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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일에 최고 돼야, 이를 위한 꾸준한 연구·노력 절대적”
“자신의 일에 최고 돼야, 이를 위한 꾸준한 연구·노력 절대적”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3.03.10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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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동무 30년 동안 주요·신품종 재배·자체실증…기술 전파. 지역농업 선도
‘농업이 제주미래의 희망’- FTA 위기, 기회로 극복한다 <27>채승열 대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이미 발효됐고, 한·중FTA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시장 개방화시대를 맞아 1차 산업엔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축인 감귤 등 농업 역시 위기감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FTA는 제주농업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 결코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제주엔 선진농업으로 성공한 농업인, 작지만 강한 농업인인 많은 강소농(强小農)이 건재하고 있다 감귤·키위·채소 등 여러 작목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꾸준한 도전과 실험정신, 연구·개발이 낳은 결과이다. FTA위기의 시대 제주 농업의 살 길은 무엇인가. 이들을 만나 위기극복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미래비전을 찾아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월동무 주요품종과 신품종 종자를 30년동안 자체실증헤 지역농업을 선도하고 있는 채승열 백록농장 대표.

“농가들이 종자를 잘 몰라 피해보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 미리 막기 위해 직접 농사를 지으며 30여 년 동안 무 종자 품종 간 비교시험을 계속해오며 주위에 정보를 주고 있죠. 종자에 문제가 있으면 당장 종자생산회사에 알려 시정하도록 하는 게 제 일이에요”

늘 연구와 실증을 통한 이론과 실증에 탄탄한 내공을 갖춰 대규모 무와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채승열 백록농장 대표(65).

지난 1968년 제주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채 대표는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2리에서 40여 년 동안 농사를 짓고 있다. 배추부터 시작한 농사는 감귤·감자·당근·브로콜리 등을 재배하다 ‘차츰 넓은 면적에서 하고픈 맘’에서 무에 손은 댄 게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처음엔 수박 참외를 7000~8000평에 터널재배하면서 태풍 등으로 수없이 피해를 받어요. 바람에 덜 피해를 보는 새로운 작목 찾았고, 무로 정착하게 됐어요. 고교 때부터 채소부분 열심히 배워, 배추·무는 다른 사람보다 한발 앞선 것 같아요”

채 대표는 현재 월동무를 주 작목으로 시세에 따라 3만~4만평을 재배하고 있다. 9월15일에서 10월5일사이 파종하는 월동무의 수확은 시장시세에 따라 차이를 두고 하고 있다. 시세가 좋을 땐 11월20일부터, 나쁠 때는 12월10일부터 4월말까지 수확한다.

“봄 무(4월5~10일 파종, 수확 6월5~25일)도 2만평가량 탄력적으로 재배하고 있어요. 어느 한쪽으로 쏠리면 값이나 처리에 문제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죠. 노지감귤 농사도 4700평에서 짓고 있어요. 극조생과 조생으로 나눠 수확시기를 분산시키고 있죠 이를 통한 채 대표의 연간 조수입은 2억~3억 원쯤. 무값에 따라 편차 있어요”

월동무 종자를 실증하기 위해 여러 품종이 심어진 채 대표의 무밭
채 대표는 늘 월동 무 주요 품종과 신품종을 자신이 직접 재배를 하며 자체실증을 해오고 있다. 자신이 연구·실증한 결과를 다른 농가에 알려줌으로써 ‘무 종자 박사’로 통한다.

“시험재배하게를 하게 된 건 종묘사별로 종자가 많아 바로 심었을 땐 문제점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비롯됐어요. 새 품종 나오면 여러 품종을 동시에 심어 실증을 해보면 비교결과가 나와요. 문제가 발견되면 당장 종자회사에 의견을 제시하고 있죠”

다른 농가에서 자문을 구해오면 당장 자신의 포장 안에 집어넣어 실증을 해 보면 수확할 때 특이한 점이 나온다. 월동에 강한 부분, 이상 기온 때 문제 등 생각지도 못한 도출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실증해 지도하고 있다.

이 같은 채 대표의 실증작업과 지도사례가 농가에 널리 알려지면서 무에 관한 자문전화가 도내 전역에서 늘 쇄도하고 있다. “언제든지 제가 알고 있는 기술과 노하우를 다른 무 재배농가에 베풀어 농가소득을 올리게 하고 싶은 게 제 바람이죠”

채 대표는 찰옥수수를 3000~4000평을 재배해 월 동무 연작에서 오는 장애를 예방하고 토양환경 개선하고 있다.

“지난해 광동제약과 수염차용 원료로 옥수수를 시험 재배했는데 그런대로 괜찮아요. 올해는 다른 농가와 함께 2만평 재배하려 해요. 지난해 미비점을 보완해 파종시기를 앞당길 생각이에요. 무는 연작하지 않는 곳에서 재배해야 품질이 좋아지고 월동에 견디는 힘도 강해지죠”

그래서 채 대표는 무 밭에 옥수수와 수단그라스 심어 최대한 연작 장애 막고 유기물을 투여 해 땅 힘을 키우는데 힘쓰고 있다.

