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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농·축산물 모두 친환경 브랜드 만들어야 미래 있어”
“제주 농·축산물 모두 친환경 브랜드 만들어야 미래 있어”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3.01.12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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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당근 재배의 선구자…무농약·친환경 자재·액비 스스로 개발 활용…
‘농업이 제주미래의 희망’- FTA 위기, 기회로 극복한다 <19> 김대길 회장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이미 발효됐고, 한·중FTA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시장 개방화시대를 맞아 1차 산업엔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축인 감귤 등 농업 역시 위기감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FTA는 제주농업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 결코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제주엔 선진농업으로 성공한 농업인, 작지만 강한 농업인인 많은 강소농(强小農)이 건재하고 있다 감귤·키위·채소 등 여러 작목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꾸준한 도전과 실험정신, 연구·개발이 낳은 결과이다. FTA위기의 시대 제주 농업의 살 길은 무엇인가. 이들을 만나 위기극복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미래비전을 찾아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제주도내 친환경 당근 재배의 선구자인 김대길 대표.

“제주도내 농·축산 모든 품목을 친환경으로 가야 앞으로 미래가 있다고 봅니다. 제주도의 청정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 친환경 브랜드로 만들어야죠. 전 세계적으로 이를 인식시킴으로써 도내 산업과 환경이 먼 훗날까지 살아갈 수 있다고 믿어요”

40여 년 동안 농업에 종사하면서 구좌읍 세화리에서 25년째 친환경 당근 재배를 꿋꿋이 실천하고 있는 김대길 당근유기농인증농장 대표(74).

30대 초반 ‘정희식품’이란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며 무·당근·양파 등을 자가생산하기 위해 밭 500평에서 봄·가을 당근을 재배하기 시작한 게 당근 농사와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

밭에서 생산된 당근은 가게에서 팔고 나머지는 제주시내 동문시장에 납품했다.

“처음엔 재래식으로 농사를 시작했어요.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학교·읍사무소 등 공공기관에서 나오는 인분과 오줌을 수거해 숙성한 뒤 드럼통으로 실어 밭에 뿌렸죠. 구좌읍 등 도내 동부지역이 당근 주산단지가 된 건 80년대에요. 그 때부터 상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김 대표는 동부지역 당근 친환경재배의 선구자로 불린다. 처음으로 유기농 당근 재배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친환경농업과 관련된 단체 활동도 열심히 해오고 있다.

현재 구좌읍 세화리 다랑쉬오름 밑에 있는 밭 4500평에서 생산되는 당근은 ‘한약을 먹은 당근’이라 할 정도로 철저한 친환경재배의 산물이다.

김 대표는 친환경 자재인 생선액비와 청초·해초액비, 살균·살충제를 스스로 개발해 만들어 밭에 쓰고 있다.

생선액비는 생선을 가공한 나머지를 수거해 액비와 흑설탕을 섞어 숙성시키고, 청초·해초액비는 쑥·어성초·국화·세비듐·너삼 등 5~12가지를 숙성시켜 액비를 만들고 있다.

살균제는 마늘과 협죽도 등을 숙성시켜 만들고, 토양살충제는 담뱃잎을 말려 바닷물에 2~3년 담그고 가라앉게 한 뒤 나온 니코틴으로 만든다.

무농약.친환경으로  '한약 먹는 당근'을 재배하는 김 대표의 당근밭.
김 대표는 당근을 심기 전에 먼저 토양 살균제를 뿌리고 밭을 간 뒤 유기질 액비를 뿌린 뒤 발아가 되면 15일 뒤 병해충이 오기 전에 살균제를 뿌리고 있다.

이렇게 무농약으로 생산된 당근은 전량 학교급식 납품업체에 공급하고 있다.이곳에 생산돼 나가는 당근은 20㎏들이 1700상자로 3000만 원어치 정도 된다.

“친환경농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판로난을 우선 꼽을 수 있어요. 생산품이 거의 학교급식 쪽에만 한정되고 있기 때문이죠. 친환경 유기농생산품은 가격이 관행농업과 차별이 되곤 있지만 생산비율이 적다는 게 아쉽죠. 더욱이 기름과 자재 값이 계속 오른 것도 부담이에요”

현재 친환경·유기농업은 관행(일반)농업보다 같은 면적에서 생산량이 35~45%에 지나지 않고 있다. 당근 값은 20㎏기준으로 일반재배는 2만원이라면 유기농재배는 2만3000~2만4000원 정도 차이가 있다. 받은 값 차이 비율이 생산비율보다 적은 게 현실이다.

