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9:50 (금)
“제주전통 건강식품 ‘꿩엿’ 보존·계승을…‘맛의 방주에 올라”
“제주전통 건강식품 ‘꿩엿’ 보존·계승을…‘맛의 방주에 올라”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4.11.07 1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농업인의 手多] <25>‘사월의 꿩’ 강주남·송문정 대표

제주지역 농업이 거듭 진화하고 있다. 이제 제주지역에서 나오는 농·특산물이 단순생산에서 벗어나 가공, 유통, 체험에 이르는 다양한 6차 산업 수익모델 사업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6차 산업은 ‘1차 농·특산물 생산, 2차 제조 또는 가공, 3차 유통·관광·외식·치유·교육을 통해 판매’를 합친 걸 뜻한다. 제주엔 ‘수다뜰’이 있다. 여성들이 모여서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수다를 떠는 곳이 아니다.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을 가지고 직접 가공한 제품을 팔고 있는 ’농가수제품‘의 공동브랜드이다. 그 중심엔 여성 농업인들이 있다. 열심히 손을 움직여야하는 ‘수다’(手多)를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농촌교육·체험농장도 6차 산업 실천현장이다. 이들을 만나 제주농업 진화와 미래를 확인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제주전통건강식품인 '꿩엇'을 만들면 교육채험농장인 '사월의 꿩'을 운영하고 있는 강주남 송문정 부부.

“예로부터 귀한 음식으로 사랑받으며 만들어 먹은 제주 대표 전통건강음식인 꿩엿에 대해 알리고 초·중·고교생과 일반 등 교육과정과 연계한 교육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죠. 꿩엿은 제주 꿩과 국내산 찹쌀과 맥아만을 혼합해 정성껏 고아냈어요. 부드럽고 달지 않아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죠”

제주시 동쪽 번영로를 타고 대천동을 지난 표선면 성읍방향으로 가다보면 길 오른쪽에 성불오름을 만난다. 오름으로 들어가는 길 앞에 ‘사월의 꿩’교육농장이 보인다.

이곳은 강주남(49)·송문정(47)부부가 2013년10월에 문을 열고 운영하고 있다. 강 대표는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2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 내려와 가업인 ‘제주민속식품’을 이어 받은 지 10년이 됐다.

제주민속식품은 제주도 전통건강식품인 꿩엿을 현대화·대중화하기 위해 지난 1995년에 이곳에 설립됐다. 꿩엿과 제주 특산 감귤을 이용해 감귤조청을 선뵈는 등 제주 맛을 알리기에 힘써 왔다.

“꿩엿은 과거엔 유일한 단백질 공급원이자 약 대신 썼죠. 그러나 지금은 잊혀져가고 있어 안타까워요. 선진국에서도 조청을 만들고 있는데요. 교육농장은 어린이에게 제주전통식품 꿩엿을 알리기 위해 만들었죠. 지난해 3월 교육농장으로 선정된 뒤 컨설팅 거쳐 문을 열었어요”

이곳엔 터 1300평에 교육장, 제조공장, 판매장, 꿩 사육장, 사무실 등을 갖췄다. 제조공장에선 꿩엿 (연간 최대 생산능력 50톤) 전복엿, 제주감귤조청, 귤잼, 제주감귤바다초잼 (감귤에 제주산 해초인 갈래곰보와 돌가사리를 혼합)을 만든다.

감귤이 들어가는 제품엔 강 대표가 남원읍 하례리 감귤원 2300평에서 직접 재배하고 있는 노지감귤을 원료로 쓴다.

“제주민속식품에서 만드는 제품엔 '제주정성'이란 공동브랜드로 나가죠. 맑은 공기와 바람, 신선하고 깨끗한 청정제주 지역 특색을 살려 믿을 수 있는 식품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마음인 즉 ‘제주민속식품의 정성을 다하는 마음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꿩엿, 전복엿, 제주감귤조청, 귤잼, 제주감귤바다초잼 만들어 팔아”

'사월의 꿩'교육농장은 제주 대표전통음식인 꿩엿에 대해 알리고 교육과 체험을 하고 있다

'제주민속식품'제품에 차별적 가치를 표현하고,‘정성’을 상징화하기 위해 불어의 ‘coeur’(심장, 사랑, 정성, 진심)를 BI(브랜드아이덴티티)로 활용했다. 옛날에 꿩엿이 어르신 건강, 어린이들이 건강을 위해 정성으로 만들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문을 연 뒤 일 년 새 이곳엔 교육·체험을 하려 20여 단체가 다녀갔다. 중학교 교사 직무연수를 비롯해 초·중·고등학생, 일반 단체가 꿩엿 탐험을 하는 등 매우 다양하다.

이곳에선 단체 25명이상 눈높이에 맞춰 단계별로 교육체험을 한다. 교육A프로그램은 중·고·일반과 초등 5·6학년을 대상으로 궝엿을 직접 만들어 시식하기 등으로 진행된다.

교육B와 교육C과정은 초등·유치부를 대상으로 꿩의 한 살이 완성하기와 꿩엿 와플 만들기, 꿩엿 쌀 강정만들기, 꿩깃털 책갈피 만들기 등을 한다.

