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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모두 주주, 직접 천연염색·디자인·판매…감물축제 열어”
“회원 모두 주주, 직접 천연염색·디자인·판매…감물축제 열어”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4.08.08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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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업인의 手多] <14>‘감따그네’ 김선미 대표

제주지역 농업이 거듭 진화하고 있다. 이제 제주지역에서 나오는 농·특산물이 단순생산에서 벗어나 가공, 유통, 체험에 이르는 다양한 6차 산업 수익모델 사업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6차 산업은 ‘1차 농·특산물 생산, 2차 제조 또는 가공, 3차 유통·관광·외식·치유·교육을 통해 판매’를 합친 걸 뜻한다. 제주엔 ‘수다뜰’이 있다. 여성들이 모여서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수다를 떠는 곳이 아니다.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을 가지고 직접 가공한 제품을 팔고 있는 ’농가수제품‘의 공동브랜드이다. 그 중심엔 여성 농업인들이 있다. 열심히 손을 움직여야하는 ‘수다’(手多)를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이들을 만나 제주농업의 진화와 미래를 확인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서귀포시천연염색바느질회 회원 20명이 운영하고 있는 '감따그네' 김선미 대표.
“처음 염색을 한다고 모였을 때 염료가 뭔지, 매염이 뭔지도 몰라, 지도하는 선생님 눈망울만 멀뚱멀뚱 쳐다보던 모습이 생각나죠. 겁 없이 도전했던 서울시 인사동에서 갤러리전, 감물 보급한다고 한 달 보름 감물만 짜면서 준비하던 감물축제, 생각해보면 우리를 성숙하게 했던 시간들이었죠”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에 있는 ‘감따그네’ 김선미 대표(46)는 며칠 앞으로 다가온 감물축제를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감따그네’는 제주어로 ‘감을 따서 염색한다’는 뜻을 지녔다. 서귀포시천연염색바느질연구회 회원들이 운영하는 매장이다. 김 대표는 이 모임 제5대회장이다

이곳은 올레5코스 시작점에 자리해 있고, 매장은 30평 규모이다. 회원 20명이 직접 만든 걸 팔고, 회원들이 직접 돌아가면서 운영하고 있다.

“회원 모두가 주주이자 주인이죠. 자기가 염색을 해서 만든 만큼 팔아서 자기 소득을 얻어요.그게 다른 곳과는 달리 차별화하는 셈이죠. 이곳엔 침구 옷 모자 가방 등 생활에 필요한 필수품은 모두 갖춰 있어요. 회원들이 염색과 디자인해서 만든 토털패선매장이죠. 연간 매출액은 2억 원 가량 될 거에요”

이곳에선 염색 체험 희망자에 한해 서귀포시농업기술센터에서 지도를 하고 있다. 따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매장 고객들은 학생·도민·관광객 학생 등 다양하고, 체험하는 계층도 어린이집·학교· 각종 단체 등 다양하긴 마찬가지다.

염색체험은 이불· 베개커버 등 침구류부터 스카프 손수건 등 종류가 많다. 감물염색을 기본으로 쪽염색 등 도내 자연에서 나오는 걸 갖고 체험자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있다.

# “서귀포시천연염색바느질연구회, 초보에서 전문가 수준으로”

'감따그네' 전 현직 대표들. 왼쪽부터 고순옥 4대회장, 김선미 현재 회장(5대), 박인순 3대회장이다.
회원들은 거의 남원읍 지역에서 감귤농사를 지으면서 각자 매장에 나와 천연염색과 디자인을 해 제품을 만들어 판다. 회원 정기모임은 주1차례, 작업을 할 때 공동작업은 조별작업, 개별적 작업은 판매를 위해 한다.

“저의 연구회는 서귀포시농업기술센터에서 2002년부터 시작됐죠. 감귤농사 끝난 뒤 농외소득창출을 위해 농업기술센터에서 바느질·염색·전통감물 옷을 만든 걸 교육했어요. 교육받는 회원 20명이 모여 2009년 영농조합법인 서귀포시천연염색바느질연구회를 결성했죠. 처음엔 작은 수공업에서 출발했는데 법인이 되면서 활성화하게 됐어요”

이 모임 제3대 박인숙 회장(61)은 귀농인이다. 서울 혜화동에 살다가 2002년 남편과 남원에 정착했다. 처음엔 감귤 가지치기 기술을 배우러 농업기술센터에 들렀다 이 모임에 가입했다.
남편은 신흥리에서 감귤 3000평을 재배하고 있다.

“처음엔 모임에서 감물염색을 했는데, ‘왜 색이 안 나왔느냐’고 묻기도 했어요. 이치를 잘 몰라서 그랬죠. 바느질도 전혀 못해 서툴러서 혼났어요. 지금은 염색과 바느질이 전문가수준이 라는 말은 들어요”라며 박 회장 씩 웃는다.

같은 여성인 고명수 서귀포농업기술센터 농촌지원담당은 이 모임에 대해 극찬한다.

