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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실한 공무원을 데리고도, 이것 밖에 못하나"
"이런 성실한 공무원을 데리고도, 이것 밖에 못하나"
  • 장금항 객원필진
  • 승인 2006.07.26 17:1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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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장금항 상명교회 목사

무덥고 비까지 내리는 저녁 시간에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수도 고장신고를 하였다.

더운 여름 수돗물은 절실한 것이고 그것은 나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 공적인 영역이었다. 놀랍게도, 자동차 긴급출동 서비스보다  빠르게 121번 당직자는 지역직원을 연결하였고 지역직원은 두명의 직원을 보내 살펴주었다.

근무 시간 끝나 한치에 소주잔 기울일 늦은 시간과 비까지 오는 날씨를 감안하면 밝은 날을 생각했던 나의 예단이 민망하다. (25일 저녁 수도고장신고 접수전화 121번 당직자, 한림 담당 강희관씨, 상명까지 출동하였던 두 분의 직원에게 감사드린다) 

 #"지금의 혼란은 시스템의 문제이다"

제주자치도 출범이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그간의 난맥상과 혼란을 보도한 것을 보면 말 그대로 넘쳐난다. 대안보다 비판에 중점을 두는 지역 언론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특별자치의 예산 확보 방안과 2개 행정시로 인한 혼란은 중대한 것이다.

더구나 행정구조개편 한 달 만에 제주시의 동구역 조정과 그로 인한 도의회의원 선거구 조정 문제가 나오는 것을 보면 행정구조개편 논의가 미흡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특별자치도와 중앙정부간의 혼선을 보면 자치도 출범이 여건과 실리보다 구호적 명분에 치중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자치도 출범에 따른 주민 불편 해소를 위해 자치행정국장을 총괄 팀장으로 16개 분야별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한다거나 통합 행정시 출범에 따른 각종 불편사항을 파악. 점검한다는 소식은 도정의 난맥상과 혼란을 일정정도 볼 수 잇다 이제 한 달이고 유례가 없는 실험적 자치도이니 이해 못할 것도 없다.

#"특별자치도 시스템의 오류를 공직기강으로 몰아서는 안 돼"

그러나 이해 할 수 없는 것은 행정구조의 오류와 도정 시스템의 문제를 사람의 문제로 풀려는 것이다.

동장 모임 때 '전화 친절히 받고 인사 잘 하라'는 도지사님의 특명을 선거와 관청 이전 등으로 어수선했던 공직기강을 바로하려는 노력으로도 볼 수 있지만 특별자치도에 거는 도민 기대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더구나 더운 날에 도청 마당에 공무원 모아놓고 결의대회하는 식의 방법으로는 자치도 출범 이후 생겨난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

공무원들은 대개가 친절하고 잘 하고 있다. 수동적이어서 답답한 사람은 있지만 조근조근 물어보면 자신의 업무에 밝고 일처리의 선후를 잘 알고 있어 불편을 겪은 적이 없다.

그러니까 공무원의 문제란 말은 일선에서 자신의 업무에 성실하고 위에서 결의대회 나오라면 나갈 수 밖에 없고, 각종 위원회니 테스크포스팀이니 만들어 시간내라면 내야하는 현장과 일선의 대다수의 공무원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특별자치도에 맞는 비전과 지도력이 없는 지사와 간부들에게 오히려 맞는 말이다.

이런 성실하고 유능한 공무원을 데리고 이것밖에 못하냐고 비판해야지 지도력의 무능을 하위직의 사람 문제로 돌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총리실의 정치일정과 지방선거가 맞아 떨어져 논의가 덜 된 채  특별자치도 출범이 이루어진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준비가 부족해 생기는 문제를 애꿎은 일선 공무원에게 몰지 말라는 것이다.

#"행정구조개편을 보완해야"

2개의 행정시로 인한 효과가 살아나지 못하고 예산 절감효과도 별로 라는 비판이 있다.

편차가 너무 심한 제주시의 도구역을 재조정하면서 읍.면.동을 재정비하여 구 체제로 개편하고 도의원 선거구도 재확정하자는 대안들이 설득력있게 제시되고 있다.

모 신문의 사설대로 기왕에 출범한 자치도이고 낳았으면 책임을 져야한다.

지금이 과도기인 것을 생각하면 출범 후 드러나고 있는 두 개의 행정시 문제와 읍.면.도 구역의 재조정. 그에 따른 도의회 선거구 조정. 중앙정부와의 관계재정립 등 미비한 점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보자 여기에 제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특별자치도의 성패가 달려있다.

#"도지사의 지도력이 필요한 때이다"

그런데 우리 김지사님은 내부의 시스템 문제는 말단의 직원에게 '전화 잘 받고 인사 잘해서 특별자치도 출범을 도민이 체감할 수 있게 하라는 식의 지엽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니 도대체 오천이 넘는 공무원을 거느리고 이것밖에 못하냐는 비판이 나오게 생겼다.

교육과 의료개방, 화순항 해군기지등 기약은 없는 분쟁만 일으키는 구호적  아젠다말고, 예산확보, 투자유치, 농업과 관광에 대한 특단의 대책등 지금 공무원들을 데리고 임기내에 추진할 수 있는 일에 역점하는 게 낫겟다.

진위는 분명치 않지만 저번 에위니아 태풍 때 한림항에 바다 쓰레기가 넘쳐났는데 관리부서에서는 자치도 출범 이후 예산 때문에 바다 쓰레기 치울 돈이 없다고 했단다.

내부사정은 몰라도 쓰레기는 내 눈으로 직접 봤으니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닐테고, 특별자치도가 논란 속에 실익없는 폼만 잡다가 껍데기만 남게 생겼다. 안정적 공무원 출신인 김지사님을 나는 좋아하지만, 선거에서 김지사님을 지지하지 않은 도민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도민 화합'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할 때이다.     

<상명에서 장금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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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서 2006-07-27 10:13:19
목사님 글 팬이었는데.. 너무 오랫만에 글 쓰신거 아닙니까?^.^

사방으로 포위해서 정곡을 조이는 님의 글 자주 뵐 수 있기를....

나그네 2006-07-27 00:36:11
칼럼 형식을 빌어 모처럼 제대로 된 비평을 보게되네요.

건필을 기원합니다.

ㅎㅎㅎ~ 2006-07-26 19:32:52
장목사께서 오랫만에 칭찬글 쓰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