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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이율배반적 측면과 상호보완적 측면
<데스크논단> 이율배반적 측면과 상호보완적 측면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5.03.31 13:1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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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대립해 양립하지 않는 두 명제(命題)가 동등한 타당성을 가질때 우리는 흔히 이율배반(二律背反)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원래 이 말은 나름대로의 이유 때문에 그 자체로서는 '참'인 것으로 간주될 수 밖에 없는 각각의 명제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논리적 모순을 가리킨다. 일종의 자가당착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요즘 해군본부가 주민동의를 얻어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을 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이의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해군본부가 본격적인 홍보와 주민설득에 돌입하자,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들 단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평화의 섬 제주에서 해군기지 건설은 이율배반적이라는 것이다.

즉, 지난 1월27일 제주를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을 통한 공동번영을 위해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것과, 얼마없어 해군 군사기지를 건설해 주변국과 협력체계를 강화시켜 나가겠다는 것은 명백한 모순과 모순의 대립이라는 것이다.

#평화의 섬의 군사기지 의미는?
이들 단체들은 평화와 안보의 개념을 '비군사적 분야'로 제한해 설명한다. 특히 탈냉전의 시대에 있어서 안보는 단지 군사력에만 의존해서 지켜질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정치, 경제, 사회는 물론이고 문화와 인권, 환경 등 비군사적 분야 또한 안보의 개념에 포함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들 단체의 주장은 십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제주도의 해군기지 건설은 동북아 평화관련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평화의 섬 제주는 물론 우리나라의 위상이나 역할과 관련해 치명적인 오류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환경단체에서는 국가차원의‘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시점에서, 다른 한편에서 군사기지계획을 추진한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도 심각한 모순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와는 별도로 제주의 미래 비전으로서 설정한 평화의 섬은 군사적인 접근이 아니라 비군사적인 접근으로 이뤄져야 하며 해군력을 강화할 경우 오히려 군비경쟁을 부추겨 국가간 갈등을 빚을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표출된다.

그러나 해군본부 측은 지난 2002년부터 평화와 해군기지건설은 대립되는 모순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측면이라고 설명한다. 즉,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에 따른 해상 교통로 안전보장과 군사적 위협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제주지역에 해군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해군본부 측은 2002년 당시에도 지역주민의 반발에 대응해 이같은 논리를 폈다.

제주는 서해와 동해가 연결되는 길목에 있어 지정학적으로 중앙적 위치에 해당하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국방상 중요한 가치를 지닐뿐 아니라 병참 및 전진기지적인 가치가 높기 때문에 주변의 잠재적 군사적 위협의 표적이 될 수 있고 이에따라 철저한 군사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국제자유도시의 물자수송 통로인 해로의 안전보장과 도서 영유권 및 해양경계획정 분쟁과 관련된 국가간의 무력충돌 가능성, 해적이나 해양테러, 밀입국 불법 이민이나 무기 및 마약 밀매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제주에 해군기지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한다.

제주도 주변 해양에서의 평화를 확실히 지켜줄 것이며, 평화가 교란당할 경우 평화를 신속하게 복구시켜 줄 수 있기 때문에 제주 평화의 섬 추진 구상과는 상호 보완적 관계이지 상호 모순적 관계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두가지 견해, 즉 ‘이율배반적’인가, 아니면 ‘상호보완적’인가 하는 시각차이는 앞으로 논란 속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리적 토론이 중요할 때
지난 30일 해군본부가 제주방어사령부로 하여금 남제주군수와 의회 의장을 직접 만나 해군기지 건설계획에 대해 설명하게 하는 한편 홍보책자까지 만들어 주민배포계획에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시민.환경단체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음주 중 주민설명회가 개최된다면서 2002년과 같은 논쟁은 불보듯 뻔하다.

이러한 염려 때문인지 김태환 제주도지사와 강기권 남제주군수는 주민동의와 이해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 지사는 해군본부에 주민설명회를 조속히 개최하도록 요청했고, 강 군수는 주민동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행히 해군본부 역시 ‘주민 설득’을 통한 사업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찬반입장을 조율하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찬성이나 반대가 아니라 진정한 실리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번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 관련 논의에서는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실리적 토론’이 이뤄졌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야 해군기지가 진정 이율배반적 사업인지, 아니면 평화의 섬과 상호보완적 측면의 사업인지를 도민들이 판단할 수 있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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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보완 2005-03-31 19:56:41
해군의 자세가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주민의 동의를 받을 때까지 계속 설득하겠다고 하는데 그 자세가 좋습니다.
꼭 평화라고 해서 비군사를 강조할 이유는 없습니다.
소말리아에서는 평화유지군이라는 말도...
평화의 섬 제주에 동북아 안보를 책임질 해군기지도 어쩌면 필요하지 않는가.
평화와 안보는 상호보완적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난 해군 두둔하는 사람 아닙니다.
그저 객관적 입장에서...

이율배반 2005-03-31 15:32:33
상호보완적은 무슨 얼어죽을 상호보완적.
이율배반이 백번 지당한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