때문에 구좌·성산·표선 등 동부지역 당근 주산지에서 친환경 재배면적이 크게 줄고 있다고 김 대표는 전한다.

어려움은 이뿐만 아니다. 도내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당근을 공급받고 있는 학교급식 납품업체들이 거의 영세해, 납품대금 결제를 미루거나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대구로 보낸 당근 750상자 분 값을 받지 못해 법적수속에 들어갈 판이에요. 생산농가와 납품업체 사이에 믿음이 점점 없어지는 것도 문제죠. 내년부터 대도시 학교급식에도 친환경농산물이 들어가게 돼 판로난이 다소 풀릴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어요”

 김 대표가 스스로 개발해서 쓰고 있는 생선과 청조액비 상자를 보여주고 있다.
김 대표는 “일본에선 어릴 때부터 13살까지 당근을 먹이도록 하고 있다”며 “앞으로 당근에 황산화물질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게 들어있다는 등 좋은 점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하다고 있다”고 강조한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김 대표는 나름대로 건설적인 생각과 지론을 주장한다.

“친환경 생산품과 관행농업 생산품의 값은 똑같이 가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국민들이 친환경농산물을 싸게 먹을 수 있어요. 친환경농산물을 많이 먹으면 그만큼 국민건강이 좋아지고, 국민이 튼튼해지면 나라도 튼튼하게 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겁니다”

김 대표는 현재 행정기관 등에서 하고 있는 보조가 친환경과 관행농업 차별이 있지만 이를 더욱 친환경 많이 줘야 한다는 논리다. 그래야 친환경 쪽으로 농업이 많이 전환할 수 있고, 그만큼 친환경농업이 많아지면 값도 같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 당근재배 1호’란 별명도 있는 김 대표는“농약과 화학비료가 땅을 산성화하고 바다와 지하수가 오염되지 않도록 반드시 친환경 농업을 해야 한다”고 힘줘 말한다.

친환경농업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김 대표의 든든한 후원자는 역시 부인이다.

“아내가 밭에 제초제를 뿌리고, 밭때기로 팔면 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다투기도 했죠. 지금은 오히려 아내가 당근 등 친환경 재배에 더욱 관심을 갖고 돕고 있어요”

김 대표의 부인 김정희씨(67·전 북제주군여성단체협의회장)는 당근요리연구회를 만들어 친환경 당근 파치를 이용한 고추장·잼을 만드는 일에 나서고 있다.

당근 친환경 농업의 전망에 대해 김 대표는 “학교급식에 친환경농산물이 들어가는 등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봐요. 무엇보다 정부시책이 친환경 농업을 유도할 수 있도록 농가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죠”

FTA와 관련 김 대표는 “과수농가만 보호하려고 하지 말고 밭농사에도 마찬가지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해요. 중국산이 밀려들어오면 농민들은 갈 곳이 없게 되죠. FTA시대에 농가가 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해요”

국내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고 농약을 쓰는 중국산 당근을 사서 쓰는 식당은 이익을 볼지 모르나 그만큼 먹는 소비자는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먹을거리가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한다’며 친환경농산물로 차별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김 대표는 강조한다.

제주농업의 미래는 역시 친환경으로 가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농약을 쓰지 않은 농축산물로 대응하는 게 제주농업의 갈 길이에요. 외국산과 차별화하는 교육과 홍보가 필요해요. 농협 등에서도 해야 할 일이지만 학교에서 일주일에 1~2차례 친환경 당근주스를 먹이는 것도 한 방법이죠”

 제주농업의 미래는 친환경에 있다는 신조를 갖고 20여년 째 무농약 당근 재배를 실천하고 있다.  
대표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당근 홍보와 가공을 늘려나가려고 해요. 제주대학교나 제주테크노파크 등을 찾아가 당근 분말·잼·고추장 등을 만들고 싶고요. 사료회사 등과 제휴해 당근을 사료 첨가물로 만들어 도내 축산물에 당근을 먹여 맛과 고기질을 높이고 싶네요”

유기농협회, 친환경농업인제주도연합회 등에서 오랫동안 꾸준히 활동하며 구좌읍친환경농업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김 대표는 2011년 ‘자랑스러운 농업인상’ 친환경농업부문 유기농대상을 받았다.

“어디가든 바른 말을 잘한다는 말을 듣죠. 정직하게 사는 게 생활신조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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