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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좋은 ‘조청’, 정성 듬뿍 담아 가공·판매…도내 유일”
“건강에 좋은 ‘조청’, 정성 듬뿍 담아 가공·판매…도내 유일”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4.07.11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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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업인의 手多] <10>‘청마루’ 고송자 대표

제주지역 농업이 거듭 진화하고 있다. 이제 제주지역에서 나오는 농·특산물이 단순생산에서 벗어나 가공, 유통, 체험에 이르는 다양한 6차 산업 수익모델 사업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6차 산업은 ‘1차 농·특산물 생산, 2차 제조 또는 가공, 3차 유통·관광·외식·치유·교육을 통해 판매’를 합친 걸 뜻한다. 제주엔 ‘수다뜰’이 있다. 여성들이 모여서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수다를 떠는 곳이 아니다.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을 가지고 직접 가공한 제품을 팔고 있는 ’농가수제품‘의 공동브랜드이다. 그 중심엔 여성 농업인들이 있다. 열심히 손을 움직여야하는 ‘수다’(手多)를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이들을 만나 제주농업의 진화와 미래를 확인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애월읍 고내리에서 도내에 하나밖에 없는 조청가공공장인 '청마루'를 운영하고 있는 고송자 대표.
“조청을 만들려면 큰 가마솥에서 열 네 시간을 고와야 겨우 완성이 되죠. 처음엔 더 쉬운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만드는 과정이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건강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어 열심히 하죠”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해안도로가 보이는 곳에서 도내 유일한 조청 가공업체인 ‘청마루’를 운영하고 있는 고송자 대표(52).

“어렸을 적 떡을 맛있게 찍어 먹었던 기억이 있죠. 할머니가 만든 것이었는데 물엿이나 꿀과 다른 은근한 맛이 났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바로 그게 조청이었고, 이젠 제가 어떻게 더욱 맛있고 영양가 있게 만들까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됐네요”

구좌읍 하도리가 고향인 고 대표는 애월읍 고내리로 시집을 와 농사를 짓고 바다에서 물질을 하면서 조청가공공장을 하게 된 건 농업기술센터 생활개선회가 계기를 만들어준 셈이다.

“고내리 생활개선회원들이 ‘농어촌 희망 찾기 모임’에 참석했는데 창업을 하는 게 있다 해서 조청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처음엔 조청이 무엇인지 제 자신도 생소했고, 아직도 도내에선 모르는 이가 많아요. 설탕과 물엿 대용으로 고추장, 멸치볶음, 잼 등을 만드는데 쓰는 각종 조림용·무침 양념용을 써요. 하지만 도내엔 제대로 된 가공공장이 없었죠”

조청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생활개선회원들은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전라·경상도와 울산 등 견학을 여러 차례 다녀왔다.

그래서 2008년 고 대표 등 생활개선회원 3명이 도내에 하나밖에 없는 조청가공공장인 ‘청마루’를 애월읍 고내리에 세웠다.

# “제주전통 방식으로 열 네시간 고아 조청 만들어”

가마솥에서 고와 조청을 만들고 있는 고 대표
“처음에 만드는 방법이 서툴러서 실패를 많이 했어요. 그러다 이웃에 사는 할머니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해 옛 제주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걸 배워 본격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죠. 원래 도내에선 조청이 생소했고 홍보도 잘 되지 않아 판매가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았어요. 도중에 회원 2명이 자신이 하는 일에 충실하기 위해 빠져나가 지금은 혼자 운영하고 있어요”

고 대표는 마늘, 쪽파 등을 자신의 밭에서 재배하는 여성농업인이자, 고내리 어촌계장을 3년째 맡고 직접 물질을 하는 잠수이기도 하다. 친정인 하도에서 어릴 때부터 잠수인 어머니를 따라 천초를 따내는 등 바다에 익숙하다.

애들을 키워 고내어촌계에 잠수로 등록해 25년이 넘도록 지금까지 꾸준히 물질을 한다. 하루 3시간 정도 바다에 들어가 전복·소라·성게·해삼·멍게·오분자기·문어 등 20~30㎏을 캐내거나 잡아 올린다.

그래서 고 대표는 1차 산업인 농어업에 종사하며, 자신이 재배한 농작물을 가공·제조해 팔고, 체험장을 운영하는 이른바 6차 산업의 전형을 실천하고 있다. 농가수제품 생산사업장인 ‘수다뜰’의 회원이기도 하다.

현재 ‘청마루’공장엔 20평사업장 규모사업장에, 커다란 가마솥 2개, 고두밥 만드는 밥통, 엿기름 짜는 ‘짤순이’ 기구 등을 갖추고 소비자의 주문을 받고 ‘맞춤형’조청을 만들고 있다.

조청은 쌀과 엿기름으로 만든다. 먼저 엿기름에 물을 부어 쌀을 씻어 치대면 뿌연 물이 나오고, 이를 2~3차례 반복해 물만 한 곳에 따라서 잘 가라앉힌다. 이때 잘 가라앉은 엿기름물은 깨끗한 윗물만 쓴다.

