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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셉트 플랜 2011
콘셉트 플랜 2011
  • 이정민
  • 승인 2015.04.0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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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의 싱가포르 도시계획 이야기] <9> 싱가포르의 도시계획 역사 ⑤

1. 계획 수립을 위한 준비와 비전 설정

콘셉트 플랜 2011을 수립하는데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하여 2009년 8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싱가포르 국민 생활양식에 대한 설문조사가 진행되었다.

그림 1. Concept Plan 2011. 자료: http://www.ura.gov.sg

설문조사는 내국인(시민권자와 영주권자) 3600여 명과 외국인 400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와 1대 1 면접조사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설문구성은 생활의 질, 노인인구에 대한 요구충족, 안식처로서의 싱가포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싱가포르 4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도시재개발청은 2010년 1월 콘셉트 플랜 2011의 초안을 발표한다. 이 초안을 토대로 생활의 질(quality of life)과 지속가능성과 정체성(sustainability and identity) 부문을 구분하여 각각 27명으로 구성된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토대로 정성적 조사를 2010년 8월까지 진행하여 두 권의 보고서가 제줄하였다.
2011년 콘셉트 플랜에 대한 의견수렴이 마무리되었지만, 통계청의 요구로 도시재개발청은 의견청취 과정을 더 확대하였다. 그 이유는 통계청이 예측한 2030년 싱가포르 인구가 650만 명에서 690만 명으로 급격히 성정할 것으로 예측을 했기 때문이다.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고밀도 개발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모든 싱가포르 국민들에게 높은 수준의 생활환경을 제공할 것인가가 계획의 과제이자 비전이 되었다.

이 계획은 2030년까지 650만에서 690만 명을 수용하는 것으로 목표인구를 설정했다. 이전계획과 비슷하게 콘셉트 플랜은 ①양질의 구입 가능한 주택, ②접근이 용이한 녹지・여가공간 및 편의시설, ③양질의 다양한 취업기회를 창출하는 역동적인 싱가포르 경제, ④이동성과 연결성의 획기적 개선, ⑤역사와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한 보편적인 문화, ⑥쾌적한 환경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2030년까지 5600ha의 토지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바다 매립을 통해 유보지로 확보하고. 이 부지는 안정화 기간을 거쳐 고밀도로 개발할 것이다. 새롭게 개발되는 곳은 모두 높은 밀도로 개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밀도가 낮은 산업단지는 고밀도로 재개발하고, 골프장은 보다 생산성이 높은 용도로 개발할 계획이다.

2. 계획의 주요 내용

2.1. 주택정책 : 양질의 구입 가능 주택의 공급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을 국가가 충족시켜야 하는 것 가운데 양질의 구입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국가정책이다. 주택을 공급함에 있어서 싱가포르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고, 가족을 가까운 에서 부양할 수 있도록 하였다. 리콴유가 주장했던 아시아적 가치에 부합하는 주택정책과 계획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이 수립될 당시 120만 호의 주택 중 90만 호가 HDB가 공급한 아파트였다. 2030년 목표인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70만 호의 주택공급이 필요한데, 이 가운데 20만 호는 2016년까지 공급될 예정이다. 나머지 50만 호는 Bidadari, Tampines North, Tengah 지역에 뉴타운과 새로운 주거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Punggol Newtown은 HDB 최대 뉴타운이 될 것이며, 교통, 여가, 뉴타운 건설, 기술혁신을 이루어질 수 있는 곳으로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중심지역의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지속적으로 주택을 건설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이전 계획의 내용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실정이다.
예전 계획과 다른 점이라면, 별도의 파트로 다루어졌던, 싱가포르 정체성의 강화나 여가・스포츠・문화공간과 관련된 계획이 주택정책의 하나로 포함되었다. 싱가포르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2030년까지 7,000여 동의 건물을 보전하는 것으로 계획하였다.
공동체와 상업 및 여가시설 정책과 관련해서는 주거단지 내에 어린이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노인 인구의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노년층을 위한 공동체 시설과 이들을 요양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계획이 수립되었다.

그림 2. Punggol 뉴타운 조감도
 

2.2. 여가공간의 확충 : 전원속의 도시

초고층 빌딩 위주의 중심지역과 고층 아파트 단지가 주는 도시경관은 삭막한 도시경관을 형성한다.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 싱가포르는 전원도시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키는 계획이 마련되었다. 전체 국민의 85퍼센트 이상이 도보 반경 400미터 이내에 공원이 있는 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여가공간을 확충하고 있다.

