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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따서만든 고소한 볶음참깨, 참기름 맛·냄새 느껴봐요”
“직접 따서만든 고소한 볶음참깨, 참기름 맛·냄새 느껴봐요”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4.08.29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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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업인의 手多] <17>‘상가참깨’ 강춘선 회장

제주지역 농업이 거듭 진화하고 있다. 이제 제주지역에서 나오는 농·특산물이 단순생산에서 벗어나 가공, 유통, 체험에 이르는 다양한 6차 산업 수익모델 사업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6차 산업은 ‘1차 농·특산물 생산, 2차 제조 또는 가공, 3차 유통·관광·외식·치유·교육을 통해 판매’를 합친 걸 뜻한다. 제주엔 ‘수다뜰’이 있다. 여성들이 모여서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수다를 떠는 곳이 아니다.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을 가지고 직접 가공한 제품을 팔고 있는 ’농가수제품‘의 공동브랜드이다. 그 중심엔 여성 농업인들이 있다. 열심히 손을 움직여야하는 ‘수다’(手多)를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이들을 만나 제주농업의 진화와 미래를 확인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에서 직접 따내 만든 볶은 참깨와 참기름을 파는 '상가참깨' 강춘선 회장.
“알이 굵은 참깨를 적당히 볶아 참기름을 짜노라면 참 고소한 냄새에 행복해지죠. 한창 젊었을 때부터 했는데 어느덧 20년이 지났네요. 한여름 뙤약볕도, 힘든 농사일도 무섭지 않지만 태풍은 정말 싫어요. 모두가 가슴 졸이며 키운 참깨여서 한 방울 한 방울이 소중하죠”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상가로110)에서 상가리생활개선회원 10명이 직접 재배한 참깨로 볶은 참깨와 참기름을 만들어 팔고 있는 ‘상가참깨’ 강춘선 회장(60).

이곳엔 15평 규모 건물에 참기름 착유기계 2대, 볶음기계 1대, 자동채 1대, 포장기 1대. 계량기 1대 등을 갖춰 놓고 참깨 제품을 만들고 있다. 늘 고소한 참깨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참깨는 5월 초순에 씨 뿌려 8월 하순에 수확하죠. 이곳에선 회원들이 직접 재배한 참깨를 사들여 쓰고 있어요. 회원 한 사람이 1000평 꼴로 1만평 참깨농사를 하죠. 물량이 모자란 건 지역농가들이 재배한 걸 사들여 충당해요. 연간 3500㎏가량 수매해서 제품을 만들죠”

상가참깨는 1992년에 설립됐다. 북제주군농업기술센터에서 가공식품을 권장해 농진청사업으로 지역소득사업을 시작한 게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당시 김상열 상가리생활개선회 초대 회장 때였다.

“저의 모임에선 그 이전엔 유자차·메밀 사업 등을 했지만 별로여서 그만 뒀고, 애월지역이 참깨가 많이 나니까 회원들이 직접 깨를 재배해 가공해서 팔기로 했어요. 이사무소 공간 10평을 빌려 어렵게 시작했어요”

‘상가참깨’사업은 처음엔 회원 16명이 시작했지만 홍보도 잘 안 되고, 수입이 별로 없어 그만 두는 회원이 생겨나 지금은 10명이 하고 있다.

볶은 참깨는 한 차례 작업을 통해 120~160㎏(40㎏들이 포대 3~4개)를 만든다. 1조 4명씩 2조로 나눠 들여온 참깨를 전날 씻어서 밤새 물을 뺀 뒤, 볶음에 들어가서 채에서 걸러, 계량기를 거쳐 포장한다.

# “회원과 마을서 수확한 순수 지역산 참깨만 써요”

'상가참깨'는 회원 10명이 직접 참깨를 수확하고 가공해서 팔고 있다.
만드는 시간은 전날 씻는데 2시간, 이튿날 작업이 6시간 정도 걸려 모두 8시간이면 끝난다. 기계가 없을 땐 하루 종일 나무그늘 찾아서 냄비로도 볶기도 했는데 지금은 훨씬 편해졌다.

이곳에서 볶은 참깨는 300g(도매 12000원). 200g(8500원). 100g(4500원)단위로 포장해서 팔고 있다.

“참기름은 주문을 받아서 즉석에서 만들어 팔아요. 주로 선물용이죠. 연간 1.8ℓ들이 30병정도 짜서 파는데 1되에 12만원을 받고 있어요.. 참기름은 볶아서 짜기만 하는데, 질이 떨어지는 참깨는 집에서 골라서 오라고 해요. 그래야 찌꺼기도 생기지 않고 맛도 좋게 할 수 있죠”

회원 각자 대부분 감귤과 참깨농사를 함께 짓고 있다. 회원 나이는 강 회장이 60세로 막내이고 75세 회장선배가 가장 나이가 많다. 처음엔 모두 젊었는데 20년이 지나다보니 나이가 들어,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이일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강 회장은 바란다.

현재 이곳에 만든 참깨 제품을 납품하는 곳은 도내 농협하나로마트 4곳(오라·일도·하귀·애월하나로마트)이다. 연간 1억 원 안팎어치 판다. 1995년부터 농협 하나로마트 오라지구에 처음 납부하게 효시이다.

