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6 16:05 (화)
“정직함 바탕으로 제대로 된 지역특산물 농사·수확·가공해 팔죠”
“정직함 바탕으로 제대로 된 지역특산물 농사·수확·가공해 팔죠”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4.11.28 1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농업인의 手多] <28> ‘해차롱’ 금능생활개선회 양민숙 대표

제주지역 농업이 거듭 진화하고 있다. 이제 제주지역에서 나오는 농·특산물이 단순생산에서 벗어나 가공, 유통, 체험에 이르는 다양한 6차 산업 수익모델 사업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6차 산업은 ‘1차 농·특산물 생산, 2차 제조 또는 가공, 3차 유통·관광·외식·치유·교육을 통해 판매’를 합친 걸 뜻한다. 제주엔 ‘수다뜰’이 있다. 여성들이 모여서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수다를 떠는 곳이 아니다.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을 가지고 직접 가공한 제품을 팔고 있는 ’농가수제품‘의 공동브랜드이다. 그 중심엔 여성 농업인들이 있다. 열심히 손을 움직여야하는 ‘수다’(手多)를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농촌교육·체험농장도 6차 산업 실천현장이다. 이들을 만나 제주농업 진화와 미래를 확인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해차롱'금능생활개선회를 희망이 가득한 모임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양민숙 대표.

“제대로 된 농사를 짓고 수확해 제대로 된 가공식품 만들어 유통하자는 뜻으로 모였어요. 앞으로 바른 먹거리에 대해 고민는 기회가 많아지겠죠. 정직함을 바탕으로 한 농사·수확·가공·판매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이제야 갓 작은 시작을 했지만 결과는 아주 좋을 것이란 감이 들어요”

해수욕장과 바다 풍경이 아름다운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차롱’ 금능생활개선회 양민숙 대표(44)는 희망이 가득한 모임을 소개한다.

‘해차롱’은 ‘해의 기운을 받아서 잘 돼라’는 뜻을 지닌 ‘해를 담은 바구니(함)’를 뜻한다. 차롱은 제줏말로 바구니 또는 함을 말한다.

‘해차롱’금능생활개선회 일터는 ‘꿈을 담고 나눠주고 싶은 바구니’인 ‘꿈차롱’이 들어간 ‘금능꿈차롱 작은도서관’과 함께 있다.

금능생활개선회는 금능마을에 사는 주부이자 여성농민 16명이 똘똘 뭉쳐 지난 2013년 1월 만들었다. 이 모임이 ‘해차롱’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건 2014년 9월이다.

회원 나이는 43살에서 50대 후반까지이다. 모두 자기농사를 지으면서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키위·감귤 등 과수와 브로콜리 등 채소류를 재배하고 있다.

“이 모임은 당초 여성농민으로서 농사을 짓는 것만 고민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먹거리, 좋은 식품을 만들어 유통·보급하기 위한 목표를 갖고 출발했어요. 지난해 가공보다는 농사짓는데 주력해, 고구마와 흑보리를 주로 재배했죠. 농사짓고 잡곡 장아찌 가공 판매를 하고 있어요 ”

이곳엔 장비로 건조기, 농산물 가루 내는 기계, 떡·빵 제조기, 대형 오븐, 끓임 솥, 쌀가루 빻는 기계, 반죽기, 찜기 ,떡국 제조·절단기, 볶음기계, 슬러시기계, 커피머신, 대형냉장고 2대 등을 갖췄다.

밭을 빌려 회원 모두가 참여해 공동으로 직접 재배하고 수확하고 있다. 밭에선 흑보리(1500평), 고구마(1500평), 콩(1400평) 등을 재배한다.

화합으로 똘똘 뭉친 '해차롱'회원들

# “모래밭 고구마, 흑보리 재배, 마늘쫑 장아찌 만들어”

지난해 고구마와 마늘쫑 장아찌를 만들어 팔았다. 올 6월엔 수확한 흑보리를 1㎏씩 소포장해 팔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갖고 식품을 만들려고 연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고구마와 보리로 식품개발을 하고 있어요, 고구마로 고추장, 조청, 아이스크림, 양갱, 수프,송편, 머핀, 타르트까지 개발했죠. 장아찌와 잡곡은 계속 팔 계획이고요. 고구마 수확을 하면서 체험농장 쪽으로 가려해요”

지난해와 올해 서부농업기술센터가 선인장 축제에 참여해 선인장 국수식당을 운영, 선인장 김치·막걸리·국수 등도 팔았다. 이제 호박·브로콜리 이용한 떡국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해차롱’ 마당에선 한 달에 한 차례 ‘해차롱 프리마켓’ 열어 ‘해차롱 장터’ 가 선다. 한마디로 열린 장터이다. 이곳에선 해차롱에서 만든 즉석식품, 고구마,송편, 가공식품, 보리쌀 등과 신선한 농산물을 내놔 판다.

마을주민이면 누구나 이곳에서 팔 수 있도록 열린 시장을 마련해놔 액세서리·옷·도자기·공방 등에서 와 판다. 특히 이곳에 많은 이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양 대표는 고구마 캐는 과정에서 부터 송편·아이스크림 만드는 과정 등을 도서관과 연계해 교육농장으로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현재 양 대표는 ‘금능 꿈차롱 작은도서관’ 관장을 맡고 있다. 이 도서관은 마을에서 문광부 공모사업으로 2009년12월23일 문을 열었다. 이용객은 하루 평균 25명꼴이 찾는다.

