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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옷양복'이 창피하다
'갈옷양복'이 창피하다
  • 장금항 객원필진
  • 승인 2006.10.31 08:3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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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장금항 상명교회 목사

#내재화된 식민지성

“나는 영국령 예루살렘에서 태어났습니다. 열세살 때인 1948년 UN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자 팔레스타인인이었던 우리가족은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예루살렘에서 쫓겨나 카이로로 피난을 가야만 했습니다. 자신의 당연한 권리를 박탈당한 채 망명길에 올랐다는 점에서 저는 이스라엘과도 같았지요. 그 때 우리집을 접수해 살았던 사람은 유대인 철학자 마틴 부버였습니다. 내 집을 빼앗은 사람이 '나와 너'라는 책의 저자라는 사실은 그 후 오랫동안 저를 괴롭혔습니다.”

예루살렘에서 태어났으나 이스라엘 건국으로 집과 고향과 조국을 잃고 카이로로, 카이로에서 레바논으로 다시 레바논에서 미국으로 옮겨 다니며 스스로를 망명객이라 부르며 살았고, 그 정신적 망명의 자각으로 '오리엔탈리즘'을 쓴 에드워드 사이드가 서울대 강연에서 했던 말이다.

문화 권력과 정치 권력사이의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서구 제국주의가 동양지배를 어떻게 합리화했는가를 설득력있게 제시한 '오리엔탈리즘'은 동서양의 관계가 제국주의의 지배 이데올로기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당연한 것이지만, 당시에는 동양에 대한 서구인의 편견과 타자화된 식민지인 스스로가 제국주의자(백인)를 ‘동경하고 복종하게’되는 식민지성의 논의는 놀라운 것이었다.

또한 자신의 집을 빼앗은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였던 미국에서 동화되지 못하면서도 끝없이 ‘동경하고 동화되기를’ 원하는 제3세계의 지식인과 유학생들을 보며 느꼈던 사이드의 혼란은 미국인보다 더 미국적 사고를 하고, 발달된 그들의 문화와 경제를 감탄해 마지않는 내재화된 식민지성이다.

#갈옷양복과 커틀러의 만남

생기발랄한 소녀티가 아직 남아있는 웬디 커틀러와 ‘갈옷양복’입은 사람들의 만남은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갈옷이 노동복이라 호텔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편견 때문인지는 몰라도 김지사와 세 명의 국회의원은 촌스러웠다. 더구나 초등학교 아이를 두었다는 커틀러의 나이를 생각하면 그 어색함은 더하다.

그런데 문제는 촌스럽고 어색한 패션과 만남이 아니라 그 만남에서 ‘굴욕’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도지사와 의원들이 신문기자보다 못한 정치 감각으로 보여주는 정치에만 매달리고, 냉정한 경제협상에서 구걸하는 인상을 주어 오히려 미국인들에게 비웃음만 샀다는 것이다.

4차 협상 결과가 말해주지만 농업부분은, 시작도 안한 셈이다. 미국은 쌀 개방을 무기로 쌀 이외의 모든 물품에서 ‘성과’를 얻으려하고 있다. 보도되는 것만 봐도 5차와 6차 협상에 ‘빅딜’을 통해 일괄처리 할 것이 예상되는데 의례적인 ‘외교적 수사’에 좋다고 난리쳤으니 도지사와 국회의원이 창피하다.

#고통분담은 항상 없었다

돌이켜보면 고통을 분담함으로써 무너진 나라를 다시 일으키자는 김영삼의 구호도, 외자 유치. 구조조정으로 경제 회생이라는 김대중의 구호도 잘못된 것이었다. 그래서 FTA에 국가의 명운이 달렸다는 노무현의 구호도 공허하게 느껴진다.

정부의 말이 공허 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그 논리가 개인적 삶의 구체성에 바탕 하지 않기 때문이다. 농업을 개방하는 것이 국가 전체의 이득이며, 그 종합적 이득이 농민들을 이롭게 하리라는 학설은 고향을 버리고 떠난 사람들의 분노와 슬픔에 기반하지 않으므로 공허한 것이다.

그리고 이윤은 항상 저쪽의 것이었고 고통은 항상 서민과 농민의 것이었기 때문에 이제 우리는 정부의 말을 믿지 않는다. 농촌이 비어간다. 아니 내내 비어가고 있었다.

이제 그 마지막 숨통마저 끊어질 형편이다. 떠날 수조차? 愎? 사람들 몇이 아직 남아서 농협의 빚에 의존해 연명하는 형국이 우리의 농촌 현실인데 그나마 이것도 없애버리면 먹여 살릴 대안이 있는가.

어쨌거나 얼굴이 커서 대각선사처럼 후덕하고 손발이 짧아 머슴처럼 억세게 일 잘 할거라 뽑아준 우리 지역구의 국회의원은 비어가는 ‘자신의 마을’은 돌아보지 않고 호텔에서 사진만 찍었다.

이번 협상에서 전문직 자격을 미국에서도 인정한다고 하니 혹시 의원직도 미국에서 인정된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머리가 큰 만큼 영리하지 않은 모양이다. 정치안할 거면 몰라도 재선을 생각한다면 지역구의 민심을 잘 읽기를 바란다.

<상명에서 장금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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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옷 2006-11-11 00:14:59
갈옷이 창피하다면 댁은 외부인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 것은 잘못 됬다는 논리는 기독교적 사상입니다. 종교는 이질 문화를 쳐부수는 노리개가 되야 악을 이기는게 아닙니다. 이런 사상은 인간들이 숭고한 신의섭리를 조작한 것 일 뿐.. 타인은 다름을 알고 배우라는 것.
외국에 사심.

농민 2006-10-31 11:26:12
그럼 제주 감이 예외품목이던가?
차라리 미깡물들인 옷을 선물해주지
근데 제목에서 창피하다는건 접수안됨
누가 그런소릴 지꺼려! 나도 있는데

뇌물 갈옷 2006-10-31 08:39:02
예외품목에서
제외되ㅓㅆ다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