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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제주사회, 경계되어야 할 '향원(鄕愿)'
전환기 제주사회, 경계되어야 할 '향원(鄕愿)'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6.09.10 12:0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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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향원의 5대악'에 비추어 본 제주특별자치시대

옛 중국에서는 수령을 속이고 양민을 괴롭히던 촌락의 토호를 일컬어 '향원(鄕愿)'이라고 불렀다. 겉으로는 선량한 척하면서 환곡이나 공물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따위의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 말이다.

논어에서는 도둑은 어떤 물질 등을 탐내어 훔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향원은 '덕(德)을 도둑질하는 자'로 말하면서 매우 위험한 인물로 간주했다.

중국의 교훈적인 설화집인 '설원(說苑)'을 비롯해 옛 고서에는 소정묘(少正卯)에 대한 얘기가 두루 실려있다. 기록에 의하면 노나라 정공 14년(BC 496)에 공자는 지금의 법무부장관에 해당하는 사구가 된지 7일만에 소정묘를 죽이고 그 시체를 3일간 궁정에 내걸었다고 한다.
 
이에 소정묘를 인망이 높은 사람으로 생각하여 오던 공자의 제자인 자공(子貢)은 공자의 행위를 힐난했다. 그러자 공자는 도둑 이외의 대악(大惡) 5가지를 들어 소정묘를 죽인 이유를 대었다.

공자가 말한 5가지 대악의 유형은 이렇다. 첫째, 남의 마음을 잘 읽어 마음에 들게 하지만 그 속에는 엉뚱한 흑심을 품고 있는 자. 둘째, 행실이 편벽하면서 고집만 센 자. 셋째, 말에 진실성이 없으면서 달변인 자. 넷째, 하는 목적이 어리석으면서 지식이 많은 자. 다섯째, 비리에 순응하면서 자기 이익만 챙기는 자.

공자는 "사람이 이 다섯가지 중 한가지만 지녀도 죽음을 면하기가 어려운데, 소정묘는 다섯 가지를 모두 겸하고 있어서 군중에게 사기성 달변으로  군중을 미혹시킬 수 있고 영향력이 강하여 군중을 자기편으로 모아 정도(正道)에 반하여 족히 홀로 설 수 있으므로 간악한 무리들 중에 소영웅이다. 그래서 죽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설원'에는 추가적으로 다음과 같이 부연 설명하고 있다. "소위 꼭 죽여야 할 사람은 낮에 강도질하고 밤에 남의 집 담을 넘나드는 그런 도둑이 아니다. 바로 사회를 문란하게 하고 나아가 나라를 뒤엎는 간사한 무리들이며, 이들은 죽어 마땅하다. 이러한 무리들은 의로운 자로 하여금 의심을 품게 하며, 어리석은 자로 하여금 미혹에 빠지게 하는 능력을 지닌 자들이다."

'향원'에 대한 특별한 경계의식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가늠할 수 있다. 남의 집의 물건을 훔치는 도적보다도 '향원'을 더욱 경계시한다는 것이다. 도적들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개인적 범죄 범위에 불과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고위직에 있으면서 자기 직위에 해당하는 책임을 망각하고 권한을 최대로 활용하여 사사로운 욕심을 채운다면, 그 범죄 행위는 국가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된다.

고위 공직자 뿐만이 아니다.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도 이에 망라된다. 표면적으로는 정의를 논하는 척 하면서도 그 이면으로 사리사욕을 챙기려 할 경우 이 또한 당연히 사회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신자유주의 사조가 짙게 드리우는 오늘의 우리사회에서도 '향원'의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조그만 선심을 베풀어 지역 사람들의 인심을 얻고 국회의원 또는 지방의원으로 당선된 후에는 국가 이익과 국민의 삶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사리사욕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 또한 '향원'의 일종이다. 고위직에게 개인적으로 충성하여 친분을 두텁게 한 후 국익을 뒤로한채 사리에만 급급한 실세 또한 향원의 한 부류이다.

향원은 공직사회 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에서도 그 형태가 나타난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개인재산으로 은닉하거나 착복하는 기업가나, 공익을 위하는 척 하면서 개인적 정치야심에 활용하는 사람 또한 향원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어쩌면 사람 누구에게나 '향원'의 본심은 잠재돼 있을런지 모른다. 다만 그 표출의 정도가 어느 쪽에 더 치우치는가가 문제다.

제4대 민선지방자치시대, 우리 제주도에서는 말 그대로 고도의 자치권이 부여된 제주특별자치도 시대를 열게 된 요즘, 도민사회가 정말 시끌벅절하다. 특별자치도의 조직안정화 문제에서부터 새로운 행정시스템 적용으로 도민들도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제주특별자치도 2단계 제도개선 추진 등으로 논란과 논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직자 내부는 물론 소위 도민사회 여론을 주도하는 '오피니언 리더'층에서 '향원의 내면적 요소'는 충분히 나타날 소지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를 이끌어 나가는 고위공직자의 인선과정에서부터 공직사회 내부 풍토, 그리고 제주해군기지 건설, 제주특별자치도 2단계 규제혁신 등 숱한 지역현안을 논의하는 과정, 한번 그 과정 하나하나에 혹 '향원'의 형태가 표출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되살펴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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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0-31 11:12:08
^^...
무역학과 91학번 입니다.

오해 2006-09-10 12:24:51
공직자 내부만 향원이 있다는 논조이군.
말잘하는 소위 사회단체에는 그런사람 없나!!

악덕 향원 2006-09-10 12:23:24
아마 자기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을걸
자꾸만 다른 사람에게서 향원을 떠올리면서도 정작 자기자신은 향원과는 거리가 멀다고 그렇게 생각할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