장서 1만2000권정도 갖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특색 프로그램은 ‘고사리 악보의 행진’이다. 아이들이 직접 제줏말로 시, 작곡, 노래, 음반을 만들어 발매할 예정이다.

금능리가 고향인 양 대표는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어렸을 적부터 글쓰기와 시를 좋아해서 2004년 등단했다. 2009년 첫 시집 「지문을 지우다」를 펴냈고, 올해 두 번째 시집을 준비하고 있다. 2010년엔 도서관 파견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농사를 좋아하는 남편과 브로콜리·양배추·감귤 직접 농사를 짓고 있는 양 대표는 농산물에 이야기를 입혀 보려 하고 있다.

“남편은 가락시장에서 인정받을 만큼 명품 브로콜리·쪽파를 만들 정도로 농사를 잘 지어요. 지만 농산물은 판로가 가장 걱정이잖아요. 모래에 키토산 등 영양분이 많은 걸 알리기 위해 ‘모래밭 고구마’와 감귤도 스토리텔링을 해서 판다면 효과가 있으리라고 봐요”

양 대표는 해차롱이 금능지역 우수한 농산물 가공품 이미지를 인식시켜 확정 고객층을 확보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하나 둘씩 파는 건 이미지를 팔고, 장기적인 고객층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축제가 열릴 때마다 부스를 만들어 지역 농산물 전시·무료시식 등 홍보에 힘 기울이고 있다.

# “금능지역 농산물 가공품 우수함 인식시켜 확정고객 확보하고파”

'해차롱'회원들이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아직은 시작단계지만 여럿이 모여 일을 하다보면 트러블로 생길만하지만 전혀 그런 게 없어요. 시간이 나면 먼저 나서서 더 일을 해주고 싶어 하고, 농사·식품 개발에 함께 하면서 불협화음이 없어 고맙고 뿌듯하죠”

‘해차롱’은 규정을 만들어 출자금(소액)을 받아 사업비로 쓰고 월회비로 회원 역량강화비로 쓰고 있다. 농사를 비롯해 모든 게 공동참여, 공동 정산, 적립한다.

영화·연극·뮤지컬 등을 함께 보며 문화적 향유도, 선진지 시찰이나 교육농장 체험도 늘 함께 한다. 회원역량 강화를 위해 식품개발은 계속하고, 천연화장품·음식소스·발효식품 같이 만들어

쓰고 있다.

“회원 화합을 바탕으로 해야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가능성이 눈에 보이고 있어. 회원들도 덩달아 즐겁고 재미있어 해요. 공모사업은 자부담인데 한 사람이 400만원씩 흔쾌히 출자했죠.

명절·설 때 공동으로 송편·약밥 만들어 16곳에서 똑같은 떡·약밥으로 제를 지내요“

해차롱이 처음 사업을 땄을 때 마땅히 모일 곳이 없어 한 달 가량 걸려 찾은 곳이 옛 금능리사무소였다. 이곳을 리모델링해 현재 쓰고 있다. 모임을 운영하면서 달마다 들어가는 기본 전기료가 많지만 별 어려움은 없다고 양 대표는 전한다.

이곳은 입지조건이 해수욕장을 끼고 있고 관광객 많이 와 고구마아이스크림이나 슬러시 등 즉석가공식품 판로가 밝다고 양 대표는 보고 있다. 또 자유학기제 실시로 교육방향이 체험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 앞으로 체험교육농장을 해볼 계획이다.

“체험농장을 통해 농부들 땀을 같이 맛보고 느낄 수 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앞으로 사회를 이끌어갈 아이들이 먹거리, 기초적인 부분을 어떻게 재미있게 전달하고 풀어나갈 것인지가 고민이죠. 정직하게 농사를 지어야할 이유와 목적을 전달하는 것인데요. 한마디로 스토리가 있는 교육농장을 만들어가는 게 꿈이에요”

“오늘에 충실하자. 오늘이 마지막인 날이 것처럼 느끼면서 산다”는 양 대표는 동화구연지도자, 독서지도사, 독서치료사 자격증을 갖고 도내 전역 돌아다니며 지도하고 있다.

도서관·학교·지역아동센터·유치원 등 단위로 계약 출강을 하고 원고 작업, 지질공원 설화 등 늘 원고 마감에 시달리면서 1년 365일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년엔 ‘제주마을 탐방’ 전혀 알려지지 않은 예쁜 마을을 소개하고 싶어한다.

“내년엔 해수욕장에서 농산물과 즉석가공식품을 많이 팔아 대박을 내는 게 꿈이에요. 돈을 많이 벌어야 회원들이 힘이 날 것이고, 전기세도 내야하기 때문이죠”

※‘해차롱’금능생활개선회는 제주시 한림읍금능길39(금능꿈차롱 작은도서관·옛 금능리사무소 자리)에 있다. 연락은 010-4752-6436으로 하면 된다.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