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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과거 타성에서 벗어나려는 노력과 정신적 변화 필요”
“농업, 과거 타성에서 벗어나려는 노력과 정신적 변화 필요”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3.03.03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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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만감류 가온시기 조절로 출하시기 분산… 조기적과 실천으로 소득안정
‘농업이 제주미래의 희망’- FTA 위기, 기회로 극복한다 <26>이동은 대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이미 발효됐고, 한·중FTA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시장 개방화시대를 맞아 1차 산업엔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축인 감귤 등 농업 역시 위기감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FTA는 제주농업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 결코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제주엔 선진농업으로 성공한 농업인, 작지만 강한 농업인인 많은 강소농(强小農)이 건재하고 있다 감귤·키위·채소 등 여러 작목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꾸준한 도전과 실험정신, 연구·개발이 낳은 결과이다. FTA위기의 시대 제주 농업의 살 길은 무엇인가. 이들을 만나 위기극복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미래비전을 찾아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친환경 만감류 품목을 다변화하고 출하시기를 분산해 소득을 올리고 있는 이동은 명월농원 대표.

“고품질 감귤을 생산하기 위해선 과거 타성에서 벗어나야 해요. 외형적 부분 변화가 아닌 정신적인 변화가 무엇보다도 절실하죠. 이제 농가도 종합테크니션이 돼야죠”

친환경 만감류를 재배하면서 소득을 높이고 기술을 실천하고 있는 이동은 명월농원(明月農園) 대표(53)는 석사학위를 딴 농민으로 현재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제주대학교를 졸업한 뒤 농화학과에서 조교로 근무하다 1998년 농업에 뛰어들어 14년째 감귤농사를 짓고 있다.

“처음 4년 동안 일반 감귤을 재배했지만 신통하지 않아 폐원신청까지 했어죠. 신청한 게 탈락됐고 2003년부터 농업기술원의 시범사업에 참가하면서 천혜향과 인연을 맺은 계기가 됐어요”

이 대표는 현재 하우스 4000평에서 천혜향(세토까) 2000평(1평에 20㎏생산), 베니마돈나(황금향) 500평, 레드향(감평) 500평, 비가림 하우스감귤 1000평을 재배하고 있다. 연간 조수입은 2억~3억원 가량 된다.

조천읍 대흘리에 있는 이 대표의 농원 은 친환경농장이다. 대학 때 전공이었던 농화학을 환경보전형 친환경농업에 접목시켜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는 본보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저농약 재배를 하면서 가장 큰 문제는 깍지벌레에요. 진딧물·응애·총체벌레 등과 함께 천적을 이용해 처리하고 있죠. 광합성미생물 배양기, 유산물 막걸리, 감태 액비를 쓰고 있는 게 다른 농장과 구분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광합성미생물배양기에서 만든 미생물을 하우스 안에 뿌리고 있다. 이 미생물은 햇빛만 있으면 살아나고, 황화합물 질소가스를 주식으로 먹고 산다. 때문에 밀폐된 하우스 환경을 좋게 만든다. 이끼를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제가 화학과 출신이어서 직접 균을 싸게 사와서 미생물 배양액 300ℓ를 직접 만들어 친환경농업연구회원들에게 보급하고 있죠“

유산균 막걸리도 직접 만들어 쓴다. 한 달에 한 차례 쌀겨와 흑설탕 500ℓ를 섞어 만든 막걸리를 비료 대신 쓴다.

이 대표는 하우스 바닥에 초생재배를 통해 하우스 안 공기와 땅를 좋게 만들고 있다.
감태액비도 직접 채취한 감태에 흑설탕을 섞어 발효시켜 만든다. 액비를 축출해서 직접 나무에 주거나 뿌리고 있다.

“미생물을 활성화하면 분비물이 많이 나와 토양물성을 좋게 하죠. 하우스 바닥에도 잡초가 아닌 초생재배를 하고 있어요. 공기 가운데 질소를 고정시키는 헤어리비치, 인산을 이용할 수 상태인 유효태로 바꿔주는 보리·호밀을 심어 효과를 보고 있죠”

이 대표는 하우스 안에도 타이벡(토양피복)과 보온커튼을 설치했다. 타이벡을 함으로써 당도를1~2브릭스를 높이고, 색택도 좋아지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보온커튼을 설치하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어요. 3년이면 투자한 것을 뽑을 수 있다고 봐요.
열풍기와 보온커튼은 꼭 보조해주길 바라요. 그냥 비가림으론 제대로 상품이 나오지 않아요. 가온을 해야 당도와 모양이 좋아져 고품질을 만들 수 있어요“

커튼을 쓰면 온도를 3도 정도 유지할 수 있다. 냉해를 입은 만감류 감귤은 껍질을 벗겨보면 속에 하얗게 변하고 맛도 없게 하는 백화현상이 나타난다.

