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8:27 (화)
“설렘, 얼마나 좋나요. 우리 학교엔 두근거리는 배움이 있죠”
“설렘, 얼마나 좋나요. 우리 학교엔 두근거리는 배움이 있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4.16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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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교 현장] <35> ‘다혼디 배움학교’ 애월초등학교
뛰노는 애월초 어린이들.

제주시 서부지역에 개교 100년을 바라보는 학교가 있다. 바로 애월초등학교(교장 김영준)다. 애월초등학교는 일제강점기 때 신엄리에 학교 설립이 추진되자 애월의 5개 지역 이장들이 기금을 모금, 1923년 문을 열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애월초등학교는 올해부터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분주하다. 제주도교육청이 추진중인 ‘다혼디 배움학교’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을 추진하려서일까. 애월초 구성원 대부분은 새 얼굴이다. ‘다혼디 배움학교’라는 새로운 일, 새로운 교사, 그들에게 마주한 건 전혀 해보지 못한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교사, 아니 애월초는 교사만 교육가족이어야 한다는 틀도 깼다. 지난 2월 마지막주 2박 3일간 워크숍을 진행한 자리는 새로운 일을 만드는 틀을 제시했다. 교사-학부모-학생이라는 기존 틀에 행정직 공무원과 공무직 공무원까지 모두 끌어들였다.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더라도 학교에 있는 모든 이들이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다가가야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교육은 어느 일방이 주도를 해서는 안된다. 애월초는 모든 구성원들이 학교상을 만드는데 머리를 맞댔다. 학교 입구에, 교장실에만 붙어있고 구성원들은 모르는 학교상은 버리자고 했다. 학생들은 어떻게 자라면 좋고, 교사는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학교를 만들 것인지를 워크숍에서 키워드로 정리해갔다. 설렘, 행복, 성장, 행복, 협력, 평화로운 학교 등의 키워드가 쏟아졌다. 그래서 모든 구성원들이 만든 학교상은 ‘두근거리는 배움을 함께 찾아가는 따뜻한 학교’로 정했다.

애월초등학교 교직원들이 학교상을 만들기 위해 제시한 키워드들.

두근거림은 곧바로 입학식을 겸한 3월 개학 때부터 적용됐다. 담임 교사들은 탈 인형을 썼다. 학생들에게 ‘내 담임은 누구일까’라는 즐거운 두근거림을 안기는 일이었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새 것이라는 건 설렘이 있어야 기쁘다.

학교상을 만드는데 애월초 모든 구성원들이 포함됐다면 학급내 규칙을 만드는데 학급내 모든 아이들이 머리를 맞댔다. 다양한 학급내 규칙을 만들고, 학생들은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 학생들에겐 첫 경험이었다.

애월초엔 첫 경험이 많다. 학생들이 첫 경험을 한 게 있다면 교사들은 더 많다. 담임 교사들은 전적으로 수업에만 매달린다. 교단에 있으면서 온전히 수업만 하는 첫 경험이다. 온전히 학생들에게만 매달린 건 상상할 수 없는 경험이다. 대신 교사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학생들에게만 열정을 쏟아야 하기에 교재연구에 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애월초가 제시하는 ‘다혼디 배움학교’는 제대로 된 수업의 틀을 만들고, 담임은 수업만 집중하도록 하는 구조이다. 그래서 담임에게 수업외의 업무는 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애월초는 2개팀을 만들었다. 하나는 6개학년 담임만으로 구성된 ‘교육과정운영팀’, 또다른 한 팀은 담임을 지원하는 ‘교육과정지원팀’이다. 교육과정지원팀은 행정실과 교장·교감, 부장교사 2명 등이 포함돼 있다. 교육과정지원팀은 수업시간을 방해하지 않는 걸 우선으로 삼는다. 아주 급한 일이 아니면 담임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교육과정지원팀이 모두 해결하기로 했다.

김영준 교장은 “아이들이 행복해야 한다. 우리 애들은 OECD의 다른 나라에 비해 행복도가 낮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않으면 공교육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서열 매기기식 평가는 아니라고 본다. 수업방법을 개선하는 방법의 하나로 교과서 위주의 교육도 털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애월초등학교는 다른 읍면지역 학교와 달리 지역 출신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역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애월초는 교과서가 아닌, 직접 애월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느끼는 현장수업도 적용하고 있다. 2~3시간 교사와 학생이 걸어다니며 지역사회에 대한 문제를 던지곤 한다.

이제 첫 발을 디뎠었다. 첫 출발이지만 4년 후를 그려본다. ‘4년 후는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 “꿈에 부풀어 있다”고 한다.

김영준 교장은 “쪼들리는 모습에서 활기찬 모습으로, 교사들도 애들에게 뭔가를 해주고 있다는 보람 있는 모습으로 바뀌고, 학교 가는 길이 행복하다는 게 만들어질 것이다”며 확신에 찬 미래를 제시했다.

 

 

[미니 인터뷰] 애월초 5학년 김민성·박예인

 

애월초 5학년인 박예인(왼쪽) 김민성 어린이.

배우는 게 달라졌다. 블록형이 뜬다. 초등학교인 경우 1교시가 40분이지만 애월초엔 1~2개 교시를 통합한 ‘블록형’ 수업을 진행중이다.

“블록 수업을 하니 재미있어요. 쉬는 시간도 많아졌어요.”(민성)

“예전엔 6교시까지 있어서 교과서를 많이 챙겨와야 했는데 이젠 3개 정도이니까 편해요.”(예인)

바뀐 건 이것뿐만 아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 위주였다면 이젠 그렇지 않다. 배움에 함께 참여하는 게 좋단다. 또한 애월초엔 없는 게 있다. 선거이다. 반장선거를 꺼내자 민성이는 ‘푹~’하며 한숨을 쉰다.

“반장선거를 하면 떨어지는 애는 울었어요.(한숨) 다들 선거 때문에 싸우고 했거든요.”

예인이는 부회장 선거에 출마한 당사자이다. 떨어진 경험이 있다. 예인이도 이렇게 말한다.

“저는 선거에 떨어져서 울었어요. 몇 표를 받지 못했다고 놀림을 받았거든요. 그러나 이제는 선거가 없으니 울 일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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