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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아젠다 행정', 민생행정은 어디로?
거창한 '아젠다 행정', 민생행정은 어디로?
  • 장금항 객원필진
  • 승인 2006.11.09 08: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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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장금항 상명교회 목사

제주시 애월 일주도로에서 납읍의 도축장까지는 쉽지 않은 길이다. 네비게이션이 나와 제주여행의 패턴을 바꿀 만큼 길이 쉬워졌지만 중산간 도로의 심오함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쇠간 한 점 먹기 위해 그 길가는 것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 것이다.

일주도로에서 도축장을 가려고 언제 길에서 본 것 같아 기원정사라는 절의 표지를 보고 어음 쪽으로 갔는데 길의 끝이 밭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절을 찾아 갔는데 절은 찾지 못하고 그 길의 끝에 밭을 봤다는 것이다. 구도, 해탈의 궁극, 종교의 일상성이 그 길에 있었다.

#일상의 구체성이 진리

원래 기원은 석가모니가 금강경을 설했던 인도 코살라 왕국의 대가람 기수급고독원(祈樹給孤獨園)을 줄인 이름이고, 어떤 의미에서 최초의 절 이름이 기원정사(祇園精舍)이다. 금식을 바탕으로 고행을 하던 석가가 그것이 고집할 수! 행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아침마다 맨발로 걸어서 마을에서 밥(유미죽)을 구걸했다.

밥을 구걸하는 석가의 뒤를 역시 맨발인 비구 천이백오십명이 따랐고 ‘기원정사’의 아침은 집단결식으로 장관을 이루었다. 최고의 경전이라는 금강경을 설하던 날도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었다. 밥 때가 되면 맨발의 석가는 밥을 구걸해서 돌아왔고, 얻어온 밥으로 먹고, 빈 그릇을 닦고, 더러워진 발을 씻고, 자리를 깔고 편안히 앉아서 설법하였다.

‘밥 때가 되자 밥을 먹고, 밥을 다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하고, 더러워진 발을 씻는 일은 현묘하지도 않고 장엄하지도 않은 일상의 반복이다. 금강경이 부처와 그 무리들의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하루의 일과 속에서 말하여지고 이해되었다는 사실은 감격이다.’ (금강경 강해. 통나무. 1999) 평범한 일상의 구체성에 기반하는 종교의 진리와 그 속성에 감격하는 김용옥의 혜안이 더욱 나를 감격시키지만, 어쨌든 여상한 일상성 속에서 진리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기원정사’는 말하는 것이다.

노자가 쇠를 잡는 도축자의 칼에 의해 살과 뼈, 힘줄이 분기되는 기숙에서 도를 본 것도, ‘일용할 양식’에 복음을 담았던 예수이 밥도, 밥이 하늘이라 혼자 갖지 못하니 나누는 것이라고 한 최시형??모두 삶의 구체성에서 진리를 구현한다. 그래서 먹고 사는 일상의 구체성을 무시하는 종교는 거짓이고 필연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것이다.

#아젠다로 넘쳐나는 제주

특별법 2단계로 추진 중인 ‘도 전역 면세 지역화. 항공자유화. 법인세 인하’. 교육과 의료개방, 아시아의 금융허브, 각종 산업벨트에 그 많은 테스크포스팀까지 지역신문에 희망의 기사가 넘쳐난다. 제발연과 ‘전문가’가 아이디어를 내면 도정이 용역을 주고, 용역에 그친 아이디어를 검증. 여과 없이 아젠다(의제)로 지역 언론이 도민사회에 내놓는다.

이 과정은 유기적으로 밀착되어 그 속에서 확대재생산하는 구조가 성립되어 도민들은 당연히 그 의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 교수도, 공무원도, 기자도 모두 각자의 식구대로 밥벌이에 대한 책임이 있고, 그 의제 속에서 방향과 도정목표가 수립될 수 있으니 그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지만 실익이 없이 넘쳐나는 아젠다는 문제가 된다. 복권이 안 팔려도, 마사회의 레저세인하와 교차경마 축소에도 재정이 휘청거리는 열악한 지방재정 환경이나 중앙정부와의 조율도 없이 ‘기대에 의해’ 터져 나오는 아젠다들은 ‘해 아래서 바람 잡는 것’처럼 헛된 것이 많다.

그토록 시끄러웠던 행정구조 개편과 특별자치도가 시군 폐지로 이한 부작용과 특별한 게 많지 않다는 지금의 여론을 보면 혼란스러운 아젠다의 남발이 문제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절박한 도민의 심정을 현실정책이 아닌 아젠다로만 달래

서민 경제가 어려우니 우리 도민들은 해군기지에서 카지노까지 상관없이 경제규모가 커져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몸도 팔고 담도 넘을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인 것이다. 그런데 이 절박함을 실행가능하지 않거나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아젠다로만 달래려고 한다. 자치도 출범 초기에 보여 졌어야 할 행정통합으로 인한 관료조직의 일사분란한 응집력으로 도민 속으로 깊이 천착하는 행정의 모습은커녕 혼선과 비효율성만 드러냈고 이 불만을 낭비적인 아젠다로 돌파하려는 지금의 김 도정의 운영방식은 크게 잘못되었다.

되지 않을 의제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작은 행정’에 집중할 일이다.

한림에 해장국집만 는다 했더니, 통계청 발표를 보니 10년 새에 자영업체가 만개가 늘었고, 전체로는 4만 3339개라 한다. 일자리 부족하고, 먹고 살기 어렵고, 그래서 택시, 식당, 미장원, 세탁소 차렸더니 넘쳐나서 공멸하게 생겼다는 수치일 것이다.

내년 제주도 예산 2조 3천억은 기호처럼 아득하여 해독할 수 없지만 있는 재정 안에서 지혜롭게 쓸 방법은 많을 것이다. 오지 않을 돈을 바라지 말고 있는 돈이나마 잘 쓸 수 있도록 5천이 넘는 방대한 공무원 조직을 고려하고, 예산의 효율성을 생각하고, 돈 안드는 도민화합을 위해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는 소년에게 필요한 것이지, 생활이 다급한 우리 도민에게는 미래보다 현재에 소용되는 정책이 절실하다. 미래를 설계해야 할 것인데,

김 지사는 과학영농연구시설 예정지를 바꾸려다 지역분란만 일으키고 선거 공판에 정신없으면서도 꽃 달고 축사하러 다니니, 지방자치는 작은 행정이라는 당연한 이치를 깨달을 잘이 오기는 올 것인가!

<상명에서 장금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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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꾼 2006-11-10 00:16:09
자못된 지도자 선택이 지역사회의 발전은 커녕 정체 내지는 후퇴를 초래한다는 경험적 진리를 또한번 절실하게 깨닫는 작금의 현실에 언제 변화가 오려나.
소신없이 맹종하는 공직자들과 관변에 기생하는 사이비지식인 그리고 삼류언론인들 더하여 현실인식없이 부화뇌동하는 괜당들이 진정 오늘 제주사회의 주류여야 하는가?