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부터 제주옹기굴제가 열린다기에 대정읍 무릉리 현장을 먼저 들렀다. 거기서 ‘옹기’에 미친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김준형·준오 쌍둥이다.
보성초등학교 2학년인 준형·준오는 영락없는 어린이들이다. 이리저리 오가며 장난치는 게 여느 어린이나 다르지 않다. 그런데 ‘옹기’라는 얘기가 나오면 달라진다.
쌍둥이 아버지인 김정근씨는 “가르친 적이 없는데 어느날 옹기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준형·준오 쌍둥이들의 옹기 이력을 설명했다.
그런데 ‘게임’이 아니라 ‘옹기’에 빠진 이유를 갸우뚱할 필요는 없어졌다. 쌍둥이 아버지인 김정근씨조차도 자신도 모르게 옹기에 빠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김정근씨와 쌍둥이들의 ‘옹기 중독’은 이유가 있다. 대대로 옹기를 만들어온 집안이기에 그렇다. 김정근씨의 말을 빌리면 자신의 고조때부터 옹기를 만들어왔다고 한다. 쌍둥이들까지 포함하면 6대에 걸쳐 옹기를 만드는 셈이 된다.
준형·준오 형제에게 “게임이 좋아, 옹기 만드는 게 좋아”라고 물었다. 대답은 자명했다. “게임은 안 해 봤어요. 이게 더 좋아요.”
준오는 물레를 돌리는 일이, 준형은 토림 작업을 으뜸으로 쳤다. 무릉리 현장에서 만난 쌍둥이들은 땅을 파느라 바빴다. 물레를 앉힐 자리를 자신들이 직접 만들고 있었다. 행사를 위해 만들어둔 굴(가마) 제작에도 쌍둥이 형제들의 힘이 보태졌다.
김정근씨는 그렇게 아무런 고민도 없이 흙을 만지게 됐다. 그러다가 이제는 제주의 유일한 굴대장이 됐다. 김정근씨의 쌍둥이들도 그렇다. 쌍둥이들은 ‘옹기를 만들어볼래?’라는 물음을 던지지도 않았는데 옹기를 만든다는 점이 김정근씨와 다를 뿐이다.
따지고 보면 김정근씨와 쌍둥이들의 몸엔 자신도 모르게 ‘옹기’라는 DNA가 들어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스스럼없이 옹기를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애들이 커서도 옹기 만드는 일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리고 김정근씨에게 물었다. ‘옹기’라는 DNA를 품에 담은 그의 대답은 ‘역시’였다. “애들이 선택을 하겠지만 옹기를 만든다면 ‘축 환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