중학생은 진로 교육 쪽으로, 초등학생 4학년 이하는 꿩이 한 살이를 통해 공부를, 주부 등은 옛날 먹었던 꿩엿을 만들며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꿩엿은 기력보호에 좋다고 해요. 꿩 자체가 감기 기관지 잔기침에 좋아 겨울에 특히 선호하죠. 애들 감기 예방에도 좋고, 피곤하거나 기력이 없을 때 먹으면 효능이 있어요. 과거 할머니나 잠수가 물질한 뒤 기력을 찾기 위해 먹었죠. 섭취하는데 제한이 없는 것도 장점이고요”

이곳에서 꿩엿은 제주산 꿩과 국내산 특히 호남산 찹쌀과 맥아(엿기름, 제줏말로 골)를 재료로 만든다. 그 비율은 찹쌀 60%, 맥아 30%, 꿩10%가 들어간다.

꿩엿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시간은 꼬박 일주일이 걸린다.

첫날엔 꿩엿을 만들기 위한 기계를 세팅한다. 그 다음 찹쌀을 끓이고 꿩을 해동해 손질을 한다. 이어 끓인 찹쌀에 엿기름을 넣어 당화시킨다. 이는 찹쌀에 있는 전분을 빼내는 과정이다.

당화를 한 뒤 이를 짜서 찹쌀찌꺼기와 당화된 물을 여과해 분리한다. 옛날엔 삼베로 짰지만 지금은 기계로 한다. 당화된 물을 20~25시간 푹 고아 농축시킨다.

농축이 거의 다 됐을 때 마지막 공정에 꿩고기를 넣는다. 다음에 당도를 맞춘 뒤 꿩엿을 완성한다. 엿을 병에 진공포장(충진)하면 제품이 나온다. 다음날 기계를 청소하고 제품을 포장하면 일주일이 된다.

“이 과정에서 3일은 하루에 2시간정도 눈을 붙일 정도로 꼬박 밤을 새워야하기 때문에 힘들어요. 이처럼 공정이 녹록하지 않아서 그런지 쉽게 꿩엿 사업에 손을 대려하지 않아요.

이곳에서 엿을 만드는데 쓰는 꿩은 일 년에 1000~1500수이다. 자체적으로 키우는 꿩도 있지만 2/3는 다른 곳에서 사서 쓰고 있다.

# “꿩사육장에서 직접 1년 1000수 사육…전국유일 꿩엿 공장“

'사월의 꿩'제품인 꿩엿
 

7년 전부터 농장에 꿩 사육장을 만들어 한해에 1000수 가량 꿩 부화와 먹여 기르고 있다. 물론 실습에도 활용하고 있다. 교육용으로 직접 봄엔 부화된 꿩 새끼인 ‘꺼병이’를 관찰하고 체험하도록 한다.

“도내 꿩 사육농장이 5~6년 전부터 줄어들어 지금은 2곳밖에 없어요. 꿩 사육은 어렵죠. 야생성 높고, 알을 일 년에 봄철에만 한번 낳아요. 사육기간이 길고, 생존율도 절반밖에 되지 않고요. 꿩은 다 커도 채 1㎏도 안 돼 뼈를 빼고 나면 고기는 거의 주먹만 하죠. 암꿩인 까투리에게선 수꿩인 장끼의 절반쯤 나와요”

강 대표 부부는 전국적으로 꿩엿을 가정집이 아닌 전문적인 공장에서 만드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한다.

“국내에서 대기업 빼고 조청제조를 기계화한 곳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제주도는 야생초지가 발달돼 있어 초지문화에 포함된 꿩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죠. 꿩엿이 어린이에게 제주전통음식으로, 어른들에겐 과거 향수를 주죠. 꿩은 앞으로도 제주 상징동물로 계속 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봐요”

꿩은 4월 중순에서 7월까지 알을 낳는다. 이 곳 교육농장 이름을 ‘사월의 꿩’이라고 정한 것도 꿩이 알을 낳는 때가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는 4월에 맞춘 것이라는 것이다.

꿩엿을 만드는데 어려움은 원료조달이다. 도내에 나는 꿩만을 쓰려하다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엔 꿩 농장이 많지만 조류독감 등으로 쓰지 않고 있다.

꿩 사육장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도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꿩엿이 제주도 전통식품이지만 이에 대해 지원이 하나도 없다는 점도 또 다른 어려움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한국슬로우푸드 협회가 정하는 ‘맛의 방주’에 올해 제주지역에서 오른 식품가운데 ‘꿩엿’ 생산자로 이곳을 등록했다 한국슬로우푸드협회 제주도지부 회원이도 한 강 대표는 자신이 만들지 않으면 없어지게 됐기 때문에 꿩엿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라고 강조한다.

“지금은 꿩엿을 찾는 사람이 적어졌지만, 앞으로는 나아질 것으로 봐요. 조청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고, 옛날에 좋은 것을 많이 찾기 때문에 식품산업에 변화가 있겠죠. 관광객들이 자연식품으로 선물용으로 많이 사가고 있고, 아름아름 알려져 택배주문도 많아지고 있어요”.

앞으로 꿩엿을 비롯한 제주재래식품에 대한 당국이나 연구기관 등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정직’을 생활신조로 살아가고 있는 강 대표부부는 ‘꿩엿이 제주도민만이 아닌 모든 국민이 먹을 수 있도록, 귀한 음식’이란 걸 알리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사월의 꿩’교육농장은 제주시구좌읍번영로2178(성불오름 앞)에 있다. 연락은 ☎064-782-1500이나 010-5268-8430/010-8180-3511. e-메일주소는 kyn5432@hanmail.net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