“서귀포시천연염색바느질 연구회는 2002년 조직돼 꾸준하게 전문기술을 배우고 익혀 회원 20명이 지역사회에서 나가서 지도 전문가가 됐어요. 매장을 통해 소득을 많이 올리고 있고, 향토자원 농산물인 고사리·양파를 이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죠. 이 모임은 전국적으로도 알려졌고, 2004년부터 감물축제를 해마다 꾸준히 열고 있어요. 2007년엔 도 향토자원화사업으로 지정돼, 천연염색 체험장, 전시장도 만들었고, 교육실, 기자재가 준비돼 있죠”

올해 감물축제는 서귀포시농기센터에 있는 7개 단체가 함께 축제를 열기로 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고 담당은 전한다.

‘감따그네’에선 감물 염색을 기본으로 쪽염색, 양파 염색 등 천연에서 나오는 걸 갖고 모두 염색을 한다. 주로 하는 건 제주도 감을 바탕으로 깔아놓고 염색을 한다. 제주도 천연염색문화를 계승하기 위해서라고 이 모임 제4대 고순옥 회장(48)이 설명한다.

“감염색은 색이 단순해서 색깔을 다양하게 하자고 해서 가장 많이 하는 게 쪽 염색이죠. 쪽에 관한. 재배와 공부도 하지만 염료를 인도 수입산을 에서 사다가 쓰기도 해요. 감염색의 단점을 보완하고 복합염을 하니 색깔·무늬·실용성이 뛰어나요. 서울 인사동에서 2차례 전시회를 했는데 성황을 이뤘죠”

이 모임 회원 가운데는 쪽을 직접 재배해서 쪽 염색을 하기도 하고, 오배자(북나무에서 기생하는 벌레집)도 산에서 따다가 염색을 한다. 9월말부터 10말까지 채취해서 염색하면 가지색이 나온다.

명반을 넣으면 아이보리색, 철 넣으면 카키색, 양파는 노랑 회색 등 매염제에 따라서 색깔이 다르다. 매염제는 미량에다 천연인 것을 쓰고, 물에 행구면 모두 빠지니까 몸에 전혀 해롭지 않다.

# “회원 자부담 매장조성, 당번제 운영, 협동조합형태로”

'감따그네'제품
'감따그네' 제품

고 전 회장은 염색뿐만 아니라 협동심과 운영 면에서도 자랑할 게 많다고 전한다.
“시작은 농사만 지을 게 아니라 농외소득과 기술을 익히기 위해 했죠. 처음엔 염색이나 바느질이 서툴렀지만 해마다 느는 속도가 빨라졌어요. 이는 회원끼리 잘하는 분야를 서로 가르쳐 주고 있기 때문이죠. 다른 곳에서 3~4년 할 것 1년이면 배워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보완하죠. 처음엔 자기 입을 작업복정도 만들려 했는데 이젠 남에게 자랑할 정도가 돼요”

이곳에선 자기가 만들어 판 건 자기가 가져가는 협동조합형태로 운영된다. 공동으로 작업할 건 공동으로 하고 연구회 운영비와 자금을 조성하고 있다. 매장 조성도 회원들이 자부담으로 이뤄졌다. 매장은 당번제로 운영하고 있다. 장부정리나 손님 접대 둥 전문적인 건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힘들었다.

“원래 천연염색제품은 값이 비싸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천연염색제품을 되도록 싸야 찾거나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점에 착안해 초점을 맞춰 염색·디자인·제작 판매하고 있죠. 그래서 저의 모임은 천연염색을 대중화하는데 기여했다고 자부하고 있어요”

이 모임의 수준은 여러 회원이 개인전시를 할 정도로 매우 높아졌다. 서울 인사동 뿐만아니라 이중섭거리 등 여러 곳에서 개인전시회를 가졌다. 제주관광문화산업진흥원에서 ‘제주이안’이란 브랜드를 만들어서 팔고 있기도 하다.

고 회장은 앞을 내다보고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데 여태껏 전용 작업장이 없고, 자기 농사를 짓다보면 염색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따로 작업장이 없어 지금은 농기센터에서 주1차례 만들고, 작업은 개인이 좁은 곳에서 하고있죠. 공동으로 작업할 수 있는 공간, 천염염색 체험과 판매가 함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염색을 하면서 좋은 걸 직접 체험하고, 희열을 느끼면서 힐링이 되는데요”하고 있죠”

감물 원료가 기본적으로 감인데 감나무를 심어놨지만 수확은 오랜 시간이 걸려야하는 어려움도 있다. 감나무를 다른 작물을 대체할 작목으로 하기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걸린다.

“감 수요는 점점 늘어나지만 감 원료(토종감)을 구하기 힘들어요. 감나무를 심어도 염색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해 보급해줬으면 좋겠어요. 제대로 된 묘목을 심어야 하기 때문이죠”

‘감따그네’ 회원들은 독립적인 체험장고 공동작업장을 만드는 게 꿈이다. 또 시유지를 임대해 제대로 된 묘종을 받아 감나무 밭을 조성하겠단다. 판로개척도 앞으로 할 목표이다. 서울시 인사동에서 반응이 좋아 앞으로 자주 전시 판매목표로 가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그려본다.

 
 
※‘감따그네’는 서귀포시남원읍남원리128-9에 올레5코스 출발점에 있다. 연락은 ☎064-764-5599나 010-2693-4069, 홈페이지 http://cafe.naver.com/gamttagne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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