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학교 현장] <27> 그림자 인형극 주인공 놀이에 푹 빠진 비양분교
적다, 아니 작기도 하다. 제주시 한림읍 비양분교. 이 곳의 학생은 4명이다. 4명의 학생은 배라는 교통수단을 이용해야만 뭍으로 나올 수 있는 섬에 산다. 그래서 적은 수의 학생들이 세상을 보는 건 작을 수밖에 없다.
4명의 학생들은 매주 금요일은 뭍으로 나온다. 본교인 한림초등학교 학생과의 통합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그래도 좀 더 멋진 활동은 없을까.
마침 한수풀도서관이 내건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왔다. 한수풀도서관은 올해 비양도 북카페 행사의 하나로 비양분교 학생들을 위한 색다른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그림자 인형극이다.
지난 24일. 비양분교에 모처럼 사람들이 운집했다. 학교에서 열린 그림자 인형극을 보기 위해서다. '아트스튜디오 그리메'의 나현정 감독이 준비한 ‘바람나무야, 내 목소리 들리니’라는 제목을 단 그림자 인형극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한수풀도서관의 양미영 주무관은 “비양분교 4명의 어린이들은 섬밖 활동을 하곤 한다. 그렇지만 섬내에서 4명의 아이들만을 위한 특수활동으로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그림자 인형극을 도입했다”며 그림자 인형극을 내건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웬걸? 학생들의 눈을 사로잡지는 못한다. 인형극을 바라보는 건 그다지 신기하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기우였다. 곧 학생들은 활발해졌다. 인형극에 등장할 인형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자 4명은 확 달라졌다.
그림자 인형극의 주인공은 인형이다. 그 인형을 만드는 과정에 학생들은 푹 빠져들었다. 감정이입을 하듯 학생들은 자신의 분신이 될 주인공을 만들어갔다. 6학년 고대령 학생은 쫄라맨을, 4학년 오건우는 사자, 2학년 고은빈은 귀여운 토끼, 2학년 윤성원은 깜찍한 어린이.
나현정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공연문화를 많이 접하지 못한 애들에게 바라보는 공연이 아닌, 직접 체험하는 공연문화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자신들이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공연도 해보게 했어요.”
그의 말마따나 어린이들 스스로가 그린 캐릭터가 인형극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자 학생들의 눈빛은 완전 달라졌다. 스스로 그림자를 비쳐보는 건 물론, 상황에 맞게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나현정 감독은 “애들이 공연이 뭔지 깨달은 것 같다. 그림자 극은 빛의 원리를 알아야 하는데 그런 걸 쉽게 이해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사양하던 고대령은 “만드는 게 재미있다. 연극을 듣는 것보다 직접 참가를 하니 좋다”고 말했다. ‘쫄라맨’을 만든 이유를 묻는 질문엔 이렇게 답한다. “멋있잖아요”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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