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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감귤 농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고품질 생산에 나서야”
“제주감귤 농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고품질 생산에 나서야”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3.08.11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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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향 재배, 비파괴선과시설 이용 판매… ‘당오름 천혜향’ 최상품 자리매김
‘농업이 제주미래의 희망’- FTA 위기, 기회로 극복한다 <46>김용일 대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이미 발효됐고, 한.중FTA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시장 개방화시대를 맞아 1차 산업엔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축인 감귤 등 농업 역시 위기감을 떨칠 수 없다. 현재 제주 농업의 경쟁력과 현주소는 어디까지 왔나. FTA는 제주농업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제주엔 선진농업으로 성공한 농업인, 작지만 강한 농업인인 많은 강소농(强小農)이 건재하고 있다 감귤·키위·채소 등 여러 작목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꾸준한 도전과 실험정신, 연구·개발이 낳은 결과이다. FTA위기의 시대 제주 농업의 살 길은 무엇인가. 이들을 만나 위기극복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미래비전을 찾아보기로 한다.[편집자주]

한경면 고산2리에서 숱한 어려움을 겪으면 최상품 천혜향을 재배하고 있는 김용일 천혜향연구회영농조합법인 대표.

“한 번 먹고 나면 다시 돌아와 찾을 수 있는 맛있는 감귤을 생산하는 게 중요해요. 자신만이 아니라 도내 감귤재배농가가 공생할 수 있도록 도내 감귤농가 모두가 함께 맛과 품질을 올리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봐요”

제주시 한경면 고산2리에서 고품질 천혜향을 재배하고 있는 김용일 천혜향연구회영농조합법인 대표(68)는 50년 동안 농사를 지어오고 있다. 숱한 시행착오와 갖은 어려움 꿋꿋이 극복하며 천혜향으로 우뚝 선 농사의 달인이기도 하다.

처음엔 어려서부터 경험했던 보리·고구마· 감자 농사를 짓다가 축산에 손을 대기도 했다. 땅5000평에서 소를 키우다 3년 만인 1980년대 전국적으로 불어 닥친 축산 파동으로 손해를 봐 그만 둔 뒤 감귤농사를 짓기로 했다.

“돌이 많이 나오는 ‘빌레’에다 가시나무로 덮인 불모지를 감귤 밭으로 만들기 위해 무척 애를 먹었죠. 땅을 파면 돌이 나오고 다시 파도 돌이 나오곤 했죠. 당시 포클레인도 없어 삽과 괭이를 들고 바보스럽다할 정도로 힘 기울여서 어렵게 감귤 밭을 일궈냈죠”

이곳에 일반 감귤나무를 심어 재배를 했지만 태풍으로 쓸어버려 다시 보식을 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고, 감귤 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좌절의 쓴 맛을 봤다.

“시련을 겪으면서도 반드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갖고 방법을 찾게 됐죠. 감귤의 당도를 높이는 등을 품질을 고급화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생산시설 현대화와 품종갱신만이 살 길이라 믿고 천혜향으로 택하게 됐죠”

김 대표가 불모지였던 빌레왓을 일궈내 현재 천혜향을 생산하는 시설하우스.

2003년 1700평에서 온주밀감 대목에 천혜향을 고접갱신 했다. 한 그루에 7000원을 들여 고접갱신을 했지만 처음엔 열매가 잘 달리지 않았다. 다음해엔 산나물로 고접갱신을 했고 2007년에 2000평 더 늘려 감귤품종을 모두 천혜향으로 바꿨다.

현재 김 대표의 영농규모는 천혜향 시설하우스 5500평, 노지 일반조생 800평로 연간 생산량은 대략 46톤에 이른다. 이에 따른 연간 조수입은 2억원 가량. 최근엔 귀농한 아들이 농사를 짓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브로콜리와 콜라비를 재배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천혜향을 재배하며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유통과 소득을 올리기 위해 유통조직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2008년 한경면 고산리, 조수리와 대정읍 모슬포 등지 천혜향 재배농가 10명과 제주천혜향연구회 조직해 회장을 맡았다.

이듬해인 2009년 천혜향연구회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적극적인 유통활성화에 나서게 됐다. 당시 회원농가들은 고품질의 천혜향을 생산하고 있으나 선과시설이 없어 판매에 애로를 겪고 있었다. 또 농업기술센터도 고품질 생산을 위해 비파괴선과시설을 권유했다.

“공동 기금 1억5000만원을 조성하고 행정지원을 받아 2억6000만원을 들여 비파괴선과시설을 갖춘 선과장 300평을 준공했죠. 이 시설에선 선별무게를 뜨고, 당도·산도를 자동적으로 측정해 선과하고 있어요. 선과가 끝나면 사람 손으로 3㎏들이 상자를 포장·출하하죠”

서울 가락청과시장에서 최상품으로 팔리고 있는 '당오름천혜향' 상자.