채 대표는 현재 ‘성산제일무영농법인’을 통해 세척 무를 시장에 내다팔고 있다. 이 영농법인은 처음엔 무 재배농가 50명이 ‘성산제일무작목회’로 출발, 농협 판매를 위주로 운영해왔다.

성산제일무영농법인의 무세척장에서 세착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5년 전에 무 세척장(건물 100평, 세척기 1대)을 만들어 손수 세척해 시장출하하기 시작했고 3년 전 영농법인으로 바꾸어 18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영농법인은 회원공동정산제로 읍단위 조직이어서 다른 영농법인과 차별화하고 있다.

회원 최저재배면적이 7000평으로 법인 최고재배면적은 30만평기준 시장에 출하하고 있다. 연간 세척 무 30만 봉지를 내놔 1봉지에 7000원으로 잡아 조수입은 21억 원 가량 된다. 7000원 이상 값이 유지되면 수지는 맞는다는 게 채 대표의 설명이다.

“처음엔 판매에 애로가 많았죠. 전국시장 찾아다니며 경매사에게 배우며 출하된 상품을 관찰하고 가락시장서 판매형태를 배웠죠. 어떤 형태가 고가를 받느냐, 일정규격판매를 알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를 모태로 최고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비상품을 과감하게 빼자 일부 회원들의 반발도 컸다. 하지만 ‘제일무’란 브랜드 자체가 전국시장에서 최고의 물건이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고 채 대표는 회고한다.

“현재 서울지역은 서울청과· 대하청과1·2매장, 강서시장의 서부청과, 대전의 대전청과· 중앙청과, 광주의 중앙청과·호남청과에 하루 생산량을 분산 판매하고 있어요. ‘제일무’의 이미지도 좋아요. 물건이 주인 얼굴을 대신하기 때문에 선별포장을 잘 해야 하죠”

무청가공시설은 마을에서 땅을 구입해 운영하고 있다. 처리물량은 가공상태로 200톤쯤. 판로는 대강 자리를 잡았지만 저온창고 시설이 빈약한 게 애로이다. 특히 여름철 영하 40도 이하로 급랭해야 하지만 현재 시설은 영하28도여서 앞으로 보완해야 한다.

올해 무는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채 대표는 걱정한다.“무는 전국시장에 500컨테이너 미만이면 적정한데 실시가 경매현황을 보면 700~800컨테이너가 나와요. 유통인연합회와 생산자협의회 두 단체가 주축이 돼 조절해줬으면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게 안타깝죠”

채 대표는 처음엔 고추·토마토 등 하우스 재배했지만 눈 때문에 피해를 많이 봐 지금은 시설재배를 전혀 하지 않는다. 시설재배가 돈은 되지만 피해보는 게 싫기 때문이다. 마을에서 이장 등을 맡다보니 집안일 잘 못 챙겨 어려운 점 많았고 가족에게 미안한 맘을 갖고 있다.

현재 채 대표는 백록농장에서 감귤브랜드인 ‘돌과 귤’상표로 택배로 많이 팔고 있다.
“비상품을 철저히 선별하고 있어요. 부패과 5개이상 나오면 무조건 리콜해요. 수작업으로 100% 선별 포장하고 있어 자신감이 있죠. 판매가는 시기와 시장시세에 따라 탄력적으로 책정하고 있어요. 생산자와 소비자 둘 다 피해가 없도록 해야죠”

최과의 상품만 택배판매하기 위해 재배하고 있는 채 대표의 노지감귤원
FTA와 관련 채 대표는 도내 피해가 상당히 클 것이라고 보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앞으로 제주농업이 미래가 있다고 강조한다.

“남이 하는 걸 따라가지 보다 자기 자신을 키우는 게 중요해요. 자기 재배 품목을 최고품으로 만들어야 수입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죠. 중국서 들어오는 걸 두려워하지 많고 우리 걸 수출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봐요”

채 대표는 급격한 경제발전에 따른 농가 소득수준이 높아졌지만 지출이 더욱 많아지는 것 같아 문제라고 번 돈에서 30%는 반드시 저축해야 미래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모든 농사를 관찰, 기록, 세부적 자료 분석이 철저하게 이뤄졌을 때 제주농업은 희망적이라고 봐요 자식들에게 농사를 지으려면 먼저 공부를 하라, 책을 읽고 4~5년후에 들어오라고 해요. 자신이 연구하는 게 결코 쉬운 게 아니지만 노력한 만큼 소득은 올라가기 때문이죠”

채 대표는 현재 도당국의 밭작물에 대한 지원은 미미하다며 정책지원이 감귤 일변도에서 개선해 일반 밭작물 쪽으로 많은 배려가 있기를 바란다.

“모든 부분에서 자신이 선 자리에서 최고가 되라, 능력배양을 위해 온 힘을 쏟도록 노력하라”채 대표의 생활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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