싱가포르 섬을 순환하는 150킬로미터의 공원・녹지 연결축이 2030년까지 조성될 계획이며, 주민들은 자동차로부터 자유롭게 공원, 문화시설, 역사적 보전지역까지 자전거나 보행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200km인 공원연결 도로를 2020년까지 360km로 확장할 예정이다. 지금은 방치되어 활용되지 않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연결 철도는 여가・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2015년 4월 현재 도시재개발청이 활용방안 및 디자인 현상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종전 컨셉트 플랜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았던 저수지, 운하, 개울 등을 여가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이번 계획에 반영되었다. 계획수립 당시 800ha의 저수지, 80km의 하천 수계를 2030년까지 900ha에 달하는 저수지와 하천과 운하를 100km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부족한 녹지공간을 더 확충하기 위해 건축물 벽면과 옥상녹화에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2.3. 교통정책 : 싱가포르 교통망 연결성 강화를 통한 이동성 향상

사람들이 살기 좋은 도시들은 일반적으로 인간중심적이다. 이러한 도시일수록 사람들은 즐겁게 더 많이 걸어 다니고, 높은 수준의 대중교통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늘어나는 인구와 이에 따른 교통수요를 충족위한 도로를 건설하기에는 국토가 너무나 비좁다. 현재 대중교통수단 분담률이 70퍼센트에 달하고 있는데, 이를 2030년까지 75퍼센트까지 높이는 것으로 계획하였다. 이를 위해 MRT노선을 확충하고, 버스서비스향상프로그램(BSEP: Bus Service Enhancement Program) 운영을 통해 버스의 정시성과 운행속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첨두시에 집중되는 대중교통 이용객을 분산시키기 위해 오전 7시 45분까지 MRT를 이용하는 승객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기업주들을 설득하여 첨두시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가변 출퇴근제가 더욱 확산되도록 할 예정이다.

살기 좋고 쾌적한 보행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건축물의 건축시 1층 부분에 대한 건축선을 후퇴시켜 기후에 상관없이 보행자들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약자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모든 교통시설물과 공공시설물이나 건축물 설계시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설계기법에 관한 사항도 이번 콘셉트 플랜에 포함된다.
교통과 관련하여 자전거를 교통수단의 하나로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는 이전 콘셉트 플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계획이다. 정부는 국가자전거도로계획을 수립하고, 자동차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고 이동할 수 있도록 자동차도로와 자전거도로를 평면 및 입체적으로 분리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공공자전거 대여프로그램을 활성화시켜 누가나 쉽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2.4. 산업정책: 좋은 일자리가 있는 지속가능하고 활기찬 경제 만들기

지속가능한 싱가포르 경제를 위해 정부가 최우선 순위로 설정한 것이 창이국제공항을 확장하는 것이다. 공항이 활성화되어야 관광객과 비즈니스 방문객이 증가하기 때뭉니다. 2012년 현재 5천만 명이 이용하고 있는데, 2017년까지 새로운 Terminal 4를 조성하고 기존 Terminal 1을 확장하여 8천5백만 명까지 수용할 예정이다. 화물 물동량에 있어서도 인근 상해항과 경쟁하기 위해 Tuas항의 수용능력을 기존 5000만 TEU에서 6500만 TEU로 늘려나갈 예정이다. Tuas항의 확장으로 배후 뉴타운 개발 또한 장기적인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여 Woodlands, Sengkang, West Seletar, Lorong Halus, Pasir Ris, Tuas 매립지역을 새로운 산업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국제금융비즈니스 허브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중심상업업무지구의 국제금융업무 뿐만 아니라 새롭게 조성될 Marina Bay 지역에 주거・업무・여가 기능이 복합된 새로운 지구로 탈바꿈 시킬 것이다.
직주근접을 도모하기 위하여 콘셉트 플랜 1991에서 거론되었던 지역거점센터에 상업업무기능을 강화하기 위하여 새롭게 1300만 제곱미터 상업・업무공간을 마련할 것이다. 또한 Jurong 호수 주변의 상업・업무센터를 새로운 성장거점으로 개발하고, Paya Lebar 중심지역에도 새로운 취업기반을 조성해 나갈 예정이다. Woodlands에서 Punggol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기술혁신코리더의 기능을 확장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상업 클러스터와 MRT 노선이 확충될 예정이다. 창이 비즈니스 파크, Tampines 지역거점센터 Lorong Halus 산업단지에도 상업기능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2.5. 미래의 새로운 성장과 좋은 주거환경을 위한 준비