“육지부에선 5겹 커튼이 필요하지만 제주지역에서선 3겹정도가 이상적라고 봐요. 농림부 지침이 5겹이어야만 한다고 해서 2겹이나 3겹 커튼을 보조하지 않는 것도 문제죠. 5겹을 쓰면 무게가 많이 나가고 비가 많이 와 물을 먹으면 무너져버리는 위험성도 있어요”

때문에 보조를 받지 못해 자부담으로 곡간커튼(3겹커튼)과 수평커튼(2겹커튼)을 설치해서 쓰고 있다고 이 대표는 전한다.

하우스에 설치하는 타이벡을 옮기는 기구
이 대표는 가온시기를 조절해 출하시기를 분산하고, 일찍이 적과를 함으로써 높이고 나무도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다.

“만감류는 발아에서 수확까지 9~10개월 정도 걸리죠. 품목과 가온시기를 다양하게 조절함으로써 분산 출하를 할 수 있어요. 출하를 연말연시, 설, 설 이후 등 어느 때를 겨냥할 것인지 결정해야죠. 품목과 출하시기는 반드시 다양화해야 해요”

그래서 이 대표는 품목을 다양화해 재배하고 있다. 베니마돈나는 추석 때부터 수확해 12월까지 출하고, 레드향은 설 때 초점을 맞춘다. 특히 수입오렌지와 경합을 피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감귤이 1차생리낙과가 끝나면 6월 초순에 적과를 끝내고 있어요. 다른 농가에선 2차생리낙과가 끝나야 적과를 하는데 여기엔 나무에 무리를 줘 문제가 있다고 봐요. 생리낙과는 나무가 괴롭기 때문에 나무 스스로 하는 거죠. 적과를 앞당겨 해야 나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어요”

이 대표는 현재 제주시기술센터 관내 천혜향연구회와 농촌지도자조천읍회 회장을 맡고 있다. 조천읍친환경농업인연구회장과 조천농협 감사를 지내는 등 모임활동도 활발하다.

친환경연구회원들은  김영효 농촌진흥청 강소농과수전문가를 초빙, 천혜향 재배에 관한 기술교육을 받고 있다.  

친환경연구회에서 농림부지구사업으로 보조를 받아 조천리에 250평 규모로 지역친환경농산물 유통시설을 만들었다. 이 모임에선 자가유기제재를 이용해 친환경 유기물비료를 직접 만들어 회원 15명에게 전량 보급하고 있다.

작형이 비슷한 친환경 감귤 선과기를 설치해 만감류를 공동선과하고 출하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생산비를 절감하고 있다. 수도권에 무농약 감귤 600톤을 급식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무농약 농가 15명 모두 환경보전형 친환경 농업기술을 도입해 실천하고 있고 모두 모델농장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한 달에 한 차례씩 순회하면서 기술과 정보교환을 통해 교류하고 있죠”

이 대표는 농사를 지으면서 겪는 어려움은 물 문제라고 말한다.

“물은 농업용수와 빗물을 이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원수대를 받게 되면 비용이 많이 들게 돼 문제에요. 물탱크는 100톤으로 정해 보조 해주고 있지만 큰 효과는 없다고 봐요. 100톤에 고정하지 말고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용량에 맞게 탄력적으로 확대해 줬으면 해요”

앞으로 관련 감귤산업의 전망에 대해 이 대표는 “당분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우스에 설치된 3겹 보온커튼
“농사를 지으면서 아쉽게 느끼고 있는 건 많은 농민들이 관행에서 벗어나려하지 않는 것이에요. 저도 ‘어중간 농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거의 타성에 젖은 걸 깨보려 무척 노력하고 있죠. 지도기관에서도 지도패턴을 시대에 맞게 탄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FTA와 관련, 이 대표는 경쟁력을 갖는 고품질을 만들기 위해선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좋은 시설 좋은 보조를 주는 동시에 쓰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해요. 농민도 노력하고 있지만 지도기관에서도 제대로 방법을 알려줘야죠. 생각의 전환이 가장 필요해요. 물질적이고 외형적인 부분의 변화가 아닌 정신적인 변화가 절실해요”

“진정으로 바람직한 농업을 하려면 자신이 직접 농사현장 뛰어들어 일정기간 경험을 쌓은 뒤 시작하는 게 지름길이라고 봐요. 앞으로 농민은 종합테크니션, 경제인이 돼야 한다고 믿어요”

친환경농업의 가장 큰 문제인 판로를 해결하기 위해선 농·감협 등에서 주도하는 친환경유통센터가 도내에 있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지론이다. 그래야 지역에서 물량을 안정성 있게 출하,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가훈은 ‘정심’(正心) 곧 ‘바른 마음’이다. 모든 게 생각이 바르면 정신과 몸이 건강해진다는 신념을 갖고 살아간다.

지역에 작형이 비슷한 지구단지를 구성해 친환경 유통센터를 만드는 게 이 대표의 꿈이자 앞으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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