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8 21:23 (목)
“아이들에겐 물질 지원이 아닌 ‘마음’이 중요하죠”
“아이들에겐 물질 지원이 아닌 ‘마음’이 중요하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5.05 0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사람]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터줏대감 양창근·김미리씨

1년에 딱 한 번뿐인 어린이날. 하지만 1년 365일을 어린이를 생각하며 지내는 이들이 있다.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직원들이다. 그들은 각 가정에 맡겨둔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매일같이 관심을 두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관장 강철남)는 지난 2003년 문을 열었다. 그 전까지는 행정의 지원을 받는 가정위탁 시스템이 전무한 상태였다. 센터의 등장으로 어려움을 겪던 소년소녀가장들에게도 빛이 됐다. 현재 위탁된 아이들은 261세대 312명이다. 센터 직원 가운데 고참급(?)을 꼽으라면 양창근 사무국장(39)과 김미리 자립지원팀장(37)이다. 양창근 국장은 센터가 세워진 그 해에, 김미리 팀장은 이듬해에 각각 센터에 들어온다.

10년 넘게 아이들과 함께하는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양창근 사무국장(오른쪽)과 김미리 자립지원팀장.

“이젠 소년소녀가장이라는 말은 사라졌어요. 소년소녀가장들을 보면 애들만 있는 환경이 아니라 할머니 등 친인척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들을 가정위탁으로 전환을 해서 지원을 하고 있죠.”(양창근 국장)

그런데 왜 가정위탁이 중요할까. 아이들은 성장을 하는 단계이다. 그런 때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건 가정이다.

“경제적 어려움 등을 떠나서 원래 부모가 키워주는 게 중요하죠. 그렇지 않으면 정서적 위축이 오고, 외로움과 박탈감을 느낍니다. 일반위탁인 경우는 친부모는 아니지만 친부모대신 가정이라는 틀 내에서 사랑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양창근 국장)

가정위탁은 아이들의 부모가 아닌 친·인척이 맡아 기르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현재 도내엔 17세대 19명의 아이들이 그런 경우이다.

“친인척이 아닌 경우는 어려움이 많죠. 안정된 가정에 새로운 아이가 들어가는 거잖아요. 때문에 그런 가정은 많은 것을 따져요. 60세이상 나이 차이가 나서도 안되고요, 자식을 키운 경험도 있어야 해요. 그리고 경제적인 안정뿐 아니라 이웃의 추천도 받아요.”(김미리 팀장)

가정위탁은 아이들을 잠시 맡겨주는 시스템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주변 환경 등으로 자식들을 키우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부모들이 생긴다. 그 때 잠시 맡아 키우고, 부모 환경이 안정적으로 돌아오면 정상적으로 가정 시스템을 복구하게 된다. 그러나 그게 완벽하게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가정위탁은 가정내 생활을 도와주는 겁니다. 가정이 예전처럼 복귀되도록 하는 보조시스템이죠. 어떤 경우는 본질이 흐려지기도 해요. 친부모가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도 생기고, 아이들도 부모에게 돌아가지 않으려 하는 때도 있죠. 하지만 위탁을 보낸 아이들이 더 건강해지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요.”(김미리 팀장)

아이들의 행복한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직원들.

올해로 제주도에 가정위탁지원 시스템이 도입된 건 13년째다. 가정위탁의 도움을 받은 아이들 가운데 직장에 들어가거나 결혼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커서 도움을 주는 경우도 흔하다.

“애들이 커가요. 근처 정비소에 일하는 애가 있어요. 센터에 일이 있으면 자원봉사를 하러 오고, 별도로 매월 후원도 해줘요. 도움을 받은 애들이 도움을 주려 하는 것이죠. 그런 애들의 노력이 좋은 건, 자신이 겪은 일을 현재 가정위탁의 도움을 받는 애들에게 전해주는 게 아닐까요.”(양창근 팀장)

양창근 팀장은 센터에 들어와 아빠가 됐다. 김미리 팀장은 10년 넘게 센터에서 일하며 애들을 만나는 게 즐거움이란다.

“고교 때부터 이런 생각을 했어요. ‘웃음을 잃어버린 가정에 웃음을 찾아주자’고요. 커가는 아이들 삶에서 10년은 무척 중요해요. 애들에게도 그렇고, 제 자신에게도 큰 영향력을 미친 10년이었어요.”(김미리 팀장)

그들은 말한다. 아이들이 물질 지원을 바라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전한다. 모든 건 마음이다. 아이들이 아프면 병문안을 가는 건 센터 직원으로서 특별한 게 아닌데, 아이들에겐 ‘감동’이란다. 그러기에 위탁을 받는 애들은 센터 직원들에게 더 의지를 한다. 그 때문일까, 그들은 센터를 뜨지 못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