅 제주도를 너무 외면해왔기 때문이다.

제주도여행작가 심화과정 1기들이 펴낸「耽羅·탐나」의 속 내용 가운데 일부.
30대 주부인 허진선씨에겐 고향 제주도에 대한 기억은 고교시절 창밖으로 보이던 바다뿐이었다. 그러나 제주도여행작가가 되면서 그는 달라진 자신을 발견했다.

누구나 여행에 대한 갈망은 있잖아요. 단지 멋지다라고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나만의 기억을 남기고 싶은 그런 여행을 하고파요. 그것도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말이죠. 심화과정을 하면서 관광객 위주로만 바라보던 제주도가 아닌 그 속을 바라보게 됐어요.”

제주에 온지 1년이라는 허주훈씨는 제주도여행작가 심화과정을 통해 완전한 제주도 사람으로 변신중이다. 심화과정을 하며 평생을 함께 할 친구(?)도 얻었다. 허씨에게 제주도란 대학 때 배낭여행을 하며 일주도로를 따라 주요 관광지를 둘러본 기억들로 차 있다. 그러나 심화과정은 제주도를 달리 보게 만들었다.

제주의 본 모습은 고요하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산담과 밭담이 있고, 사람사는 모습이 가득해요. 정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시골 외갓집을 찾는 기분이었어요. 심화과정을 통해 여행을 하면서 대상을 분석하려 하지 않고, 자연과 소통하는 나를 발견했어요. 그러면서 자기 자신과도 소통을 하고요.”

「耽羅·탐나」표지.
여행업을 하고 있는 안형희씨에게도 고향은 달리 보였다. 심화과정에서 사진을 찍는 기술을 배웠으나 기술보다는 앵글에 마음을 집어넣은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耽羅·탐나는 그래서 같은 장소에 앵글을 대더라도 같은 모습의 사진은 발견할 수 없다.

조민희씨도 여행하는 새로운 기술을 터득하게 됐다.

풍경을 담아 그냥 촬영하는 게 여행이었어요. 하지만 이젠 달라요. 마을의 형성 과정에 대한 지식을 먼저 얻어요. 그런 다음에 그 곳엘 가면 얻고 오는 게 다를 수밖에 없어요.”

세상 유일의 직업을 가진 이들은 제주도여행작가라는 이름을 달고 내년 7월 서울에서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제주사람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제주도의 본래 모습을 소위 육지인들에게 보여주려 한다. 11월부터 중산간마을을 시작으로 육지인들에게 보여줄 그들의 작업이 시작된다.

심화과정을 이끌고 있는 이겸 작가는 이렇게 매듭짓는다.

자기 안에 있는 걸 끄집어내는 게 중요하죠. 제주도여행작가들의 글은 기교가 없어요. 여행작가들과 달리 평가받는 글을 쓴 게 아니어서 그야말로 진솔하답니다. 여기에 담긴 글이 바로 제주사람들이 지닌 마음이 아닌가 해요.”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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