출하는 제주감귤협동조합 한림지소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상자도 감협에서 사서 쓴다. 이곳 시설에서 비파과선과 처리되는 물량은 연간 130여톤. 정회원을 비롯해 다른 천혜향 재배농가도 이용한다.

“비파괴선과시설을 통해 소득이 많이 높아졌어요. 이 시설이 없을 때 중간상인에게 팔 때는 1㎏에 2000~3000원 가량 받았지만 시설을 이용한 뒤론 5000~6000원을 받게 됐죠. 이젠 상인들은 으레 5000원 이상으로 구입할 것으로 알아요. 제값 출하가 이뤄진 셈이죠”

김 대표는 이곳에서 선과하면 솔로 닦기 만해도 품질이 매우 좋다고 소개한다. 자체브랜드 상표도 개발, ‘당오름 천혜향’이란 이름을 붙였다 노란색으로 새롭게 디자인해서 나름대로 차별화를 꾀하기도 했다.

“서울 가락동 청과시장 경매장에서 ‘당오름 천혜향’은 가장 높은 값에 경락되는 최상품으로 쳐요. 상품성이 좋아서 경매에 오르기 전에 중도매인들이 미리 점을 찍어 놓죠. 경매까지 가지 않아도 이미 값이 정해질 정도로 중도매인들이 선호도가 높아요”

이는 회원들이 공동으로 철저히 품질을 관리하는 회원 공동관리시스템을 운영한 결과라고 김 대표는 전한다. 우선 따낼 때를 철저하게 조절한다. 큰 알맹이의 상품만 설 명절에 출하하고 3월 15일 이후에 본격 출하에 나서 5월초까지 이어진다.

“천혜향 당도를 3월 이후 13~15브릭스로, 최상품은 17브릭스까지 끌어올려요. 겨울철 추위피해를 미리 막기 위해 기름으로 보조가온을 하고 환풍시설도 철저히 갖춰있죠. 하우스 안 온도가 늘 섭씨 3~7도를 유지해야 해요. 3도 이하로 떨어지면 난방·환풍이 저절로 작동돼 서리나 동해는 피해 없어요”.

 
천혜향연구회영농조합법인 선과장에 설치된 비파괴선과시설
물론 천혜향을 재배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다. 김 대표는 가장 어려운 점은 저장성을 꼽는다.

“천혜향은 당도가 높고 과피가 얇아서 오래 저장하기 힘들어요. 저장성이 떨어지는 걸 극복하려해도 아직까지 획기적인 방안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 문제는 농가도 고민해야겠지만 관련연구기관이나 농정기관 등에서 방안을 제시해줬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감귤 산업은 ‘품질과 맛이 관건’이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무조건 품질 좋고 맛있게 만들어야 해요. 주위도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공생공존해야죠. 제주산 품질이 나쁘고 맛이 없으면 한 사람 때문에 모두 다 죽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해요”

FTA와 관련, 김 대표는 중국과 교역을 막아야겠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철저한 준비를 주문한다.

“FTA 때문에 작년부터 수입산 오렌지 들어오면서 천혜향을 먹다가 중단하는 바람에 판매량이 1/3가량 떨어졌고, 5월 이후 주문량도 크게 줄었어요. 2017년부터 무관세로 들어오면 타격은 엄청나게 클 것은 자명해요”

김 대표는 지금 수입산 오렌지를 고당·중단·저당으로 구분해 팔고 있는 걸 보면서 오렌지 판매전략과 유통과정을 잘 알아서 대처해나갈 것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자신과 남의 사정을 알고 준비하면 위태롭지 않다’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란 말을 떠올린다.

“모든 제주산 감귤의 품질을 좋게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죠. 지금까진 금전적인 지원이 대부분이지만 이보다다 기술적인 부분에 역점을 둬 감귤 농가를 도와줬으면 해요”

제주농업의 미래에 관해 김 대표는 “어렵지만은 않고, 노력한 만큼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긍적으로 본다.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지만 감귤을 사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여행사의 기획관광이어서 그렇지만 자유여행을 시켜서 맛있는 밀감 사먹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농가도 어떤 물건을 만들어도 성의를 다함으로써 한번 먹으면 다시 살 수 있도록 여건 만들어야죠. 제 아들도 콜라비와 브로콜리를 재배시키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농사는 열과 성이 있어야 한다.“성실하고 부지런하자 자기 일하면 한만큼 대가는 돌아온다”는 김 대표는 “남보다 한발 먼저 뛰어야한다”는 신조로 살아오고 있다.

고산2리장, 고산농협·고산중고교·의료보험공단 이사 등을 거쳐 현재 제주개발공사 이사기도 한 김 대표. “모두가 공생할 수 있도록 맛있는 감귤 생산에 더욱 더 노력하겠다”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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