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학교 현장] <19> 학생들의 참여로 ‘효례축제’를 꾸린 효돈중학교
서귀포시의 작은 학교인 효돈중학교(교장 박훈철)가 지난 30일 의미 있는 축제를 진행했다. 그 의미는 바로 학생들이 주인이 되는 장을 마련한 것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돈을 들여서 축제를 진행하고서도 학생들은 마냥 바라보는 입장에 불과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마련해 준 축제의 손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축제는 완전 달라졌다. 교사들의 개입은 거의 배제됐다. 곡목 선정에서부터, 팸플릿을 만드는 모든 것들이 학생들의 머리와 손에서 만들어졌다.

효돈중의 축제는 지역의 이름을 빌려 ‘효례축제’로 불린다. 올해 축제는 참여의 성격이 매우 짙다. 걸개그림도 학생들의 작품이다. 효돈중은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해봐야 9학급에 지나지 않는다. 학생도 220여명이다. 걸개그림은 9개의 천을 붙여 만들었다. 9학급 모든 학생들이 참여해 각 학급의 작품을 만든 뒤 그걸 재봉틀로 이어서 탄생한 하나의 작품이다.

학생들이 주인이 되는 축제여서인지 달라도 뭔가 달랐다. 주말에 학교를 나오라고 하면 학생들은 갖은 핑계를 대며 나오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이번 축제는 학생들이 감독이 되고, 주연 배우가 되기에 스스로를 채찍하는 건 필수였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일요일에도 학교에 나와 서로를 평가하며 축제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려 했다.
만족도는 어떨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한 축제였기에 느낌의 차이는 분명했다.
1학년 김윤영 학생은 “협동하면서 무대를 만들고, 축제를 이끄는 게 뜻깊었다.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이 도와줬으나 이번 축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송지아 학생도 “초등학교 때 학예회와는 완전 다르다. 새롭다. 끼를 발휘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효돈중이 이처럼 달라진 건 올해 자율학교로 지정되면서 학생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게 컸다. 자율학교로 지정되면서 악기를 다루고, 스포츠 활동 등을 통해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학생들이 만들어낸 올해 축제는 그런 바탕의 결과물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