농협에 납품하기 전엔 주로 개인이나 음식점 등에서 주문받아 팔았다. 과거에 서울 전통음식점 등에서 주문받아서 납품했지만 돈을 받지 못해 뜯기는 경우도 많았다고 강 회장은 전한다.

“상가참깨는 100% 마을에서 생산한 지역농산물만 이용해서 만들어요. 수입참깨는 절대 쓰지 않는 게 차별화하는 거죠. 그래서 상품 질이 좋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많이 찾아주고 있어요. 상가참깨 브랜드가 우수하다는 게 점점 알려지면서 점점 소비자들이 늘어 회원모두 좋아하죠”

강 회장은 제품이 좋은 비결은 지역농산물에다 만드는 과정에 정성이 듬뿍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자랑한다.

“참기름을 만들 땐 볶은 참깨를 한 차례만 짜니 깨끗하고 냄새와 맛이 좋아요. 다른 곳에선 깻묵을 쪄서 수증기를 이용해 2차로 다시 짠다고도 들었어요. 저희가 만든 참기름을 먹어본 사람들은 너무 좋아서 이곳만 찾고 있어요. 주변에 잘 알려지면서 장전·납읍·한림 등에서 기름을 짜러 온다. 서울에서 주문이 많이 오고 있어요”.

참깨와 참기름이 귀하고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서울에 사는 한 고객은 “건강에 효능이 있다”며 검은 참깨를 한 차례에 25㎏에 사가기도 했다고 전한다.

도내에서 볶은 참깨와 참기름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파는 곳은 별로 없다는 강회장은 참깨 농사를 짓는 게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다른 곳에선 기름을 짤 때 수입산과 국내산을 바꾸는 경우도 많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 “날씨에 민감한 참깨, 가물어야 작황·상품가치 높아”

'상가참깨' 볶은참깨
'상가참깨' 참기름

“참깨는 병해충이 많아서 농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친환경으로 재배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죠. 밀식하면 열매가 맺지 않기 때문에 일일이 손으로 솎아줘야 해요. 수확을 할 때도 일일이 손으로만 해야 하니까 기계화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대규모로 참깨 농사짓기가 힘들다는 거죠”

참깨는 날씨에 유난히 민감하다. 비가 많이 오면 작황이 좋지 않고 가물어야 수확이 괜찮기 때문이다. 특히 수확을 할 때 태풍이 불거나 비 날씨가 계속되면 농사를 망치기 일쑤이다.

“지난해와 같이 날씨가 가물었을 때는 재미가 있는데,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작황도 안 좋았는데 수확 철인 요즘에도 비 날씨가 잦아 상품가치가 나빠질 까 걱정이에요”

참깨는 저장하는데도 어려움이 많다. 깨를 사들여 말리다보면 100㎏에서 10㎏, 즉 10%가량은 날리게 된다. 기계화한 건조실이 있는 농가는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말리는 작업이 힘들다.
잘 말리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으면 밀봉을 해도 벌레가 많이 생긴다.

또 대부분 상가에서 수입산 참깨를 팔고, 식당 등에서 수입산을 쓰고 있는 점도 안타깝다고 강 회장은 걱정한다. 방부제를 많이 쓰기도 해서 그런지 값도 아주 싸지만, 참기름 냄새나 맛이 별로라고 한다.

“참깨 참기름하면 ‘상가참깨’브랜드가 유명해서 자부심 갖게 해요. 지난해까진 별로 였지만, 브랜드가 잘 알려지면 올 들어 애월 하귀 등에서도 많이 찾고 있어요. 웰빙바람이 불면서 점점 소비량이 늘면서 지역농산물을 많이 이용해줄 것으로 믿고 있죠”

얼마 전엔 농협에서 ‘상가참깨’를 도내 모든 하나로마트에 납품해달라는 제의가 있었지만 들어줄 수 없었다고 강 회장은 전한다. 그렇게 하고 싶지만 도내 참깨 생산량이 한정돼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거절해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감귤원 폐원이 많아지면서 대체작물로 참깨를 재배하는 곳이 많아지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참깨 농사는 어렵다는 게 강회장의 진단이다.

“제주지역이 농사짓기엔 최적지라고 보지만 유통처리 등으로 농사짓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특히 요즘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국내산이 수입산에 밀리는 걸 보면 더욱 힘들어지고 있잖아요. 온 국민이 우리 농산물을 많이 소비해주는 게 살 길이라고 봐요”

제주시생활개선회장도 지냈던 강 회장은 기술 교육과 보급을 통해 여성농업인들에게 농외수입을 올리고 생활개선 등 여러 도움을 준 농업기술센터에 고마움을 전한다. “높지 않고 낮은 자세로, 칭찬은 많이 하고 나쁜 건 내 자기만 듣고 살아가자”가 생활신조인 강 회장은 늘 열심히,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려한다고 말한다.

상가참깨회원들은 과거에도 봉사활동을 많이 했지만, 앞으로 마을에 도움이 되도록 봉사를 많이 하고, 앞으로 저온저장고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상가참깨’는 제주시 애월읍상가리1307-1(상가로110)에 있다. 연락은 010-3693-8141/010-8653-0819/010-5877-1096으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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