한쪽에선 쌀로 되지도 질지도 않은 고슬고슬한 밥인 ‘찐밥’또는 ‘고두밥’을 만든다. 이 밥을 보온밥통에 놓고 준비한 맑은 엿기름 물을 부어 밥과 엿기름 비율을 5대1로 해 ‘보온’상태로 둔 채 8시간 정도 삭힌다. 밥알이 동동 떠올라 잇으면 잘 삭은(발효)것이다.

이를 면 보자기에 부어 짜서 국물만 걸러 가마솥에 넣어 은근한 불에서 눋지 않도록 잘 저어주면서 묽기가 될 때까지 달인 뒤 식히면 조청이 만들어진다.

조청은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아 보관이 쉽지 않아 대량생산을 할 수 없어 대부분 소비자가 원하는 종류와 물량을 만들어내는 주문생산이다.

“이곳에서 만드는 조청은 쌀 조청, 익모초 조청, 방풍 조청, 마늘조청, 오리조청 등 매우 다양해요. 특히 엿기름은 제주산 보리로 만들죠. 보리에 싹을 틔워 1~2cm쯤 나오면 따내 건조한 뒤 기계로 갈아 해풍에 말려 엿기름을 직접 생산해요. 이러면 단맛이 강하게 나죠”

# “쌀·익모초·방풍·마늘·오리조청 등 종류 다양”

청마루 조청
청마루 조청과 포장 상자

방풍조청은 고내리 해안가에서 자라는 방풍을 직접 뿌리까지 캐내 주문에 따라 만든다. 통풍과 풍에 효능이 좋다 해서 주문량이 많다. 양노원, 요양원 등에 당뇨가 있는 어르신들이 떡에 찍어먹기 위한 주문도 많다고 고 대표는 전한다.

익모초 조청은 서귀포지역에서 주로 겨울에 주문을 많이 한다. 익모초가 여성 생리통, 배가 차갑거나 임신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이 많이 주문한다. 익모초는 고 대표가 밭에 심어 무농약을 재배해 말려 원료로 쓰고 있다.

“마늘조청의 효능은 원기회복이나 기침·가래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요. 마늘은 제가 밭에서 직접 재배한 걸 써요, 오리조청(오리엿)은 익모초 조청, 방풍 조청에 섞어서 만들어달라고 주문해 오면 만들고 팔고 있죠”

고내리가 올레길 16코스여서 관광객과 올레꾼들도 가끔 찾아온다. 관광객들은 다른 지역에서 조청은 산중에서 만드는데 이곳은 해변이어서 특이하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고 대표는 전한다.

‘청마루’는 도내 유일한 조청가공공장이어서 도내는 물론 다른 지역에서까지 견학과 체험장으로 많이 찾고 있다.

“조청을 만드는 체험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하는 게 힘들어 거의 하지 않아요. 주로 완성된 조청으로 양념장·고추장 만들기 체험을 하죠. 연평균 200명 정도 찾는데, 주로 주부와 학교 영양사들이 와요”

조청가공공장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적잖다. 먼저 조청을 완성하려면 최소한 이틀 이상 걸리고 주문량도 소량이란 점이다. 게다가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보관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엿은 1년 이상 보관할 수 있으나 조청 보관은 가정에서 냉장으로 2달 정도할 수 있다. 대량생산을 할 수 없고 보관문제 때문에 마트나 수다뜰 판매장 등에 진열해서 팔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어요. 시중에서 판매도 못하고 홍보도 힘든 게 극복해야할 과제에요”

조청을 넣는 용기는 처음에 병을 썼다가 지금은 페트(PET)용기와 뚜껑을 이용해 포장한다. 병에 넣어 냉장보관하면 내용물이 굳어져 먹기에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온에서 적당히 보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페트용기를 쓰면서 불편함이 많이 나아지긴 했어도, 앞으로 용기를 단지로 바꿨으면 하는 바람이요. 그러면 떠서 먹기도 좋고 편리하죠.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여의치 않네요. 이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해요”

지금까지 도내엔 정식으로 인가된 조청가공공장이 이곳밖에 없은데 고 대표는 앞으로 더 생 길 수도 있다고 본다.
“단맛을 내는데 설탕보다 조청을 쓰라는 언론보도도 있었죠. 조청이 건강에 좋다는 걸 널리 알리고 싶고, 많이 만들어 썼으면 좋겠어요. 이곳 조청은 처음엔 꽤 많이 나갔고 지금까지도 더 늘지는 않지만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요. 홍보가 더욱 필요하죠”

‘건강하고 정직하게, 하는 일에 충실히 하면서, 인정받으면서 살고 싶은 게 평소 생각’이란 고 대표는 “앞으로 제 딸이 맡아서 전통식품으로 계속 전승 번창했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청마루’는 제주시애월읍고내리1152-16에 있다. 연락은 ☎ 064-799-2626/010-3696-8986/ 010-3699-4096 로 하면 된다.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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