이전 계획에서 별도의 장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싱가포르의 도시계획에 대한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는 부분이다. 미래의 새로운 성장과 좋은 주거환경을 제공하고 준비하기 위해서는 기존 토지를 최적으로 이용해야 하며, 지속적인 매립사업을 통해 국토를 넓혀 나가야 하고, 지하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방안들이 가능한 것이 바로 도시계획・개발・관리와 관련된 과학기술 혁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하공간 매설물은 공동구로 설치하고, 여기서 나온 토석은 매립재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보다 삶의 질이 높은 도시를 연구・벤치마킹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세계도시회담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는가 하면, 전 세계 도시와 도시계획가를 대상으로 리콴유 세계도시 수상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세계의 전문가와 각 도시의 시장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제시되었고, 이는 싱가포르를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장의 마지막에서 2030년 싱가포르 국민들이 주거・업무・여가 환경에 대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3. 마치면서

콘셉트 플랜 2011은 이전 계획과 크게 달라지는 내용은 없다. 이미 공간구상은 1971년 콘셉트 플랜의 골격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맞지 않는 부분만 수정했기 때문이다.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도시재개발청(URA)은 많은 인력을 투입하여 2009년 8월부터 싱가포르 생활의 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초안에 대한 전문가집단 인터뷰, 공청회, 주민열람 등을 진행하여, 2013년에야 콘셉트 플랜 2011을 발표하였다. 물론 2013년 1월에야 싱가포르 인구백서가 발표되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함이었다.
우리의 도시기본계획과 유사한 계획인 콘셉트 플랜을 수립하는데, 도시재개발청 뿐만 아니라 관련부처가 2년 이상을 계획수립과 의견 수렴에 활용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추구하고자 하는 비전인 일류국가로 가는 것은 콘셉트 플랜에서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고 있는 점은 국가주도의 계획에서 시민주도의 계획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정책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하향식 접근에서 상향식 접근으로 바뀌었다. 정체성과 고유성을 강조하던 계획의 사조는 이번 계획부터는 주민들의 삶 속으로 녹아들었다. 계획의 마지막 부분에 미래를 위한 준비는 여타 도시계획 보고서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그런데 지금 수립 중인 제주미래비전계획은 발주한지 10개월 만에 일을 마무리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 일을 총괄하는 국토연구원은 역량이 풍부한 기관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싱가포르의 도시재개발청과 비교할 때 전문성이 결코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4월부터 미래비전 도민・청소년 계획단을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어디에도 모집공고 내용조차 없다. 다만 ‘제주비전 톡’이라는 블로그만 운영되고 있으나 회원수는 92명에 불과하다. 3월 17일 개설되었지만, 계획과 관련된 의견은 1건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민계획단 운영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주민 의견을 듣는데 8개월이라는 기간을 소비하고, 언제 계획을 수립할 것인가? 졸속으로 수립한 계획은 부실할 수밖에 없다.
미래비전계획 추진계획에 보면 글로벌 석학과 제주미래비전을 주제로 국제회의를 개최한다고 했는데, 석학 가운데 제주도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 것이며, 이들이 내 놓는 것을 비전계획에 수용할 수 있을까? 누구를 부를 것인가? 노암 촘스키를 부를 것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르 클로지에를 부를 것인가?
전 시리즈에서도 얘기했지만, 유엔의 개발계획 프로그램 전문가들이 싱가포르에 상주하면서 비전설정과 공간구상을 했다. 마찬가지로 글로벌 석학들이 제주도에 상주하면서 계획을 수립하거나 자문할 수 있을까? 제발 싱가포르의 고층건물의 높이만 보지 말고, 이들이 도시계획을 대하는 태도나 자세를 배우고, 제대로 된 미래비전계획이 수립되기를 기원하면서 싱가포르 도시계획 역사에 대한 시리즈는 마무리하고자 한다.

 

<프로필>
1989.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 입학
2002. 홍익대학교 대학원 도시계획과(공학박사)
1995. 국토연구원 연구원
2003.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원
2004∼2006. 2011. 제주대학교 시간강사
2006∼2014.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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